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클린의 소규모 음악당, 세인트 루크 교회(Saint Luke Church)
음악당의 외관. 오르간 연주자로 또 교육자로서 워싱턴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정희 오르가니스트가 음악감독 폴 스케빙턴 박사로 부터 코칭을 받고 있다. 연주회장의 모습.(시계바대방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공연장이 뿜어내는 매력에 한참을 서 있었다
이제 다가올 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음악회를 앞두고 워싱턴의 음악인들과 음악단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워싱턴 문화기행을 통해 소개해온 음악당들은 국가 보물급 수준의 값지고 규모면에서도 웅장한 명소들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크고 화려한 음악회를 위한 대형 연주장소보다는 연말 음악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한 장소를 소개하고 추천하고 싶다. 북버지니아, 메릴랜드, 워싱턴 DC의 교차점인 맥클린에 위치한 성 루까 교회(Saint Luke Church)이다. 위치적인 면이나 연주의 기능, 효과 면에서 훌륭한 공연장이므로 미 음악계에는 꽤 알려져 있으나 대부분의 한인들은 모르는 곳이라 이번 기회에 소개하려 한다.
오페라 나비부인이 실패한 이유
내가 지난 두어 달 독자 여러분을 지면을 통해 만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예술의 나라’ 이탈리아를 다녀와서이다. 로마, 플로렌스, 베네치아를 거쳐 밀라노, 나폴리를 방문하고 다시 로마로 이어진 꽤 긴 여행을 가졌다.
어느 지역을 방문해도 끊임없이 접하는 것은 ‘성당’과 ‘예술문화’이었다. 호텔 등 숙박업소, 거리의 벽 곳곳에는 다양한 음악회 및 예술 공연 포스터가 가득 넘치게 붙어 있었고 방문하는 곳곳마다 크고 작은 성당과 교회를 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곳은 화려하게 반짝 반짝 빛나는 ‘라 스칼라 극장’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벽화로 그려져 있는 조그마한 교회이다.
이태리 북부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거금 300유로를 들여 관람한 푸치니 오페라, 카르멘 공연은 ‘라 스칼라의 자존심’이라 명할 수 있을 만큼 세계 최정상이었다. 하지만 스칼라 극장의 웅장하고 화려함 때문에 실패한 공연이 있었다고 하면 의아해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1904년 2월17일 쟈코모 푸치니는 대망의 꿈을 갖고 작곡한 오페라 ‘나비부인’을 대 ‘스칼라 극장’에 첫무대를 올렸다. 결과는 흥행 실패였다. 그 후 분석된 바는 2막으로 된 오페라가 하나의 막의 너무 길었다는 이유 등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연주장소를 잘못 선택한 점이었다고 한다.
대형 스칼라 극장은 동양의 미를 표현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장소였다. 마치 일식점이 아무리 사업이 잘되어도 장소를 확장하지 않는 이유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문제점을 수정한 ‘나비부인’이 그해 5월28일 브렌스차에서 재공연 되었다. 규모가 작은 브렌스차 극장을 조촐하지만 코지한 동양의 미를 살려 무대를 꾸며 공연한 두 번째 ‘나비부인’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음악에서 공간의 중요성
그만큼 공간이 주는 효과가 예술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최상의 예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심혈을 기울여 그린 ‘최후의 만찬’이다. 벽화는 겨우 30명 들어갈 수 있는 아주 작은 교회당 벽면에 그려져 있었다. 숨을 죽이며 겸허하고 감동된 마음으로 이 신이 내린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압축된 공간이 주는 효과가 컸다고 본다.
신문지면에 ‘음악당’ 특집이 나가면서 워싱턴에 거주하는 오르가니스트 몇 분이 강력히 추천한 교회여서 방문의 기회를 가졌다. 우선 지리적 조건이 버지니아, 메릴랜드, DC에서 운전해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페어팩스 카운티 랭글리 고등학교 건너편에 있어서 무엇보다 청중 동원에 유리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표현할 수없는 공연장이 뿜어내는 매력에 한참을 서 있었다. 너무 과하지 않지만 색조감이 뛰어난 모자이크와 스테인드글라스, 따뜻한 목조와 세련된 금속의 조화가 나의 영혼을 뛰게 했다. 실제로 1977년 이 교회를 지을 때부터 1997년 오르간이 완성될 때까지 이 교회 건축위원들이 실지 공사를 이행하기 전에 여러 형태의 ‘모형’을 만들어 기능이나 외형의 조화를 충분히 고려해 본 후 하나님의 아름다운 성전 건축에 착수할 만큼 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400명 수용, 콘서트용 피아노 구비
성전에는 400명가량이 앉을 수 있고 두 대의 파이프 오르간 콘솔이 있다. 이 오르간들은 1995년에 진행해서 1997년 켄터키 루이스빌의 스테이너 렉(Steiner Reck) 회사가 디자인하고 설치했다. 3천97개의 파이프를 독일에서 제작했고 이 모든 진행과정은 교회 음악감독 폴 스캐빙턴(Paul Skevington) 박사의 지시 아래 이루어졌다.
그 제작진들은 “인간의 마음을 하나님께 숭고하고 강력하게 끌어 올리는 소리를 가진 악기”라고 그들의 보물을 표현하고 있다. 오르간이 좋은 만큼 James David Christie 등 저명인을 모시고 하는 오르간 마스트 클래스가 자주 열린다. 흔히 가톨릭교회를 빌려 연주회를 가지려면 가장 힘든 부분 중의 하나가 피아노가 없어 인근 피아노 사로부터 렌트하거나 설령 있어도 업라이트 피아노를 사용해야 하는 점들이다. 이 교회에는 독일의 명품 피아노사인 Steingraeber & Sohne 회사의 9 foot 콘서트용 피아노가 있을 뿐 아니라 한 개의 건반 단을 가진 플레미쉬 스타일의 합시코드도 소유하고 있어 초기 교회음악부터 바로크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교회음악을 연주하기에 아주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세속 음악은 안돼
공간 음향도 훌륭해서 아카펠라(무반주 합창)를 연주하기에 아주 적합하고 CD를 제작하기에도 만족도가 있는 공간이다. 연주장소는 교회에서 제공되는 음악회와 행사를 피해 렌트 가능하다. 단 세속 곡은 연주금지이고 모든 연주곡들이 교회음악으로만 프로그램이 꾸며져야만 한다. 성전 연주당 렌트 비용은 비싸지는 않고 성전 복도 건너편의 친교실도 연주를 할 수 있게 무대가 마련되어 있어 작은 콘서트를 위한 렌트도 가능하다.
만약 화려하진 않지만 격조 있고 영혼이 깃든 진정성 있는 크리스마스 음악회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 ‘Saint Luke Church’를 방문해 보시길 권한다.
주소: 7001 Georgetown Pike, McLean, VA 22101
웹 사이트: www. saintlukechurch.org
글 사진 이성희
미드웨스트 음대 교수
전 워싱턴음악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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