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사도’ 송강호]
출생에 대한 극심한 콤플렉스와 열등감, 그 열등감을 끝끝내 파고들어 자신을 공격해대는 신하들, 극심한 파벌주의로 인한 스트레스, 언제 왕위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평생을 시달린 왕. 여기에 대를 이어 왕이 될 아들을 공개적으로 작은 상자(뒤주)에 가둬 말려 죽인 아버지. 영조는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캐릭터다. 영조와 비교하면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의 비극도 별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필연적이다. 이런 ‘미친’ 인간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한 명 뿐이다. 송강호(48). 최고의 배우라는 수식어보다는 이제 ‘대배우’라는 말이 더 어울리게 된 그가 결국 영조를 맡았다. 과연 영화 ‘사도’에서 송강호는 그 다운 연기를 보여준다. 수많은 작품에서 얼굴을 봐왔지만, 그는 ‘사도’에서 우리가 전에 본 적 없는 또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생존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내며 삶을 하얗게 불태웠지만, 결국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생각하고(思), 분노하며 악다구니를 부리다가 슬퍼하는(悼) 인간을, 송강호는 표현해냈다.
- 영화 `사도’, 어떤 촬영이었나.
“이준익 감독은 할리우드 스타일이다.(웃음) 딱 정해진 콘티와 시스템으로 그냥 쭉쭉 밀고 나간다. 배우들이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 당신이 연기할 때 두려워하는 게 있었다니.
“준비가 필요한 거다. 예를 들면, ‘변호인’할 때 법정 장면이 있지 않나. 그 장면 촬영하기 전 5일 전부터 이미 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공판 장면이 지체 없이 쭉쭉 나갈 수 있었다. 그 때는 연기적인 점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긴 대사와 어려운 단어들이 많아서 연습을 해야 했다."
- 그렇다면 `사도’는 어땠나.
“`변호인’과는 조금 다르다. 영조라는 캐릭터에 대해 낯섦이 있었다. 이 캐릭터를 받아들이려면 내가 스스로 시도를 해봐야 한다. ‘이렇게 하니까 이런 느낌이구나’ 혹은 ‘이건 아니고, 이건 맞구나’ 이런 점검이 필요한 거다. ‘변호인’과 ‘사도’는 그런 점에서 준비하는 방식이 다르면서 비슷했다."
- 당신이 생각한 영조는 어떤 사람인가.
“외롭게 산 분이 아닐까 한다. 영화 속에는 권력자의 모습이 있지만, 그분이 그렇게 악착같이 손에쥐고 싶었던 것은 왕권의 정통성이었을 것이다. 태생적인 콤플렉스, 신하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극복해야 했으니 내적 고통은 상상이 잘 안 된다. 그 고통의 발로가 아들을 향한 집착으로 나타났을 것 같다.
아들만큼은 외롭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영조의 마음이 비극의 씨앗이 되지 않았을까. 이것이 ‘사도’에서 영조를 해석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 쉽지 않은 캐릭터라는 느낌이 온다. 고민 혹은 부담이 없을 수는 없었겠다.
“부담이 왜 없었겠나. 하지만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관점, 정공법적인 이야기인데다 무엇보다도 매혹적이었다."
- `매혹적이었다’는 것, 그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영조의 변화무쌍한 복합적인 심리가 참 궁금했다.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이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임금의 모습이다. 고통과 고뇌가 깔려있는 인물, 그게 매혹적이었다."
- 이번 영화, 이준익 감독이나 유아인보다는 결국 당신의 연기를 기대하는 관객이 훨씬 많을 것이다. 어떤가. 기대를 받는 느낌이.
“감사한 일이다. 나를 향한 격려라고 생각한다. 나는 늘 똑같다. 늘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난 일개 배우다. 물론 부담감이 있다. 후배가 많아졌고, 이십여 년 동안 내 연기를 봐준 팬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 부담감이 곧 큰 힘이다. 부족하다. 그러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항상 감사하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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