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 추락-유가 배럴당 37달러… 6년10개월래 최저
▶ 산유국, 부도위험 상승 OPEC, 감산^쿼타 못 정해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미국 내 개스값도 갤런당 1달러 대로 추락하고 있다.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등 반길만한 일 이지만 신흥국의 부도위험을 높이는 등 세계경제에 적잖은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역(逆)오일쇼크'의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국제유가의‘날개 없는 추락'으로 원자재 수출 중심의 신흥국이 경제난에 빠지고 위기가 다른 신흥국으로 전염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증폭될 것이라는우려가 크다.
유럽 등 선진국도 당분간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국제유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한창이던 2009년 2월 이후 6년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작금의 하락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4일 총회에서 감산 합의에실패한데다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를앞둔 가운데 이란의 증산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 OPEC 총회는 중동 내 양대맹주이자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 간의 불화만 확인한 채 끝났다. 이들은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현행 OPEC의 원유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앙골라 등 일부 회원국의 반발이나 저유가로 인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미 셰일업체들이 고사할 때까지 버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은 그동안 서방의 경제제재로 석유 수출길이 막혔던 만큼다른 회원국은 감산하고 자국만은증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OPEC은 최근 수년래 처음으로 회원국의 생산량 쿼타마저 정하지 못했다. 이미 12개 OPEC 회원국들은 하루 생산량을 3,000만배럴로 합의해 놓고도 3,15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OPEC 의장인 엠마뉴엘 이베 카치큐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다음 회의가 열리는 내년 6월까지 현행 생산량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해 할당량에 개의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사우디 등도 할당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을 유지할 방침이다.
특히 이란은 지난 10월 현재 290만배럴인 하루 생산량을 내년 6월까지 60만배럴 더 늘릴 것으로 모건스탠리는 전망했다. 현재 원유 공급량이 수요보다 하루 200만배럴이나 더많은데도 추가 물량까지 쏟아진다는얘기다.
OPEC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도 저유가로 인한 재정수입 감소를 보충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다. 미셰일업체도 석유전쟁에서 패배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9월미국의 원유생산량은 하루 930만배럴로 4월보다는 3% 줄었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70%나 증가했다. 더구나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사인 리스타드에너지는 내년 미국의 생산량이기술개발과 생산원가 절감을 통해 올해 평균치보다 20만배럴 더 증가할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유가 폭락에 원유수출국의국가부도 위험이 급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의 경우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지난 이틀간9.14bp(1bp=0.01%) 뛰어 294.14bp까지 올랐다. 브라질도 457.00bp로9.51bp 급등했고 멕시코는 167.55bp로 7.55bp 치솟았다.
이미 신흥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에 주식ㆍ채권ㆍ통화가치가 트리플 약세를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 캐피털인베스트먼트(MSCI) 신흥시장 주가지수는올 들어서만도 16%나 급락했다. 2011년 이후 4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또 7일 하루에만도 콜롬비아 페소화,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각각3.85%, 2.35%나 폭락했다. 가뜩이나악재가 산적한 마당에 유가 추락 리스크까지 불거진 셈이다. 특히 석유등 원자재 가격 추락은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의 경제난과 정정불안을 촉발하며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 전체시장에서 이탈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가 하락은 선진국에도 충격을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유가 하락은 소비지출 여력을 높여 장기적으로경제에 긍정적 요인이지만 유럽ㆍ일본 등의 최우선 목표인 디플레이션탈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우11월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0.1%에 그친 가운데 유가 추락세가지속되면 목표치인‘ 2.0% 바로 밑 달성'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영국도11월 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금리인상 시점이 늦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연준만 ‘나 홀로' 긴축에 나서는 주요국 통화정책 디커플링(비동조화)이 가시권에 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신흥국이 직격탄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한편 유가 전망은 여전히 하락을점치고 있다. 컨설팅 업체인 캡록리스크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자르비스는“WTI 가격이 조만간 배럴당 32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달러 강세와 올겨울 예년보다 따뜻한날씨도 유가하락 요인이다. FT에 따르면 이날 헤지펀드들이 유가 하락에베팅한 파생상품 계약 규모는 거의 3억6,000만배럴에 이른다.
심지어 30달러선 붕괴 경고도 속출하고 있다. 워런 길먼 CEF 홀딩스회장은 “사우디가 재정악화 등으로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OPEC이 경쟁자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앞으로 18개월은 더 산유량을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에 WTI 가격이 20달러대로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9월골드만삭스도 OPEC이 감산을 거부할 경우 유가가 내년에 2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공급과잉 지속에 유가하락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미원유 시장에서 오는 2024년 말 인도분 WTI 선물가격은 60달러선 이하로 떨어졌다. 투자가들이 앞으로 10년 뒤에도 국제유가가 50달러선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는 뜻이다. 2017년 말 인도분 가격은 50달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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