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대 오른 세계경제-ECB, 디플레 우려 추가 부양…중국·영국도 통화정책 유지
▶ 美만 나홀로 금리 인상, 올‘1달러=1유로’ 현실화 예상, 일부 신흥국 침체 가속 우려

마리오 드라기(왼쪽)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 4월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로존 경제의 양적완화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중 극단 주의 여성단체 소속 회원으로 알려진 한 젊은 여성이 난입해 색종이 가루를 뿌리며“ ECB는 독재를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 A P >
유럽중앙은행(ECB)이 예금금리 인하 등 부양책에 나서면서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이 단순한 디커플링을넘어 정반대의 길을 걷는 ‘그레이트디버전스’ (great divergence)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달러화 강세, 유로화 약세의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지난 2002년 유로화 출범 이후처음으로 ‘1달러=1유로'를 의미하는‘패리티'의 연내 현실화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ECB가 지난 3일 마리오 드라기 총재 주재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존 -0.2%이던 예금금리를 -0.3%로전격 인하하는 등 추가 부양에 나선것은 기존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물가상승률이 여전히 0%대에 머무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가 마이너스이면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돈을 맡기면서 이자를 내야 한다는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CB가 이번 금리인하로 기업과 가계의대출을 촉진하고 물가를 끌어올리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번 ECB의 결정으로 유럽과 미국의 통화정책은 정반대의 길을 가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재닛 옐런 의장을 비롯해 지방 연준 총재까지 나서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장에 금리인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돈 풀기에 여념이 없는 중국과 신흥국도 마찬가지다. 통화정책이 미국 대 유럽을 포함한 비(非)미국의 구도로 재편되는 셈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7% 달성이 어려워지면서 금융완화에 나서고 있고그동안 미국과 공조해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영국조차 내년까지 확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최근 공언한 상태다. 대부분의신흥국도 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확대하는 등 경기부양에 올인하고있다.
통화정책 엇박자로 세계 경제는 사상 유례없는 시험대 앞에 서게 됐다.
우선 달러화와 유로화 통화가치가 이르면 연내 사상 처음으로 등가를 이루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유로화는2002년 첫 출범 이후 줄곧 달러화보다 높은 가치를 유지했지만 올해ECB의 양적완화, 그리스 위기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가치가 급락한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안에 패리티 현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럽 자본이 미국으로 대이동할 경우 패리티를 넘어 유로화 가치가 달러보다 낮아지는 사상 초유의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세계 각국 금융시장과 수출·수입 등 실물시장, 원자재 가격에대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각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의‘ 나홀로' 금리인상으로 미국으로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 유럽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기침체가 가속화할수 있다. 신흥국 자본이 미국으로 유출되면서 각국의 주가가 하락하고 기업들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흥국들의 추가 돈 풀기로이어져 ‘디커플링→신흥국 경기침체→신흥국 추가 경기부양→디커플링심화'라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미국과 비미국 간 금리격차가 커지는 ‘디버전스'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ECB의 부양책에 대한 실효성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WSJ는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양적완화보다 효과적이지만 현재 마이너스인 예금금리를 더 내리게 되면 금융기관과 개인의 현금 보유 성향이 커져 오히려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하게 되는 ‘유동성 함정'이 발생할 수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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