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트로이트·스탁턴 등 파산 이어 푸에르토리코 “빚 갚을 능력 없어” 선언
▶ 이르면 7월 셧다운 발발할 듯… 채무 720억달러, 지방채 충격 우려
한 여성이 푸에르토리코 수도 샌환 도심에서 경기침체로 문을 닫은 한 은행 옆을 걸어가고 있다.
‘미국판 그리스’로 불리는 푸에르토리코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장은 채권자들과 타협해 하루하루 위기를 넘기고 있지만 이르면 다음 달 푸에르토리코 자치령의 보유현금이 완전히 바닥나면서 정부 셧다운(부문 업무정지) 사태가 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알레한드로 가르시아 파디야 주지사는 지난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푸에르토리코는 72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다"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푸에르토리코는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고 경제사정이 더 나빠진다면 채무를 다 갚을 수 없다"며 채권자들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채권자들이 부채상환을 5년정도 연기해 주지 않는다면 푸에르토리코는 ‘죽음의 악순환’ (death spiral)에 빠질 것"이라며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이 세금인상, 연금삭감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만큼 채권자들도 희생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에르토리코 주정부는 29일 채권자들과 미 연방 정부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전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이 만든 ‘금융 보고서’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는 ‘푸에르토리코의 채무상환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국에 전례 없는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연방 정부는 29일 푸에르토리코에 대한 긴급 구제금융 제공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바마 행정부나 연방기관 내 그 어느 누구도 구제금융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다만 “연방 정부가 푸에르토리코 정부 관리들과 이번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푸에르토리코가 연방 정부의 지원 없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푸에르토리코는 채무자들의 양보가 없다면 디폴트가 불가피한 처지다. 부채규모가 90억달러에 달하는 푸에르토리코 전력청은 지난주에 7월1일 만기 도래하는 4억1,600만달러의 채무상환을 연기하는 데 겨우 성공했다. 주 정부 산하 공공 금융공사와 정부개발 은행도 다음달 15일과 8월1일에 각각 9,400만달러, 1억4,000만달러를 상환해야 한다. 푸에르토리코 공기업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250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주 정부는 재정난이 가중되면서 공기업을 구제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월스트릿 저널(WSJ)은 이날 “주 정부의 현금이 이르면 7월에 바닥날것"이라며 “공무원 (강제 무급) 휴가 등 비상조치가 실시되면서 정부 셧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달 돌아오는 푸에르토리코의 일반 보증채 원리금은 9,300만달러에 달하는데 미 연방법상 공무원 월급, 공공의료 등 다른 지출에 앞서 최우선적으로 갚아야 한다.
푸에르토리코가 디폴트 위기에 몰린 이유는 19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냉전시대 종료 이후 미국은 일부 미군 기지를 폐쇄한 대가로 연방세를 면제해 줬다. 하지만 2006년 법인세에 대한 세제혜택이 끝나면서 제약업 등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탈출했다.
경기침체로 세수감축, 실업률 증가와 인구감소 등의 악순환에 빠지자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막대한 지방채발행으로 재정부족 사태를 해결했다.
푸에르토리코 지방채는 연방·주·지방세가 면제되는데다 금리도 8~11%에 이르면서 투자가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하지만 주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70%에 이르자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빠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자치령이라는 독특한 지위 때문에 채무 재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푸에르토리코 정부는 다른 주들처럼 연방 정부의 구제금융이나 공기업의 파산선언이 가능하도록 ‘SOS’를 보내고 있지만 성사가능성은 회의적이다. WSJ는 “미 의회 일각에서 푸에르토리코를 파산보호 챕터 9의 대상으로 두는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헤지펀드나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심사는 푸에르토리코의 디폴트 사태가 미 지방채 시장에 미칠 충격파다.
NYT는 “디트로이트·스톡턴 등 다른 도시의 파산으로 이미 지방채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며 “디트로이트 채무의 8배에 달하는 푸에르토리코의 채무이행이 불가능하다면 금리급등 등의 여파로 지방채 시장이 전무후무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무디스 투자서비스의 테드 햄프턴 애널리스트는 “푸에르토리코는 독특한 사례이기 때문에 3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전체 지방채시장에 파급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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