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말이 있다.
사자성어로는 이장폐천(以掌蔽天)이라고 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평통)이 하는 모습을 보면 가히 이장폐천이라 할만하다.
1970년대에 유신시절이 있었다. 그때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거수기 단체를 구성해 유신헌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을 선출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작태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거수기 단체 구성원들이 누구인지 알았다는 면에서는 최근의 평통의 비밀작전에 비해 오히려 투명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번 평통자문위원 선출과정에서는 자문위원 선출을 위한 추천위원회가 구성이 됐으나 누가 추천위원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됐다.
평통위원이 뭐길래 로비(?)까지 할까마는 혹시 모르니 자문위원 추천과정에서야 로비가 들어올 수 있다고 치더라도 끝난 이후에는 재빠르게 밝혔어야 했다. 만약 자문위원 중에 문제(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는 이들이 포함됐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밝히지 않은 채 쉬쉬하고 있다.
그리고 자문위원들도 최종 확정된 이후에는 명단을 곧바로 밝혔어야 했다. 평통자문위원이 독립군도 아니고, 평통자문위원을 제외한 한인동포들이 일제시대 순사도 아닌데 뭘 그리 숨길 것이 있다고 꼭꼭 숨겼는지 모를 일이다.
단 한번의 회의를 가져도 다 밝혀질 것을 굳이 비밀결사대를 보호하는 것마냥 그럴 필요는 없었다.
어느 누구의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아둔한 발상이 아닌가 싶다.
결국 ‘먹통 인선’이라는 논란과 온갖 비난을 다 받고 나서야 뒤늦게 평통자문위원 전체명단을 공개했다. 욕은 욕대로 먹고 공개는 공개대로 한 것이다.
평통의 역할은 대통령의 통일정책 전반에 대한 자문과 건의를 하는 헌법기관이며 자문위원은 그 헌법기관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에 보면’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나와 있는데 헌법기관 구성원들이 민주국가에서 투명하지 못한 비밀스런 모습을 보인다면 그 자체로 이미 역할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것이다.
이제 자문위원 전체 명단은 공개됐다. 또한 제 17기 평통 출범식도 코앞에 다가왔다. 그런 만큼 앞으로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한민국과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위해 제발 조그만 역할이라도 해주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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