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대국 위안화 절하 등 작년 10월 이후 44% 폭락… 소매값은 5~20센트 올려
▶ 사전구매 인한 손실 만회… 시장과 거꾸로 정책 ‘강수’
[원자재값과 역행하는 아리송 가격정책]
그러나 스타벅스를 짧은 시간에 업계의 전설로 떠밀어 올린 기발한 고가 전략은 올 여름 세계 원두시장을 강타한 가격 급락세와 충돌을 일으키며 미묘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커피의 원자재인 원두가격이 ‘자유낙하’를 하는 와중에 스타벅스는 오히려 소매가격을 인상하는 비상식적 가격정책을 들고 나왔다.
오래 전, 런던의 커피하우스는 세계 금융시장의 정보안내 센터였다. 각종 원자재의 가격 동향에 관한 정보교환이 커피점에서 이루어졌다.
만일 브로커들이 스타벅스에 모여 이곳의 커피 값을 기준으로 원두가격을 분석한다면 원자재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는 엉뚱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원두는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커피는 원자재의 전반적 하강기류에 동승했다. 특히 원자재 생산 대국인 중국이 2주 전 위안화를 평가절하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일시적으로 더욱 강화됐다.
중국뿐 아니라 주요 원자재 생산국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콜롬비아와 브라질의 화폐 가치가 수개월간 미끄럼질을 친 탓에 원두는 석유, 철, 강철과 함께 원자재 종목 가운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쯤 됐으면 일반적인 시장논리로는 커피 값이 떨어져야 맞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지난달 6일 경비 인상에 따라 부득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 소매가격을 컵 당 5센트에서 20센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미드타운 맨해턴 스타벅스 점포에서 판매하는 20온스 들이 ‘밴티’컵의 커피가격은 1잔 당 세전 2.55달러로 10센트가 인상됐다.
12온스 들이 ‘톨’ 컵의 가격은 1.95달러로 변동이 없지만 스타벅스 매니저인 짐 올슨의 설명에 따르면 다른 지역의 많은 매장들은 톨 컵의 가격을 인상했다.
샌드위치를 비롯,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식품가격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올슨은 “전반적으로 스타벅스의 평균가격 인상폭은 1%”라고 밝혔다.
스타벅스의 또 다른 대변인인 리사 패스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매장을 찾는 단골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가치를 제공하는 한편 새로운 소비자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대명제와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고민했다”는 말로 가격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흐름에 역행하는 스타벅스의 가격정책은 시장 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묘하게도 고객들은 별다른 불평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승부수가 먹히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궁금증은 여전히 남는다.
스타벅스가 원두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매가 인상이라는 위험한 강수를 두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지난 몇 달간 글로벌 커피마켓의 가격 변화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프리미엄 커피가격의 기준을 제시하는 아라비카의 선물가는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은 이후 올해 7월6일까지 무려 44%가 폭락했다. 원두가격이 바닥을 친 7월6일은 스타벅스가 커피값 인상을 발표한 날이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자 다른 커피점들은 당연히 가격을 인하했다.
대표적인 예로 J.M. 스무커는 6월 말 자사 간판상품인 폴저스와 던킨 도너츠 브랜드의 수퍼마켓 가격을 평균 6% 인하했다.
반면 스타벅스는 수퍼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커피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커피의 소매가격을 올리는 공세적인 자세를 취했다.
주식시장은 스타벅스의 가격인상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고 회사의 주가는 7월6일 이후 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 & 푸어스 500 주식지수의 수익률 1.3%에 그쳤다.
장기 수익률도 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배당금을 포함한 스타벅스 주식의 수익률은 51%로 스탠더드 & 푸어스 500 지수의 수익률인 9%를 크게 앞질렀다. 과거 5년간의 장기 수익률 역시 412%로 스탠더드 & 푸어스 500지수의 115%를 압도했다.
스타벅스의 가파른 성장세는 당연히 필요한 원두 공급량의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달 23일 투자자들과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스타벅스의 중역들은 2016년 커피 공급량의 80% 이상을 이미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런던에 기반을 둔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원자재 전문가 해미시 스미스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스타벅스와 같은 회사는 원두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거나 원자재 확보에 예상치 못했던 높은 가격을 감당해 낼만한 여유로운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타벅스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이 회사가 헤징과 사전구매 합의 등을 통해 외환과 원자재 가격의 등락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타벅스가 제출한 연례 보고서는 지난해 9월28일로 종료된 재정연도의 운영경비가 낮은 원자재 가격, 특히 커피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처럼 커피가격이 예상 외로 떨어지면 스타벅스의 원자재 사전구매 전략은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원두가가 급락하기 전 사전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니 현물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원자재를 사들인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앞으로 나올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이고 경계모드로 돌아선 주식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던 스타벅스의 주식을 내던질 것이 뻔하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는 광범위한 시장의 추세를 거스르며 가격 인상이라는 카드를 뽑아들었다. 가격 인상으로 수입을 늘려 적극적으로 손실 보전에 나서겠다는 신호다.
소비자들이 전반적인 커피 값 인하세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이라는 강수를 둔 스타벅스에 등을 돌리면 게임은 일찌감치 끝난다.
반대로 충성스런 고객들이 가격 인상에 개의치 않고 계속 지지를 보낸다면 스타벅스는 ‘벙커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커피가 스타벅스 전체 경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 된다.
하지만 기업 출범 때 내건 캐치프레이즈대로 고객들에게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선 부동산과 종업원 임금에 상당한 액수의 자금을 퍼부어야 한다. 이외에 종업원 베니핏, 기구 장만, 유통과 마케팅에도 만만치 않은 돈을 뿌려야 한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스타벅스의 최고경영자인 하워드 슐츠는 지난달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미국 내 전체 매장의 거래 가운데 20%가 모바일 페이먼트로 결제된다고 밝혔다. 2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아이폰 결제에는 물론 경비가 따른다. 모바일 페이먼트 비중이 높아질수록 회사의 경비 역시 올라가게 된다.
한마디로 스타벅스로는 늘어나는 지출 속에서 수입증대를 이루기 위해 비상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귀착점은 결국 한 곳으로 모아진다. 주주들이 불안감 해소다.
원두값 하락과 경비 증가의 이중고로 벙커에 빠진 스타벅스의 주식을 내던지려는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주가를 띄워 올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결론이다.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인상된 가격에 합리적이라는 판정을 내릴 것으로 자신한다. 고객들이 과거의 높은 가격을 군말 없이 받아들인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1994년 스타벅스가 맨해턴 매장을 처음 열었을 때 ‘숏’으로 알려진 8온스 들이 ‘스몰 컵’의 가격은 1.25달러였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오늘날의 가격으로 환산하면 2.01달러가 된다. 하지만 맨해턴 점포에서 숏은 1.85달러에 판매된다.
숏은 더 이상 점포 메뉴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 하지만 숏을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하면 아직도 서브를 받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최근의 가격 조정에도 불구하고 1994년에 비해 실질적으로 커피를 더 싼값에 마실 수 있다는 뚯이다.
스타벅스의 도박은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커피 가격이 원자재 시장의 가격과 일치하지 않지만 주식시장은 스타벅스의 절묘한 가격 인상 타이밍에 환호하고 있다. 운 좋게도 스타벅스의 ‘배짱 경영’은 이번에도 통한 것처럼 보인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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