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 전쟁 / 키스 베로니즈 지음·반니 펴냄
‘조간신문 배달을 막아라!’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5년 4월, 미국 국방부의 전신인 ‘전쟁부’는 침공하는 적군이 아니라 만화 ‘슈퍼맨’이 연재된 신문 배달을 막기 위해 혈안이 됐다. 미국 전쟁부 관계자는 작가 앨빈 슈바르츠가 기고한 이 만화로 인해 중대한 국가기밀이 누설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크립톤 행성의 왕자로 태어나 지구로 온 슈퍼맨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만화 속 악당인 교수가 300만 볼트의 전기로 충격을 가하는 장면에서 등장한 첨단 과학장치 ‘사이클로트론’ 때문이었다. 이는 이온화된 입자를 쏴 나선형 경로를 통해 가속화시켜 엄청난 속도로 목표물에 가서 부딪히게 만드는 입자가속기의 초기형태다. 만화가는 현대 과학의 경이로운 업적을 근사하게 활용한 것이었으나 그는 미국 정부의 관계자로부터 경고를 받았고, 급기야 만화 출판사인 내셔널 페리오디컬스(DC코믹스의 전신)는 향후 신문 만화나 만화책에서 원자 에너지나 무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당시 미국 전쟁부가 펄쩍 뛴 이유는 이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하면 입자 변형으로 새로운 원소를 합성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미국은 사이클로트론을 활용해 중성자 수가 많은 수소를 엄청난 속도로 우라늄에 부딪히게 해 플루토늄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낸 원자폭탄을 1945년 여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했다.
옛날에는 금·은·보석을 갖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면 이 책이 뜻하는 ‘금속전쟁’은 ‘희소금속’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사용하는 첨단 기계가 작고 얇고 가볍고 빠르고 성능이 향상되면서 첨단장치를 이용해야만 겨우 구할 수 있는 ‘희소금속’은 귀금속의 가치를 추월하게 됐다.
희소금속은 화학시간에 배우는 주기율표에서 아랫줄에 따로 분류돼 눈여겨 보지 않았던 ‘희토류 원소’라고 하는 것들이다. 휴대폰·컴퓨터 같은 첨단 기기에도 쓰이지만 첨단 무기에 핵심성분으로 쓰이기에 책 표지의 ‘전쟁’은 중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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