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서부전선’의 여진구]
“이번에는 편하게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만약에 전쟁에 나갔다면 저 또한 영광이처럼 행동했을 거예요. 당황하고, 도망가고 그랬겠죠. (영광이) 저랑 닮았으니 날 것의 느낌을 살리는, 그런 연기였어요."
배우 여진구(18)에게는 그 나이의 평범한 배우들에게는 없는 어두운 이미지가 있다(여진구를 제외하면 그들은 그저 아역배우로 불린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올해 초 개봉한 ‘내 심장을 쏴라’에서도 여진구는 ‘소년의 해맑음’ 따위완 거리가 멀었다. 단 한 장면에 출연한 `타짜-신의손’(2014)에서조차도 그랬다.
그랬던 여진구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소년병 ‘영광’. 소년 영광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에 입대하고, 불의의 공격을 받아 탱크 한 대와 함께 홀로 살아남는다. 탱크를 몰고 북으로 돌아가려던 영광 앞에 기밀 전달 임무를 맡은 국군 ‘남복’(설경구)이 등장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듯 ‘서부전선’은 전쟁영화이면서 코미디 영화다. 인민군 소년병과 국군 중년병이 탱크 안에서 함께 지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여진구는 처음 도전하는 코미디 연기에서 “작위적인 느낌을 없애기 위해 이전의 작품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고 말했다. 그것이 바로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철저한 준비보다는 상황에 충실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었다.
“부딪혀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정리된 느낌보다는 정리되지 않은 느낌인 것 같아요. 물론 편하게 연기한다는 게 쉬운 건 절대 아닌 것 같아요. `어렵지만 해보겠다’ 같은 마음이었죠."
’서부전선’은 여진구, 설경구 두 배우가 대부분 장면에서 함께 나오는 그야말로 `투톱’ 영화다. 게다가 코미디 영화이다 보니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설경구가 1968년생, 여진구가 1997년생으로 두 사람 사이에 29년의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진구는 “설경구 선배님은그저 남복같았다"며 “선배님이 그저 좋고, 같이 하면 편하게 몰입하게 도와줬다"고 했다.
영화에는 영광과 남복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물건을 집어 던지고, 몸을 부딪히며 싸우는 장면이 있다. 인상적인 건 영광이 주도권을 잡아 남복을 부려먹는 신(scene)이다. 기가 죽은 남복과 기세등등한 영광의 모습이 두 배우의 좋은 호흡 속에 담겼다.
“그 장면 연기 도중에 제가 예고 없이 선배님 뒤통수를 때렸어요. 재밌을 것 같았죠. 당황스러우셨을 거예요. 근데 정말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선배님의 그런 연기력은 정말 닮고 싶어요."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배우 김윤석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여진구는 선배들과의 연기에 대해 “엄청난 연기적인 에너지를 받는다"며 “선배들과 연기하면 내 연기도 안정적이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좋다"고 말했다.
한 작품, 한 작품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가고 있는 이 젊은 배우는 자신을 “양은냄비같다"고 표현하며 연기를 “양은냄비가 식지 않게 쉬지 않고 달궈주는 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연기가 고맙다"고 했다.
“전 큰 행운을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열심히 해야죠. 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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