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인식하는 그룹 ‘비스트’의 색은 서정적인 노래를 하면서 동시에 퍼포먼스를 하는 보이그룹이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곱 번째 미니앨범 ‘타임’(Time)의 ‘12시 30분’이나, 그 전 앨범 ‘굿 럭’(Good Luck)의 ‘굿 럭’, 정규 1집선 공개곡 ‘비가 오는 날엔’ 같은 노래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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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데뷔 후 6년 동안 미니앨범 일곱 장과 정규앨범 두 장,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낸 앨범까지 하면 1년에 거의 두 장씩 앨범을 발매했던 것은 비스트가 잘 하는 것, 비스트에게 잘 어울리는 것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비스트는 그렇게 지난해 6월 발매한 ‘굿 럭’부터 서정성 강한 알앤비발라드 장르에 안착하는 듯 했다.
그러나 비스트는 지난달 27일 발매한 여덟 번째 미니앨범 ‘오디너리’(Ordinary)에서 전혀 다른 카드를 꺼내 보였다.
공식 팬클럽 회원 수만 25만 명, 어떤 노래를 발표해도 평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대중성 등을 고려했을 때 비스트의 이러한 변화는 유의미하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취해 안주하기보다 다소 위험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시도를 했고, 결국 한 단계 더 발전한 결과물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타이틀곡 ‘예이’(YeY)는 비스트가 했던 흥행이 보장된 노선에서 한참 벗어난 음악이다. 점점 고조되는 비트와 강렬한 신스 사운드로 팝, 댄스 뿐 아니라 일렉트로닉으로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미니 앨범 치고 풍성하게 들어 찬 7곡의 수록곡에서도 비스트의 다양한 시도를 느낄 수 있다. 밝고 경쾌한 느낌의 댄스곡 ‘일하러 가야 돼’부터 세련된 신스 사운드의 미디엄 템포곡 ‘그 곳에서’, 몽환적인 사운드가 돋보이는 ‘스위트 룸’, 그루브하고 재지한 느낌의 ‘가져가’와 ‘오 허니’(Oh Honey)까지 골라 듣는 맛이 있다. 여기에 일본 앨범 수록곡의 한국어 버전 ‘아이 씽크 아이 러브 유’(I Think I Love You)와 ‘원 데이’(One day)를 보너스 트랙으로 실었다.
또 하나 ‘오디너리’로 증명한 비스트의 성과는 이들이 자신의 음악을 만들 줄 아는 아이돌로 정착했다는 점이다. 멤버 용준형과 작곡가 김태주가 의기투합한 작곡팀 ‘굿 라이프’가 2013년 발매한 정규 2집 ‘하드 투 러브, 하우 투 러브’(Hard to love, How to love)부터 비스트의 음악을전담하면서 쌓은 팀워크가 이번 앨범에서 빛을 발했다. 이번 앨범 역시 이기광이 작사·작곡에 참여한 ‘오 허니’를 제외한 전곡을 ‘굿 라이프’가만들고 프로듀싱했다.
남의 손에 맡기지 않은 앨범의 장점은 곡의 구석구석에서 드러난다.
연습생 시절을 포함하면 거의 10년을 함께 한 사이인 만큼, 각 멤버들의 목소리와 어울리는 파트가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비음 섞인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기광과 윤두준의 목소리는 각각 ‘오 허니’의 코러스와 도입부를 완성하고, 용준형의 독특한 래핑은 ‘일하러 가야 돼’ 후렴구의 리듬감을 채운다. 메인보컬 양요섭의 부드러운 음색은 ‘스위트 룸’에서 빛을 발하고, 장현승의 날카로운 음색은 ‘예이’에서 폭발직전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손동운은 담백한 음색으로 ‘그 곳에서’ 후렴구의 담담함을 표현한다.
이번 앨범으로 비스트는 어느 정도 연차가 쌓여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의 바람직한 노선을 그렸다. 실력이 뒷받침 된 도전, 결국 이들이 그린 길은 ‘정도’다. 앞으로도 비스트의 새 앨범이 기대되는 이유다.
<조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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