[`착하지 않은 여자들’ 김현정역 - 도지원]
오픈카 뚜껑을 열고 달릴 때 `이문학’(손창민)은 “타고 계신 여성분들 머리카락 날리지 않게 두르라"며 스카프를 하나씩 건네준다. 이문학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에서 독자 사은선물로 만든 스카프다. `현정’(도지원)이 두른 스카프는 사랑을 알게 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스카프가 예고한대로, `모태솔로’이자 `골드미스’였던 현정은 그렇게 첫사랑에 빠진다. 상대는 이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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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도도한 커리어 우먼 ‘김현정’으로 출연한 도지원(49)은 “현정을 변하게 한 것은 이문학"이라며 “사람을 바뀌게 하는 한 가지는 사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도지원이 연기한 김현정은 말 그대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빈틈 없는 여자였다. 정신 못 차리는 동생 `김현숙’(채시라)에게 날선 독설을 퍼부었고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이순재)에 대한 미움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현정이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에요. 아버지가 떠나고 엄마와 동생을 향한 책임감으로 모든 짐을 혼자 다 짊어지고 살았던거죠. 독하게 성공만을 보고 달려야 했고 아버지 때문에 남자를 믿지 못했어요. 당연히 사랑 같은 건 모르고 살았죠."
김현정의 변화는 평생을 짊어진 ‘아버지’라는 짐을 털어버리고 용서하는 과정이었다. 그 핵심에는 이문학, 그러니까 현정의 첫사랑이 있었다. 극 중에서 이문학이 현정에게 선물한 책 세 권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당신과 마시고픈 한잔의 커피’ ‘자기 앞의 생’은 이문학이 현정에게 하고 싶은 말이자 동시에 현정이 이문학에게 처음 흔들리는 계기였다.
그렇게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한 현정은 문학과 함께 20대 청춘남녀 못지않은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보여 주며 수많은 시청자를 설레게 했다. 도지원은 “이런 감정을 표현하게 될 줄 몰랐다"며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년 연기자들은 극 중에서 주인공의 엄마·아빠로만 소비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풋풋하고 애잔한 사랑연기는 저도 처음이었어요. 저희 나이에 그런 대본이 없잖아요. 사실 저도 작가님이 이렇게 그려주실 줄 몰랐죠. 어느 누구도 시도 안하는 연기를 저희는 시도했고, 이 나이에도 시청자들에게 설렘과 ‘심쿵’과 달달한 감정을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정말 선물같은 시간이었죠."
데뷔 후 처음으로 부드럽고 달달한 로맨스 연기를 마친 도지원은 “이제는 어떤 배역이든 주어진 것은 다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참 큰 사람들과 일을 했고, 그게 저라는 사람을 자라게 하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사로 시작해서 감사로 끝마친 작품이에요. 이렇게 여러 역할을 다 해 봤으니 같은 캐릭터라고 할지라도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조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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