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도둑들’과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어요. 클래식하고 정공법적인 방법으로 하면(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 거죠. 1년 동안 이(‘암살’) 시나리오를 썼는데, 폐기처분하고 다시 썼어요. 저에게는 분명히 도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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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극장가 최고 기대작 ‘암살’이 처음 공개됐다. 연출을 맡은 최동훈(44·사진)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언론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두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동훈 감독의 말처럼 ‘암살’은 그가 지금껏 만들어온 작품과는 결이 다른 영화였다. ‘도둑들’(2012) ‘전우치’(2009) ‘타짜’(2006) ‘범죄의 재구성’(2004) 등 그의 전작들이 장르와는 무관하게 유머러스한 분위기 속에서 시종일관 유쾌한 에너지를 쏟아내며 관객을 러닝타임 내내 몰아쳤던 것과는 달리 ‘암살’은 예상보다 더 진지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암살’은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싸운 암살단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암살단과 이들을 만든 대한민국 임시정부, 일본군 사령관과 친일파, 임시정부 내부의 적에 청부살인업자가 얽히고설킨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전작과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최동훈 감독은 자신의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현란하고 속도감 있는 편집과 통통 튀는 대사 감각을 모두 버렸다. 일례로 ‘암살’에는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우린 잊으면 안돼"와 같은 영화의 메시지를 암시하는 직접적인 대사들이 등장한다. 이런 대사는 최동훈 감독의 전작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최동훈 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겪었던 고충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내가 시나리오를 이렇게 못 쓰는 사람이었나’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잘 써야 배우들이 잘 할 텐데’ 이런 자괴감으로 2년(시나리오 완성하는 데 걸린 시간)이 흘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과 시나리오 쓰는 방식을 달리했더니 “그때부터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예전에 제 영화는 캐릭터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빠르게 말하고 그런 것을 드러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관객이 인물들을 천천히 알아가게 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고난의 시절이었어요.(웃음)"
그렇다고 해서 ‘암살’이 무겁고 진지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정우와 오달수, 조진웅과 최덕문은 간간이 최동훈식 유머를 보여주기도 한다. 최동훈 감독은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켜가면서 최선을 다해 양념을 넣으려고 했다"고 했다.
‘암살’에는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도둑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영화계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배우들이 총집합했다.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오달수, 이경영, 최덕문, 그리고 조승우가 특별출연한다.
흥미로운 건 주인공이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이라는 것. 하정우, 이정재 등 주로 타이틀롤을 맡는 남자배우를 제치고 여배우가 ‘암살’과 같이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영화에 주인공을 맡는 건 최근 한국영화에 없던 일이다.
전지현은 “연기를 하는 것보다도 여자주인공이 주가 돼 영화를 이끌어간다는 게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다"면서도 “동료 배우와 감독님의 배려로 부담감을 떨쳐냈다"고 밝혔다.
전지현이 맡은 역할은 암살단 대장 ‘안옥윤’이다. 만주 독립군의 스나이퍼로 백발백중의 사격술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그는 “총을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집에서도 총 다루는 연습을 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암살단을 모으는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을, 하정우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을, 오달수는 하와이 피스톨을 보좌하는 ‘영감’을 연기했다. 조진웅은 신흥무관학교 마지막 멤버로 암살 작전에 투입되는 ‘속사포’를, 최덕문은 폭탄전문가 ‘황덕삼’을 맡았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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