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경연서 품질 인정받으며 와이너리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 지방정부도 중점산업으로 적극 육성, 포도재배에 최적의 토질·지형 갖춰, 세계 4위 와인소비국에 7위 생산국

도심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닝시아의 실버 하이츠 와이너리.<뉴욕타임스>
<인추안, 중국> 가을 어느 날 밤 형광등이 켜진 베이징 칭화대학교 한 강의실에서 10여명의 학생들이 집중해 연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연사인 엠마 가오는 잔을 들고 불빛에 비춰보면서 잔 안의 액체를 잘 살펴보라고 학생들에게 말했다. 칭화대는 중국의 MIT로 잘 알려져 있는 학교.
하지만 이것은 신입생들의 유체역학 수업시간이 아니다. 학생 와인클럽 모임이다. 웃음기 넘치는 작은 체구의 가오는 최근 고비사막 부근의 오지인 닝시아의 그녀 가족 소유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의 시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코로 냄새를 맡고 맛을 보면서 과일향이 풍부한 이 와인과 프랑스 스타일의 와인을 비교하고 있다.
자신의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들이 국제대회에서 상을 타기 시작하면서 올 38세인 가오는 중국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산업분야에서 예기치 못한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그녀의 와이너리인 실버 하이츠는 대량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의 중국 와인업계 방식에서 벗어나 서구 기술을 접목시키면서 중국의 선구가로 꼽히고 있다.
닝시아는 현재 중국의 나파밸리를 꿈꾸고 있다. 이 지역 와인업자들은 유명한 상들을 잇달라 수상하고 있으며 현재 지역 포도 재배지역을 두 배로 늘리고 와인투어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까지 갖고 있다. 외국 투자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샴페인 제조업체인 모에 샹동은 이곳에서 샴페인을 생산한다. 초대형 주류업체인 페르노 리카르는 이 지역 와이너리들을 현대화 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 와인업계를 관장하는 최고책임자인 하오 린하이는 “사람들은 나파에서 미국 최고의 와인을 만들고 보르도에서 프랑스 최고의 와인을 만든다는 걸 알고 있다. 그들이 중국을 생각할 때는 닝시아를 떠올리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고급와인보다는 알코올 100도의 바이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중산층의 급속한 성장으로 서구산 제품의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다. 그중에 와인이 있다. 중국 애주가들은 2014년 한해에만 15억병 이상의 레드와인을 마셔버렸다. 중국은 프랑스와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전 세게 4번째의 와인소비국이다. 이런 수요에 맞춰 와인생산량 또한 폭등하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중국은 와인 불모지였지만 지금은 세계 7위의 와인 생산국이다. 장기계획과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은 2014년 1억2,000만 케이스의 와인을 생산했다. 미국 생산량의 3분의 1에 조금 못 미치는 양이다. 호주와 아르헨티나에는 약간 뒤진 상태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국내시장을 겨냥한 것들이라고 베이징 중국농업대학 마 휘킨 교수는 말했다. 그는 닝시아 와인업계와 긴밀히 일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와인들은 서구기준으로 거의 마실 수 있을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새로운 와인메이커 세대가 등장하면서 점차 까다로워지는 국내 소비자 입맛뿐 아니라 주로 프랑스, 미국 등으로부터의 수입와인을 즐기는 마니아층까지 잡기 위한 품질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다른 제품들처럼 해외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게 이들의 목표이다.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1976년 ‘파리의 심판’을 계획했던 영국의 유명 와인상 스티븐 스퍼리어는 “그들은 세계의 모든 돈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야망도 있다. 최고의 컨설턴트들을 고용했다”며 “중국이 점점 더 좋은 와인을 만들 것이라는 건 명백하다”고 말했다. 가오의 와이너리 실버 하이츠는 그녀의 아버지가 20년 전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포도를 심으면서 아버지는 가오에게 와인 제조법을 배우러 프랑스로 갈 것을 권유했다. 1999년이었다. “나는 그 때 21살이었다. 나를 끌어당긴 건 와인제조가 아니라 프랑스라는 나라였다”고 가오는 회고했다.
와인 관련 학위를 받은 후 가오는 유명한 프랑스 와이너리에서 일했다. 거기서 와인전문가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프랑스인들의 태도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내가 가진 포도로 어떻게 최고 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가오가 중국으로 돌아와 2007년 아버지와 함께 처음으로 만든 빈티지는 10배럴, 즉 3,000병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는 4종류의 와인에 총 6만병 정도를 생산한다. 서밋 레이블의 2013년도 산은 병 당 75달러 정도에 팔린다.
샤또 라피 로쉴드가 중국에 와이너리를 만드는 걸 도와준 와인 컨설턴트 제라드 콜린은 “가오는 중국 최고의 와인메이커로 인정받는다. 실제로 그런 와인들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가오 덕분에 닝시아가 널리 알려졌다”고 평가했다.
내몽고 밑의 가난한 탄광촌인 닝시아는 언덕이 많은 건조한 관목지이다. 다른 작물을 기를 수 없는 곳이다. 여름에는 건조하고 더우며 겨울은 길고 춥다. 하지만 모래와 돌이 많은 토질은 포도 재배에 최적이다. 서쪽의 헬란 산맥은 거친 사막바람으로부터 포도재배지를 보호해주고 밤의 추운 기온은 포도들이 너무 빨리 익는 것을 막아준다.
지방 정부는 새로운 산업 육성을 위해 1990년대 말부터 대대적으로 관개공사를 벌였다. 와인 산업은 발전 계획의 중심을 차지한다. 지방 정부는 2005년 이 지역의 첫 시범 와이너리인 헬란 큉수에가 탄생하는 것을 도왔다.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은 2011년이었다. 헬란 큉수에가 생산한 와인이 영국의 와인전문지인 디캔터가 실시하는 유명한 국제경연에서 금메달을 받은 것이다. 이 와이너리의 2009년도 지아 베이 란이 나파와 호주, 그리고 보르도 산 경쟁 와인들을 제치고 10유로 이상 레드 보르도 품종 부문에서 최고상을 차지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리 잡던 와인 산업이 급속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소믈리에 교육을 받은 이 지역 한 와인전문가는 “이를 계기로 사람들은 와인이 훌륭한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지역 와인의 수요와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닝시아의 와이너리는 수개에 불과했다. 지금은 70개에 달하며 현재 공사 중인 것만도 40개이다. 지방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와이너리를 2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해 상하이에서 중국산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심사를 맡았던 영국의 와인 저널리스트 잰시스 로빈슨은 “닝시아는 정말 빛났다. 그들은 최고의 와인들을 만들었다”며 “이들의 와인은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통할만큼의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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