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및 병원 등 지원금 대폭 삭감… 정부 서비스도 최소화
▶ 하루 수억 유로 부족사태 지속... 경찰서도 유지들 도움으로 운영
<아테네, 그리스>
불도저들은 도심 길 위에 방치돼 있다. 지친 외과 의사들은 밤새도록 수술을 집도한다. 그리고 경찰국은 부자들의 지원에 의해 굴러간다. 거의 파산상태인 그리스는 지금 현금 확보를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채권자들과 막판 협상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곧 현금고갈 사태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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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리스는 7억5,000만 유로에 달하는 IMF 상환금을 갚지 못했다. 현재 그리스는 하루 약 1억 유로씩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밝혔다. 또 다른 IMF 상환금이 돌아오는 5일이 지나면 이 액수는 하루 4억 유로로 오른다. 그리고 8일이나 9일께는 또 다시 두 배로 뛰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그리스 재무부 관계자는 “그 시점이 되면 모든 게 끝난다”고 우려했다.
수십년 동안 정부의 관대한 복지에 의존해 온 그리스에서 현재의 현금위기는 사회 전반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대학들과 병원들, 그리고 지방정부들은 최소한의 기본적인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불법이민자들 단속 역시 자금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이미 실질적인 부도국가 상태에 들어섰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긴축책은 광범위하다. 해외 대사관들과 영사관들은 돈을 아껴 남은 재정은 아테네로 보내라는 훈령을 받았다. 병원과 학교들은 의사와 교사 채용이 동결됐다. 또 국토안보 당국자들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으로부터 배를 타고 들어오는 불법 이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공중과 해상 작전을 최소화 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2010년 첫 구제금융 이후 그리스는 채권국들로부터 280억달러를 절감하라는 요구를 받아왔다. 총 1,790억 달러 규모의 경제인 그리스로서는 적지 않은 액수이다. 이 비율을 미국 경제로 환산한다면 26조 달러에 달하는 액수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채권국들과의 이견으로 그리스의 크레딧 라인이 취소되면서 그리스 정부는 더욱 날카로운 긴축의 칼을 빼들었다.
정부가 돈을 마음껏 지출하고 필요하면 빌리는 것을 태생적 권리처럼 여겨온 그리스 정치인들에게 수중의 현금만을 사용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은 불편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과거의 구습과 단절을 원하는 일부 그리스인들에게 지난 수년간의 지출억제는 귀중한 교훈을 안겨주고 있다.
중부 그리스 행정지역 지사인 코스타스 바코야니스(37)는 “무임승차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생산하는 것만을 갖고 살아야한다”고 덧붙였다. 관할구역을 순방중인 그는 최근 3,600명 주민이 사는 테베마을에서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아테네에서 북서쪽으로 75마일에 소재한 이 마을의 실업률은 다른 그리스 마을들이 그렇듯 전국 평균 25%보다 높다. 쓰레기 수거는 계속되고 있지만 예산이 50%나 깎이면서 다른 서비스들은 거의 없어졌다. 거의 1년 간 테베는 200만 유로 예산으로 중앙도로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한달 이상 돈을 받지 못하면서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빠른 시일 내에 끝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바코야니스에게 이 공사 중단이 더욱 걱정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도로 재포장 공사가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는 그리스의 인프라 프로젝트의 하나라는 점 때문이다. 그리스의 65억 유로 투자예산 가운데 89%가 유럽연합 지원에 의한 것이다. 공사에 쓴 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최악의 긴축시기를 지나는 동안 고속도로와 다리, 그리고 항만 등에 대한 투자는 계속돼 왔다. 그리스 정부는 수 주 내에 유럽연합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정부 유동성 위기가 심화된 지난 4월30일 이후 정부는 인프라 건설 대금 지급을 중단했다. 바코야니스는 이런 기억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프로젝트는 생명줄이다. 케인즈 식 경기 부양책이 아니다. 단순한 도로를 보수하는 데 들어갈 자금을 찾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치안 관계자들은 아테네 교외의 부유층들이 지역 경찰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안보 및 국방 연구소 분석가인 이오아니스 미칼레토스는 “이런 추세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며 “경찰에게 사용할 돈은 줄고 할 일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부족의 여파가 가장 실감나는 곳은 국립대학들과 병원들이다. 그리스에서 가장 크며 12만명 이상 학생들이 다니는 아테네대학의 연간 운영 예산은 금융위기 전 4,000만 유로에서 1,000만 유로로 급감했다.
병원들의 경우에도 두 배에 가까운 환자를 받고 있음에도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금년 첫 4개월 동안 140여개의 공립병원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고작 4,300만 유로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억5,000만 유로와 비교할 수 없는 액수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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