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가주 소도시, 식당들에 ‘일회용’ 사용 의무화
▶ 가주 가뭄 4년 되면서 갖가지 절수령 등장… 주민들 반발에 의무 조항을 권고 조치로 완화가뭄

북가주 해안의 소도시 포트 브래그.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시의회는 각 식당들이 일반 그릇이나 포크를 쓰는 대신 일회용 종이접시, 플래스틱 포크 사용을 의무화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생기는 물 절약 효과보다 쓰레기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주민들이 반발하자 시의회는 의무 조항을 권고 조치로 완화했다.
캘리포니아 가뭄이 4년이나 계속되면서 주민들이 저마다 불편을 겪고 있다. 주택 소유주들은 잔디밭이 누렇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시정부들은 청사 앞을 장식하던 분수를 꺼버려야 했으며 호텔들은 손님들에게 타월을 두 번씩 쓰도록 부탁해야 했다. 그런데 북가주 해안가에 위치한 작은 마을 포트 브래그는 그에 더해 아주 이색적 절수규정을 만들어 주목을 끌었다. 식당들이 일반 그릇이나 포크, 나이프, 숟가락 대신 모든 집기를 1회용으로 대체하라는 규정이다. 식당 측과 손님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자 시의회는 결국 한발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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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전 포트 브래그 시의회는 3단계 절수 비상령을 선포했다. 여러 다른 절수 규정들과 함께 등장한 것은 식당들이 손님들에게 일반 접시나 포크, 나이프를 내놓는 대신 종이접시, 플래스틱 포크 등 1회용 제품을 쓰도록 한 규정이다. 설거지에 쓰이는 물도 절약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일부 식당들과 주민들은 말도 안되는 규정이라며 반발했다. 설거지 물 아끼기 위해 1회용 접시와 포크를 쓰면 그 많은 쓰레기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실제로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물 절약 효과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규정을 준수한다는 것은 상징적 행동으로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효과적이고 정당한 물 절약 테크닉은 될 수 없다고 식당업을 하는 수잔 라슨은 시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썼다.
“하지만 규정 준수에 따른 부담은 상징적 가치에 비해 훨씬 큽니다. 현 상황을 완화하기위해 전체 커뮤니티가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은 정말로 많이 있습니다.”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자 시의회는 13일 밤 새 절수 규정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시의회는 주민들과 비즈니스 소유주들을 공청회에 초청해 의견을 수렴하고 식당에 내려진 새 조치를 완화할 것인지 아예 없앨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시정부 관리들은 해당 규정에 대해 많은 주민들을 지지를 한다고 말한다. 새 규정에 비판적인 의견도 분명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거센 항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패스트푸드 식당도 아닌 분위기 있는 식당에 가서 종이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포트 브래그 주민들이 아마도 처음이겠지만 캘리포니아 주민 수백만명은 현재 수개월째 지독한 물 사용 제한 정책에 직면해 있다.
지난 6월부터 400여 도시 수도국은 물 사용량을 지난 2013년 수준에서 4%~36% 의무적으로 줄이도록 되어있다. 절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수도국은 관할 지역 주민들에게 잔디 등 마당 물주기를 한주에 이틀로 줄이게 하고 수영장에 채우는 물을 제한하며 물 새는 곳들을 반드시 고치도록 했다.
물 부족 사태가 특히 심각한 일부 지역에서는 공공 화장실을 폐쇄했고, 세탁물들을 다른 지역으로 우송해 세탁하게 하며, 매일 물 공급 할당량을 정하고, 물을 함부로 쓰는 데 대해 과중한 벌금을 매기고 있다.
포트 브래그의 물 부족 사태가 극심한 것은 가뭄으로 인해 이 지역 물 공급원인 노요 강의 수심이 기록적으로 낮아진 때문이다. 노요 강은 매년 이 시기 포트 브래그 물의 40%를 담당한다. 하지만 9월말 파도가 높아지면서 소금기 있는 바닷물이 강으로 흘러들어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강물의 흐름이 너무 약하고 수심이 너무 얕아서 바닷물이 쉽게 들어와 강물 공급원을 오염시켰다. 이렇게 되면 며칠 동안 이 물은 쓸 수가 없어진다. 포트 브래그 수도 시스템은 저수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바닷물이 밀려들 시기에는 물을 더 많이 보존해두어야 한다.
물이 부족하면 인근 주민들은 어떤 식으로든 고통을 받게 되어 있다. 식당업주들과 외식을 즐기는 식도락가들에게 고통은 플래스틱 나이프의 형태로 찾아 들었다. 플래스틱 나이프로는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 같은 건 썰 수도 없다는 불평이 나온다. 앞의 식당 주인 라슨은 시의회에 보낸 편지들 중 하나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자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고 수백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몇몇 주민들은 물 절약 방안으로 다른 곳을 손가락질하기도 한다. 현지 주민들은 별로 쓸 일이 없는 곳, 바로 호텔 호화시설이다.
“이런 가뭄에 호텔 스파는 폐쇄해야 합니다. 반드시!” 한 페이스북 사용자가 올린 댓글이다.
또 다른 댓글이 이어졌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비상 상황에 그렇게 물을 낭비하다니...”일반 주민들과 식당 주인들의 비난으로 시의회는 결국 지난 13일 1회용 접시, 포크, 나이프 사용 의무화 규정을 철회했다. 시의회는 만장일치로 규정을 완화, 비상 가뭄 기간 일회용 접시, 나이프 사용을 의무화 하는 대신 적극 추천하기로 했다.
이날 밤 공청회에는 10여명의 주민과 식당업주들이 의견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일반 집기 대신 종이 접시와 플래스틱 포크 나이프를 사서 쓰며 영업을 하자면 경비지출이 너무 크다는 우려도 있었다. 한번 세팅에 50센트가 든다 해도 이런 규정이 계속 되면 영세한 식당들엔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절수를 위해 식당업이라는 특정 비즈니스만 표적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든 업종이 다 함께 몇 %씩 물 사용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식당에서 잠시나마 일회용 접시를 사용함으로써 가뭄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높아졌다고 식당업주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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