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공항서 ‘불법’
비밀 접선장소서 태우거나
가족처럼 포옹… 단속 피해
■ 공유차량 합법화 추세
SF 이어 LA 공항도 허용
뉴욕 등 면허받으면 가능
■ 해결해야 할 문제
택시기사 “타격” 거센 반발
공항 주차공간 부족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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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Uber) 기사인 잉그마르 스미스는 애틀랜타의 하츠필드-잭슨 국제공항에서최근 1주일 사이에 50명의 승객을 태웠다. 공유차량의 픽업 서비스를 금지하는 공항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 이 정도 실적을 올렸으면 선전한 셈이다.
물론 공항에서 손님을 태우는 것이 아직은 불법이기 때문에 다른 일반 승용차처럼 ‘수화물 찾는 곳’(baggage claim area) 앞의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고객을 맞이하지 못한다.
스미스는 짐 찾는 곳에서 1분가량 걸어가야 하는 단기 주차지역에 자신의 은색 도요타 프리우스를 세운 후 스마트폰으로 ‘예약 고객’에게 위치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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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차량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는 2015년 5월28일 현재 58개국 300개 도시로 진출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과시하며 기존 택시업계를 뿌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서비스 출범 후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카고, 라스베가스와 LA를 비롯한 전국 대도시는 공유차량이 공항에서 손님을 태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고객 픽업을 허용하는 공항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거의 예외 없이 이중삼중의 까다로운 제한규정을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기존 택시와의 대등한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버의 고객 픽업 단속을 가장 엄격히 시행하는 곳은 ‘항공교통의 허브’로 불리는 애틀랜타의 하츠필드-잭슨 공항이다.
이곳의 공항경찰은 지난 5개월 사이 손님을 태우려던 우버 기사들을 상대로 100건의 ‘딱지’를 발부했다. 우버 차량은 하츠필드-잭슨 공항까지 고객을 실어 나를 수는 있지만 현장 픽업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우버 기사들은 클라이언트와의 ‘비밀 접선장소’를 물색한다. 대부분 여행경험이 풍부한 우버 사용자들은 경찰과 기사들 사이의 ‘숨바꼭질 게임’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예약차량 대기장소까지 몇 분간 걸어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일부 대담한 우버 기사들은 차량 식별표시를 모두 감춘 채 수화물 찾는 곳 바로 앞의 도로변에서 예약손님을 태우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우버 기사는 손님이 직접 짐 가방을 차 트렁크에 실은 후 앞좌석에 앉아줄 것을 전화로 미리 당부한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 작전이다.
마치 친한 친구나 가족처럼 기사와 승객이 가벼운 포옹을 나누며 서로 인사말을 주고받는 설정도 있다.
스미스를 비롯한 많은 우버 기사들은 현대판 워키토키에 해당하는 메시징 앱 박서(Voxer)를 이용해 동료들과 경찰의 단속활동 등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그러나 좀처럼 열릴 것 같지 않던 공항의 빗장이 최근 들어 조금씩 풀어지고 있다.
차량공유제의 거대한 물결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전국의 공항 관리책임자들은 우버의 승객 픽업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규정을 개정하거나 새로 마련 중이다.
지난 연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이 처음으로 우버와 리프트(Lyft)의 현장 픽업을 허용한데 이어 몇몇 다른 공항들이 차량공유 서비스사를 개별적으로 선택해 유사한 계약을 체결했다.
여행 어드바이스 블로그 ‘트래블스킬스 닷컴’을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의 크리스 맥기니스는 “공항 출입을 할 때 우버나 리프트를 이용하지 않는 주변의 친구나 친지를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며 “요즘 일반 택시를 불러 타고 공항에 가는 사람은 희귀종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우버와 웡즈(Wingz)는 샌타애나의 존 웨인 공항과 거래를 트면서 남가주 시장의 단단한 방어벽을 뚫었다.
LA 국제공항도 올 여름 제한규정을 폐지하고 우버의 전면적인 영업을 허용한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우버의 공항 영업은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는 일부 시의원들의 강한 반대를 꺾고 자신의 공약을 지켜냈다.
뉴욕의 라과디아와 케네디 국제공항은 ‘택시&리무진 커미션’의 영업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우버와 우버X의 기사들의 공항픽업 서비스를 허용한다. 우버는 2012년 저렴한 모델의 차량으로 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X를 출시한 바 있다.
이처럼 ‘우버 제한구역’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공항 지상운송협회(AGTA)에 따르면 아직도 대부분의 공항들은 우버X 기사들의 승객 픽업을 용인하지 않는다. AGTA의 사무국장인 레이 먼디는 전국적인 차원의 공항픽업이 허용되기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우버는 자사 등록차량의 규모로 볼 때 승객을 공항에 떨어뜨리는 드랍오프(drop-off) 서비스와 고객 픽업 서비스가 모두 허용된다면 손님을 태우지 않은 채 빈차로 돌아가는 ‘공차운행’(deadhead trip)을 피할 수 있어 공항의 효율적인 교통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정 구역에 들고나는 차량의 수를 모니터하는 ‘지오펜스’ 테크놀러지를 활용해 공항 도로변의 주차 공간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우버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레인 카셀만은 “우리가 시도하는 것은 기존의 택시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여행자들은 공항에서 우버를 이용할 수 있기를 원할 뿐 아니라 조만간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지아주 의회가 7월1일부터 우버 블랙(Uber Black)의 공항 영업을 허용하는 입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철옹성 같던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공항의 ‘철문’도 부분적으로 열리고 있다.
우버 블랙의 운전자들은 모두가 상업용 면허를 소지하고 있으며 전국 대부분의 주요 공항에서 영업을 허락받은 상태다.
하츠필드-잭슨 공항이 우버 블랙에 문호를 개방함에 따라 실무 담당자들은 이들을 수용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버의 공항픽업 허용방침을 정한 다른 공항들도 공유차량에 부과할 수수료 징수 절차를 확립하기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공항택시에 부과되는 수수료는 1회 운행 당 1.5~4달러로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하츠필드-잭슨 공항의 택시운행 건수는 총 78만4,000건. 따라서 우버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4달러로 책정한다면 공항 당국은 최소한 100만달러 이상의 연간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추가수입이야 나쁠 게 없지만 문제는 우버 차량들의 공항 내 대기공간과 도로변 주차공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이다. 테네시주 내슈빌 국제공항은 적어도 이 방면의 선두주자다. 내슈빌 공항은 이미 공유차량 전용 픽업레인을 지정해 두었다.
다음은 보험이다. 상당수 공항들은 터미널로 연결되는 주변도로를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래도 공항을 출입하는 차량이 늘어나면 사고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마련이고 자연히 공항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올라가게 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는 문제 역시 시급히 처리해야 할 선결과제다.
프리우스 운전자인 스미스는 공항 픽업 서비스가 허용되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것으로 자신한다.
이제까지 공항에서 숫한 고객을 픽업했지만 경찰의 단속에 걸려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그는 “딱지를 떼이는 동료 기사들은 거의 모두 어리버리한 초짜들”이라고 말했다.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면 별 어려움 없이 단속망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딱지를 떼었다거나 강제 토잉을 당했더라도 벌금과 관련 경비 전액을 회사가 지불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다.
여행 블로그 ‘트래블스킬스 닷컴’을 운영하는 크리스 맥기니스는 우버를 “이미 출발한 열차”에 비유했다. 마지막 금단구역인 종착역에 진입할 때까지 크고 작은 장애물을 돌파하며 끝까지 멈추지 않고 달릴 것이라는 확신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의 확신은 크게 빗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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