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반기지 않는 사람, 교도소 들락날락하기 일쑤
▶ 가구 제작훈련에 시급까지, 일 즐기며 삶의 희열 만끽

매니고가 공구들이 널려 있는 브루클린의 리파운드리 워크샵에서 일하고 있다. 비영리 단체인 리파운드리는 출소자들에게 버려진 목재로 가구를 제작하는 훈련을 시킨다. 이들이 만든 작품은 시중에 판매된다.

제임스 에레비(47)가 리파운드리 공방에서 쓰레기통에서 건져낸 자재를 점검하고 있다.
■재소자의 재활 돕는 프로그램 ‘리파운드리’
지난 주말, 카이트린 훌은 브루클린 플리마켓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커피 테이블을 건졌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나무를 사용해 만들었다는 커피 테이블은 가격도 275달러로 적당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테이블을 만든 장인이 최근 교도소에서 풀려난 전과자라는 사실이었다.
바짝 흥미가 동한 훌은 자신의 공방을 차리기 위해 준비 중인 제임스 에레비 Jr.(47)의 인생역정을 되짚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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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비 주니어는 소년기에서 장년기에 이르는 기간의 대부분을 철창 뒤에서 보냈다.
1983년 강도혐의로 기소돼 소년원에 들어갔다 나온 후 그는 ‘바깥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비정한지 온 몸으로 깨달았다. 거기엔 그를 반기는 사람도, 거두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에레비는 첫 출소 후 2개월만에 같은 죄목으로 재수감됐다.
“사회에선 갈 곳이 없었다. 내가 그곳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는 그는 교도소에서 풀려나기 무섭게 다시 강도짓을 벌여 교도소로 되돌아가는 ‘도돌이표 인생’을 반복했다. 살아남기 위한 그 나름의 생존방식이었다.
바깥세상에서 버티고 싶은 마음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해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전과자인 그는 노동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듯한 생각과 함께 “여기서 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교도소가 내 집이고, 바깥 사회는 그저 잠깐 들러보는 곳”이라는 생각이 그의 뇌리 속에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재소자출신들에게 초점을 맞춘 새로운 비영리 창업훈련단체 리파운드리(Refoundry) 덕분에 그는 거의 1년 가까이 바깥세상에서 지내고 있다.
브루클린의 리파운드리 공방을 찾아간 훌에게 에레비는 스마트폰에 저장해둔 자신의 최신 작품사진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가구사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핏불과 함께 포즈를 취한 에레비의 여자 친구와, 기금모금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보라색 타이를 매고 정장을 차려입은 그의 모습도 담겨 있었다.
에레비는 “각종 공과금을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고, 수년간 하지 않았던 일들도 하고 있다”고 새로운 ‘사회 생활’에 만족해 했다.
리파운드리는 에레비가 자신의 공방을 갖도록 지원할 계획이지만 훈련기간인 지금은 12달러의 시급과 함께 그의 작품이 팔릴 때마다 약간의 커미션을 지급하고 있다.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에레비는 난생 처음으로 자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브루클린의 조그만 월세 아파트에 거주하는 그는 봉급날마다 어머니의 손에 20달러짜리 지폐를 용돈으로 쥐어준다.
바깥세상에서의 가장 큰 재미는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다. 맘에 드는 목재에 공구를 사용해 작업을 할 때마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삶의 희열을 느낀다.”리파운드리는 가구제조업자인 시스코 피네도와 그의 친구 토미 사피안이 공동으로 만든 비영리 창업훈련 프로그램이다. 토미 사피안은 2010년 문을 닫은 유명 가구점 노바 젬비아의 소유주였다.
사피안은 출소자들이 ‘세상 속’으로 재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후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친구인 시스코와 함께 리파운드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출소자들에게 직업을 알선하는 단체에게 정부가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패스트푸드점의 점원이다. 아무리 보아도 새 생활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안정적 기반을 제공해주기 힘든 자리다.
연방 법무부 산하 단체인 전국 법무원의 자료에 다르면 교도소에서 풀려난 사람들 가운데 3분의 2는 3년 이내에 다시 체포된다. 새로운 삶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실패하고 나면 교도소 외에는 달리 갈 곳이 없다.
리파운드리는 참여자들의 창업을 유도하고 지원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전과자의 독자생존을 위해선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피안은 “비영리 단체인 리파운드리의 목적은 참여자들의 자립을 실현시켜줄 영리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리파운드리를 출범시키기 위해 자신의 노후자금을 헐어 9만 5,000달러를 출연한 그는 정부의 지원 없이 프로그램 운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순간 프로그램 운영에 상당한 제한과 간섭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대신 참여자들이 만든 가구를 판매해 운영비를 조달한다.
자재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브루클린 일대의 쓰레기통을 뒤져 쓸 만한 재목을 찾아낸다. 운이 좋으면 마루를 까는데 쓰이는 고풍스런 브라운스톤 플로링이나 들보를 얻기도 한다.
이제까지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완전가동을 시작한 이후 첫 14주 동안 리파운드리는 5만 달러에 육박하는 판매수입을 올렸다.
전국 체인을 비롯한 여러 가구 소매상들로부터 거래제의도 받았다.
예비 거래처 가운데 하나인 ABC 카펫 & 퍼니처의 최고경영자인 폴렛 콜은 리파운드리 상품의 품질과 품질의 일관성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뉴욕의 고객들은 재소자출신 공인들이 재생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구도 좋지만 그 뒤에 자리잡은 이야기가 결정적인 셀링 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진 매니고(63)도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브루클린의 브라운스빌 토박이인 그는 23세 되던 해에 동료 마약딜러를 살해했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그가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범행을 저지른 후 잠수를 탄 그는 10년 뒤 체포돼 30년 형을 언도받고 복역하다 풀려났다.
그는 “억울하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며 “죄값을 치르기 위해 형을 사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후 그는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옥중에서 지금의 부인도 만났다. 그녀는 교도소 사역에 참여한 교회의 자원봉사자였다.
앳된 얼굴의 자원봉사자에게 첫 눈에 반한 매니고는 곧장 그녀에게 다가가 고해성사를 하듯 자신의 과거를 죄다 털어놓았다.
현재 그는 직접 회중을 꾸려 사역을 하고 있다. 매니고의 목회 활동은 퀸스의 자마이카에 위치한 침례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진다. 바로 그의 아내가 다니는 교회다.
목회 활동과 병행해 리파운드리에 꾸준히 작품도 내놓는다. 그가 만든 가구는 대담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매니고는 출소 후 에어컨을 설치하는 일을 했었으나 입이 건 매니저와의 마찰 때문에 때려치웠다.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는 매니저는 기술 전수에 지극히 인색했다. 잔심부름만 시킬 뿐 에어컨 설치요령을 알려주려 들지 않았다.
리파운드리는 다르다. 어떻게든 기술을 가르쳐 독립을 시키려는 분위기다. 그는 “출소 후 처음으로 리파운드리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새 삶을 시작해 보고 싶다는 욕망도 고개를 들었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기 무섭게 리파운드리의 공방으로 달려간다.
자신의 작품을 구입한 고객들로부터 칭찬을 들을 때가 그는 가장 행복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다시 온전하게 됐다”는 느낌이 든다프로그램 참여자들은 종종 한자리에 모인다. 브루클린 일대의 쓰레기통을 뒤져 건져낸 최상의 목재들을 잔뜩 쌓아둔 채 서로 가급적 많은 일감을 맡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매니고도, 에레비도 이젠 ‘죄의 길’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다.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듯이 보인다.
에레비는 “생전 처음으로 내 일을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공방을 나와서도 그는 “내가 만들 수 있는 다른 디자인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낸다.
에레비의 마음은 온통 목공예에 가있다.
지금 그의 가장 큰 희망은 독립적인 비즈니스를 갖는 것이다. 그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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