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제조업, 생산 공장 U턴 가속…
▶ 의류·식품 등 내수기업 잇달아 가격 인상
[일본의 엔저 현상]
일본 엔화가치가 지난 2일 한때 달러 당 125엔까지 떨어지는 등 엔저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일본 기업들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있다. 제조업체들은 엔저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를 노리고 국내로 유턴하는 한편 원가비용 상승 등으로 부담이 커진 내수기업은 일제히 가격 인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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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과거 엔고로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겼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최근 엔저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국내생산을 늘리고 있다.
일본 전자제품 제조업체 파이오니아는 국내 시판용 내비게이션 생산지를 태국에서 일본으로 옮길 예정이다. 파이오니아는 이를 통해 올해 예상 판매량 38만대의 절반을 아오모리현 공장에서 생산할 방침이다.
일본 자동차 업계도 국내 생산비율을 높일 계획이다. 혼다는 멕시코와 영국에서 판매되는 주력 소형차 피트의 생산지를 국내로 옮겨 수출비중을 2014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의 3%에서 2015회계연도에는 10%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최고경영자(CEO)도 국내 생산 증가를 시사했다.
신문은 엔저가 전반적으로 일본 경제에 플러스 효과를 줄 것으로 내다봤다. SMBC 닛코증권에 따르면 엔화가치가 달러 당 1엔가량 떨어지면 도쿄 증시 1부 상장기업의 경상이익이 0.5%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의류·식품업계 등 내수기업들은 엔저로 수입원료 비용 상승 등 부담이 커지면서 속속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일본 최대 제빵업체인 야마자키 제빵은 다음 달부터 식빵과 크림빵 판매가격을 2년 만에 인상한다. 연초에 밀가루 등 원자재 구입비용이 전분기보다 8억엔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엔저 가속화에 따라 이 비용이 30억엔까지 치솟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브랜드를 보유한 의류소매 업체 패스트리테일링도 엔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올 가을과 겨울 상품가격을 2연 연속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엔저가 지속되면 내년에도 패스트리테일링 측의 가격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지업체들도 종이원료인 나무 등을 달러로 구입해 엔저에 따른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제지는 엔화가치가 달러 당 1엔 떨어지면 연간 7억엔의 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제지는 다만 2015회계연도에 골판지와 양지 등의 아시아수출물량을 20% 늘려 엔저를 통한 수익증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들도 일제히 일본국내 판매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6월들어 이탈리아의 불가리, 프랑스의 발렌시아가 일본 내 가격을 인상했다. 오는 8일에는 프랑스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 산하의 셀린도 핸드백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10% 정도 올릴 계획이다. 이들 브랜드의 가격 인상에는 엔저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것과 명품매출이 호조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한편 1990년대 외환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쳐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엔·달러 환율은 최근 122~125엔 정도의 박스권에 들어갔다"며 “125엔을 넘어설 여지는 남아 있지 않으며 환율이 130엔대를 기록할 일도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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