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물 쓰레기 줄이고 환경 보호하고
▶ 모양 비뚤어졌다고 싱싱한 과일들 마구 버려져, 북가주에 못난이 청과만 판매하는 가게 등장
‘불완전 청과’ 창업자들. 왼쪽이 공급 담당인 론 클락, 가운데는 사장인 벤 시몬 그리고 운영 담당인 벤 체슬러.
장을 보러 가서 모양이 비뚤어지고 못 생긴 과일과 반듯한 과일 중 어느 것을 집게 될까? 대개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신선도나 영양 면에서는 전혀 하자가 없지만 ‘외모’가 떨어져서 선택받지 못하는 야채나 과일들이 쓰레기로 버려져서 음식 낭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높다. 소위 못난이 과일이나 야채는 밭에서 아예 수확도 되지 않은 채 버려지거나 수퍼마켓 진열 과정에서 버려지곤 한다. 미국의 음식물 낭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무분별한 낭비를 막자는 취지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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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창업한‘ 불완전 청과’. 좀 비뚤어지고 좀 이상하게 생겼지만 먹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못 난이 청과들만을 취급한다. 직원들은 이들 야채와 과일을 추려서 박스에 담아 고객들에게 배달한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6개월 전 창업한 청과상의 이름은 ‘불완전 청과(Imperfect Produce)’이다. 말 그대로 모양이 좀 불완전한 못난이 채소와 과일들을 파는 가게이다. 모양만 좀 엉성할 뿐 영양 면에서는 전혀 하자가 없는 싱싱한 야채와 과일들이다.
‘불완전 청과’ 측은 이런 야채나 과일들을 일반 청과의 몇 분의 1 가격으로 팔면서 이것들이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도록 하자는 일종의 캠페인을 하고 있다. 농장과 도매상으로부터 야채와 과일을 사들이는 구매 책임자 론 클락은 말한다.
“한사람만 설득하고 나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요.”‘불완전 청과’는 못난이 과일과 채소들을 사들인 후 박스에 담아 베이 지역 주민들의 집 문 앞까지 배달한다. 예를 들어 17~20파운드의 큰 박스 한 상자 가격은 18달러. 계절에 따라 제철 과일과 채소 5~8가지가 골고루 담겨 있다. 과일 10~ 15파운드를 담은 작은 박스는 한 상자에 12달러. 1주일에 한번씩 배달한다.
과일과 야채는 대부분 인근 농장에서 직접 사들이고, 일부는 오클랜드의 청과물 도매상에서 사들인 것들이다.
샌프란시스코 일대는 음식에 대한 집착이 대단한 곳이다. 이들 주민을 겨냥해 ‘불완전 청과’는 소셜 미디어에 재미있는 글과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한다. 예를 들면 정말로 이상하게 생긴 고추 사진을 올리고는 ‘날 깨물어요’ 라는 메시지를 붙인다. 유난히 볼록한 모양의 토마토에는 “나의 곡선미는 당신에게 좋은 것”, 비정상으로 커다란 레몬에는 “그만큼 더 많이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붙이는 식이다.
베이 지역의 몇몇 동네 주민들은 일상적으로 파머스 마켓에서 장을 본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모양이 좀 이상하고 색깔이 좀 다른 못난이 과일과 야채를 파는 일은 별로 어렵지 않다. 하지만 주류 수퍼마켓에 못난이 청과를 납품하는 일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사과면 사과, 가지면 가지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수십년 굳어져 왔다. 그게 하룻밤 사이에 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북가주의 그로서리 체인, 레일리스가 ‘불완전 청과’로부터 지난 몇 달 납품을 받아 왔었다. 이들 못난이 청과에는 모양이 정상인 것들에 비해 40% 낮은 가격을 매겼다. 요란한 선전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시험적으로 시작한 레일리스는 올 가을 이를 중단했다.
인근 캐스트로 밸리에 사는 고형 쓰레기 전문가 조단 피게이레도는 올해 못 생긴 야채와 과일을 홍보하는 소셜 미디어 캠페인을 시작했다. 두 개가 붙은 쌍둥이 당근이나 유난히 뚱뚱한 사과 등 이상하게 생긴 야채나 과일 사진들을 매일 올린다. 그런 한편으로 월마트와 홀푸즈를 상대로 못난이 과일 야채를 판매하도록 하는 청원을 시작했지만 양 측에서는 아직 답이 없다.
“정말이지 닭이냐 알이냐의 문제입니다. 소매업체들은 말합니다. 소비자들이 사지를 않으니 그걸 가져다 팔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소비자들은 사고 싶어도 마켓에서 팔지를 않으니 못 산다는 겁니다.”‘미국의 쓰레기 매립지’라는 책을 쓴 조나단 블룸의 말이다. 미국에서 왜 그렇게 많은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지 그 원인을 추적한 책이다. 지난 1974년부터 2006년 사이 미국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50%나 증가했다. 못 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청과물들이 이런 쓰레기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전염병처럼 날로 늘어나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가들이나 환경보호 주의자들은 여러 다른 시도를 한다. ‘불완전 청과’의 방식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보스턴에서는 트레이더 조스의 전 회장이 판매 기한을 넘긴, 하지만 여전히 먹는 데 아무 지장 없고 안전하며 맛도 좋은 식품들을 파는 마켓을 열었다. 데일리 테이블(Daily Table)이라는 이 가게에서는 인근 밭이나 과수원에서 버려진 야채나 과일들을 주워 모은 것을 팔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그리고 시애틀 등의 도시들은 수년 전부터 각 가정이 퇴비를 만들게 하고 있다. 뉴욕시에서는 음식물 낭비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조리법으로 전체 메뉴를 개발한 책자가 발간되었다. 지난 9월 발간된 ‘쓰레기 없는 부엌 핸드북’이다. 줄기 하나도 그냥 버리지 않고 다 이용하도록 장려하는 책이다. 저자인 애나 선더스는 천연자원 방어위원회의 과학자로 일하면서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야채나 과일을 수확하지 않고 버려두는 주된 이유는 그래봤자 수퍼마켓 진열대에 올라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불완전 청과’의 벤 시몬 사장과 운영 책임자인 벤 체슬러는 대학생 때부터 음식물 쓰레기관련 일을 시작했다. 대학 카페테리아에서 매일 밤 엄청난 량의 음식물들이 버려지는 것을 본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이들이 만든 식품 회복 네트웍에는 현재 100여 대학들이 동참, 먹지 않은 음식들을 수프 키친에 기부하고 있다.
그리고는 클락을 만나면서 이들은 창업을 했다. 클락은 쓰레기로 버려질 청과물들을 모아서 캘리포니아 전역의 푸드 뱅크로 보내는 일을 10년 넘게 해왔다.
청과물을 공급해줄 사람들과의 인맥을 이용하여 이들 셋은 비즈니스를 시작했고, 인근 하이텍 회사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디자인 회사 아이디오. 추수감사절 일주일 전 이 회사에 배달된 박스에는 아보카도, 무, 석류, 고구마, 호박 감 등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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