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이 개봉 8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섰다. 1400만 관객을 불러 모은 ‘국제시장’과 같은 속도다. 흥행세보다 뜨거운 건 관객의 반응이다. 영화는 2002년 6월29일 서해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일어난 국군과 북한군의 실제 교전(제2연평해전)을 영화화했다. 이날은 한국과 터키의 2002년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있었다. 국민이 축제를 즐길 때, 이들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하지만 이들의 희생은 축제의 환희에 묻혔다. 당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고 있는 국민은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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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그들의 희생을 기리고, 예의를 갖춰 그들을 떠나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연평해전’을 향한 관객의 호응은 영화가 하려는 일에 대한 일종의 동의(同意)다.
배우 김무열(33)은 이 ‘동의’에 관객보다 먼저 합류해 대열의 선두에 섰다. 그는 극 중 참수리357호의 정장 ‘윤영하 대위’를 연기했다. 김무열은 ‘연평해전’시나리오를 읽었던 때를 떠올리며 “도저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무열은 지난해 7월 제대했다. ‘연평해전’의 시나리오를 받은 건 군복을 벗기 직전이었다. 군에 간 남자배우에게 제대 후 첫 작품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2년간 떠났던 연예계 재(再)연착륙의 성패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김무열도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러다 결정했다. "이 이야기를 사람들과 반드시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작품으로 복귀해야겠다’는 게 아니라 이 이야기의 일원이 되고 싶었달까요.”
제2연평해전이 일어났을 떼 김무열도 월드컵 열기에 취해있었다. 속보로 봤던 건 기억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군대에서 정신교육을 받았을 때도 6용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이것 또한 “수동적으로 들었다”고 했다. ‘연평해전’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그는 전사자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제2연평해전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더 많은 사람이 이 일을 기억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윤영하 대위’를 연기한 방식은 간단했다. "그분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혼신의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김무열은 “흉내 내는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윤영하 대위)를 더 좋은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배우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참여할 때 사건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을 만나 당시의 상황이나 심정을 묻곤 한다. 김무열도 그랬다. 고(故) 윤영하 소령(사후 일계급 특진)의 동생을 만났다.
하지만 김무열은 “아무 것도 물을 수 없었다”고 했다.
“둘이서 그냥 술만 마시다가 취해서 헤어졌어요. 할 말이 없더라고요. 윤영하 대위에 관해 이야기하고, 아픔을 나누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전 그저 최대한 연기를 잘해서 좋은 영화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혹자는 ‘연평해전’을 우파 영화로 낙인찍는다. 누군가는 ‘빨갱이팔아서 정치 놀음한다’고 거칠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무열의 생각은 다르다.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는 걸 저도 알아요. ‘애국심’같은 단어도 나오고 말이죠. 하지만 전 ‘연평해전’이 그것보다 더근본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봐요. 그건 결국 ‘우리’라는 거죠. 전 그들이 애국심 때문에 (북한군과) 맞서 싸운 게 아니라고 봐요. 우리를 위해서 희생한 거잖아요. 그들은 옆집에 사는 이웃일 수 있고, 친구일 수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연평해전’은 ‘우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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