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F 구제금융 협상 결렬돼도 ‘체납’ 해당
▶ ECB 긴급 대출 끊기면 파산 각오해야
29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시위자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의 채무를 탕감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 그리스 디폴트 벼랑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추가 연장 없이 오는 30일 종료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할 부채는 15억4,000만유로(약17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그리스의 비극은 복지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만성 재정적자에서 잉태됐다.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그리스는 2010년부터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에서 돈을 빌려 빚을 갚는 돌려막기 식 구제금융으로 수년째 나라살림을 꾸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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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올 1월에는 구제금융 국제채권단의 개혁안에 저항하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집권하면서 악화일로로 치달았고 최근 그리스 정부가 국제채권단이 제시한 개혁안의 수용 여부를 7월5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거부하자 이 지경에 이르렀다.
유로그룹의 구제금융 협상 결렬과 디폴트 선언,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그렉시트)까지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이 분주하다. 그리스 사태의 앞날에 대해 궁금한 점을 Q&A를 정리했다.
Q.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돈을 갚지 못하면 바로 디폴트에 빠지나?
A. 그리스가 30일까지 IMF 구제금융을 갚지 못해도 당장 디폴트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IMF는 회원국의 부채 상환실패를 디폴트가 아닌 ‘체납’(arrears)으로 규정하며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민간 채권자에 대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때만 디폴트로 정의한다. 부채 상환 실패 이후 그리스는 쿠바와 짐바브웨의 경우처럼 IMF 회원 자격은 유지하나 밀린 빚을 갚을 때까지 IMF로부터 어떤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다만 기술지원을 받을 수는 있다.
Q. 그리스 은행의 미래는?
A. 그리스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급 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ECB는 그 동안 그리스가 요청할 때마다 높여온 긴급유동성지원금(ELA)의 한도를 현행 수준인 890억유로에서 동결했다. 더 이상은 그리스의 사정을 봐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그리스의 뱅크런을 계속 막아줄 수는 없다는 의사 표명이며, 구제금융 연장으로 금융불안이 해결되지 않는 한 그리스 디폴트 이후 파산이나 국유화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Q. 그리스가 디폴트 이후에도 유로존에 남아 있을까?
A. 확실하지 않다. 유로존 규칙에 따라 회원국은 계속 대출상환을 요구 받게 된다. 채무부담에서 벗어나려면 유럽연합(EU) 탈퇴가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회원국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은 전례도, 관련 절차도 없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국민투표가 그렉시트에 관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희망과 상관없이 ECB의 구제 금융이 끊기면 그리스는 자체 통화인 드라크마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그렉시트가 불가피한 것이다. AP통신은 “그리스가 드라크마 체제로 돌아가 돈을 찍어내면 드라크마는 평가절하되고 인플레이션 등 급격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관측했다.
■ 은행·증시업무 중단
그리스 정부가 28일 은행업무 중단을 발표한 이후 수도인 아테네 시내 곳곳은 상당한 혼란이 빚어졌다. 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은행 현금 자동입출금기(ATM) 앞에 대거 몰렸고 가게와 상점 등은 신용카드를 받는 것을 거부하면서 현금이 부족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관광을 포기하고 귀국을 서두르는 모습도 보였다.
정부가 신용·현금카드가 없는 연금 수급자를 위해 연금 지급 업무를 오후부터 정상적으로 한다고 발표하자 은행 지점들에는 노인들만 줄을 섰다.
외신에 따르면 은행업무 중단 첫 날인 29일 가게와 상점 등은 평상시처럼 영업을 개시했다. 하지만 은행은 문을 닫았고 증시도 개장하지 않아 금융위기가 시작됐음을 체감케 했다.
호텔과 식당 등은 은행업무 중단이 발표된 직후 신용카드로 대금을 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ATM 인출 제한에 외국인 관광객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관광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ATM에 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ATM 잔고가 금방 동이 나 외국인 관광객도 현금을 인출할 수 없는 처지다.
그리스 관광업계도 피해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금만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상당수의 관광객들이 물건을 사지 않고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아테네 플라카 지역의 한 기념품 가게 주인은 “현금을 받는 대신 값을 깎아주는데 대부분은 그냥 가버린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아테네 시민들이 29일 근처 주유소와 상점을 돌며 기름과 생활용품을 사재기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스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자 사람들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를 상황을 대비하러 나선 것이다.
■ 용어해설
▲ 디폴트(default)=정부가 외국에서 빌려온 차관을 정해진 기간 안에 갚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디폴트가 선언되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서 상환 기한이 되기 전에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다.
▲ 뱅크런(bank run)=단기간에 은행 예금을 인출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태를 뜻한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거나 거래은행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되면 일어나며 은행은 당장 출금해줄 돈이 바닥나는 상황을 맞게 된다.
▲ 유로존(Eurozone)=유럽연합의 단일화폐인 유로를 국가통화로 도입해 사용하는 나라와 지역을 통틀어 가리킨다. 1999년 1월1일 유로가 공식 도입되면서 탄생했고 올 1월 리투아니아가 추가로 유로존에 가입해 19개국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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