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친환경주의자” 자부심 오개닉푸드 구입 13% 많아
▶ 고상한 결정에 대한 보상심리 칩이나 쿠키 구매 함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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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핑백을 가지고 식품점을 찾은 소비자는 오개닉 푸드와 정크푸드 구입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샤핑백 가져오는 사람 장보는 습관 봤더니…]
LA를 비롯한 미국의 12개 대도시에서 플래스틱 봉지가 퇴출된 후 소비자들의 장보기 습관에 흥미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물론 소비자 전체의 샤핑패턴에 변화가 온 것은 아니다. 구입한 식료품을 집어넣을 백을 직접 가져오는 사람들에게 국한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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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의 장바구니를 가져온 샤핑객은 칩이나 오리오와 같은 정크푸드를 구입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버드 경영대학의 우마르 카르마르카 교수와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학원의 브라이언 볼린저가 캘리포니아주의 2000년대 중반 이후 동일한 식료품점을 찾은 고객카드 소지자들의 샤핑내역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이들은 샤핑백을 직접 가지고 온 고객들은 정크푸드뿐 아니라 오개닉 푸드에도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동일 고객의 오개닉 푸드 구입률은 개인 샤핑백을 가지고 오지 않을 때에 비해 13%가 증가했다. 칩이나 쿠키 등 정크푸드 구매는 백을 직접 가져올 때 7%가 늘었다.
이런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두 가지 이론을 내놓았다. 그 중 첫 번째가 두 번째 것보다 간단하다.
“캔버스 백을 손에 들고 업소 안으로 들어서는 소비자들은 이미 친환경적인 마음 자세를 갖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빈손으로 샤핑에 나선 동료 소비자들에 비해 ‘그래도 내가 윗길’이라는 자부심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이 그들의 구매 결정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첫 번째 이론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개닉’의 정확한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오개닉 식품을 구입하는 것이 환경보호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결국 개인 샤핑백을 사용하는 ‘친환경적 정신 자세’가 오개닉 푸드 구입에 더욱 열린 마음을 갖게 만든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개인 샤핑백을 가져온 고객이 정크푸드를 살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이들이 끌어댄 두 번째 이론은 더 흥미롭다.
카르마르카와 볼린저는 ‘라이선싱 효과’(licensing effect)를 이용해 정크푸드 구입 증가를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라이선싱 효과란 무언가 책임 있고 고상한 결정을 내렸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건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려 든다는 이론이다.
어딘지 의심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처음 듣는 얘기는 아니다.
2009년도에 실시된 한 실험에서 환경친화적인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친환경 표시인 그린 라벨이 없는 상품을 사들인 사람들에 비해 간단한 셈하기 게임에서 속임수를 더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보호를 염두에 둔 고상한 결정을 내린데 따른 자기보상 심리가 발동하기 때문에 속임수까지 써가며 승리를 차지하려 든다는 뜻이다.
카르마르카와 볼린저는 자료 분석을 통해 샤핑백을 가지고 오는 행위가 소비자들의 습관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지만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예외적인 소비자 그룹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바로 자녀를 둔 부모 그룹이었다.
연구원들은 왜 부모들이 일반 소비자들과 다르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아마도 부모들은 장을 볼 때 그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필요한 식품을 우선적으로 고르기 때문일 수 있다.
여기에 보태 개인 샤핑백을 가져오는 것이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한몫 거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식들에게 좋은 본을 보이는 것이 부모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샤핑백 지참을 스스로 상을 주어야 할 정도의 고상한 결정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추론이다.
그러나 이보다 나중에 실시된 서베이는 소비자들의 구매습관에 영향을 끼치는 ‘가방 효과’(bag effect)는 단명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환경적 혹은 도덕적 보상심리에 근거한 소비습관 변화가 얼마 못가 힘을 잃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샤핑백을 지참하고 식품점을 찾은 소비자는 이처럼 ‘기특한 결정’을 내린데 대한 보상으로 자신을 위해 오리오 쿠키를 사든 후 행위와 보상 간의 균형이 잡힌 상태에서 가게를 떠나지만 오개닉 푸드와 정크푸드 구입을 늘리는 변화된 장보기 습관은 오래 가지 않는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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