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문명론 / 이어령 지음·마로니에북스 펴냄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성이라 불리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10년 전 일본어로 펴내 반향을 일으켰던 ‘가위바위보 문명론’(원제 ‘ジャンケン(石拳)文明論’)을 이번에 우리말로 번역했다. 번역은 전문 번역가인 허숙씨가 맡았다.
가위바위보 문명을 제시한 점이 매우 흥미롭다. 동양과 서양이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이지만 내기를 하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이다. 동전 던지기 같은 서구식 게임은 승자와 패자를 확연히 가른다. 하지만 이는 결국 20세기 전쟁과 충돌의 시대를 낳았다.
동양의 게임은 다르다. 가위바위보라는, ‘주먹’과 ‘보자기’와 함께 반은 열리고 반은 닫힌 ‘가위’가 있는 동양의 게임은 상생과 순환이 가능하다. 21세기에는 게임의 룰이 ‘승패’에서 ‘공존’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저자가 제시한 순환의 ‘가위바위보’ 담론은 이런 사고를 응축해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해서 고민한다. 누구도 절대 승자가 될 수 없는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대륙과 해양, 그 사이에 낀 반도 간 문화적 상생의 방안을 추출하고 있다. 새로운 패권자로 부상하는 중국과 이에 맞서는 일본의 각축, 그 사이에서 독자적 위상을 고민하는 한국 등 세 행위자가 맞부딪치는 격변의 시기를 맞아 공존과 순환의 논리는 더욱 강조되어야 하고 그 함의와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이 처음 일본어판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저자는 일본 독자들에게 한국의 부상이 동북아시아는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등장으로 중국·일본의 이항 대립구조가 가위바위보의 삼항 순환구조로 바뀌게 되리라는 것이다.
이번에 번역된 책은 일본어 판권을 지닌 일본 신초샤(新潮社)의 협력을 얻어 일본어판과 한국어판의 합본된 형태로 출간됐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