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들뜬 연말이어야 할 텐데 올해는 직원들의 웃음이 사라지고 지점 분위기가 절간 같아요” “단골 고객들로부터 ‘합병이 되면 괜찮겠느냐’고 오히려 위로인사를 받으면서 애써 괜찮다고 했지만 합병 발표 이후 편하게 잠을 못자요”지난 7일 합병을 전격 발표한 BBCN과 윌셔은행 직원들이 앞으로 다가올 감원 공포감에 휩싸이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은행의 합병 완료는 내년 2분기로 예정돼 있지만 벌써부터 직원들 사이에는 ‘300명 이상 구조조정설’ ‘30개 중복지점 통폐합설’ 등 구조조정과 관련된 각종 소문들이 돌면서 최고경영진이 부서장들에게 동요하는 직원들을 안심시키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BBCN과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한미은행 직원들과는 너무나 다른 두 은행의 연말 분위기다.

두 은행 중 자산규모가 BBCN에 비해 작은 윌셔은행 직원들의 동요가 특히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은행의 주식비율이 BBCN 59%, 윌셔 41%로 확정되면서 상대적으로 윌셔 직원들이 더 많이 정리를 당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윌셔 직원들은 계획됐던 연말 파티가 취소되고 18일 발표된 올해 보너스도 BBCN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느라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어들자 불안하고 우울한 연말이라고 입을 모우고 있다.

윌셔는 올해 일반직원은 80%(월 급여기준), 매니저급은 500달러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해 일반직원에 지급된 100%, 매니저급 1,000달러에 비해 대폭 감소된 수준이다.

BBCN 직원들의 경우 윌셔보다는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덜 하지만 “우리도 일반직원 중 상당수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불안해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 BBCN 직원은 “4년 전 나라와 중앙 합병 이후의 대규모 감원 후유증이 이제야 안정되고 있는데 또 다시 윌셔와의 합병이라니”라며 말을 흐렸다.

BBCN과 윌셔의 대규모 감원 및 지점 통폐합은 합병이 발표되면서 이미 예견돼 왔다.

실제로 지난 7일 합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두 은행 관계자들은 이번 합병의 가장 큰 장점으로 중복지점 비율이 높아 비용절감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점을 내세웠다.

전국 지점망의 경우 BBCN은 50개, 윌셔는 35개를 각각 운영하고 있는데 두 은행 관계자들은 윌셔은행 지점의 3분의 2에 달하는 23개 지점이 BBCN 지점과 1마일 반경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별로는 캘리포니아에서 BBCN 28개 윌셔 22개, 뉴욕/뉴저지에서는 BBCN과 윌셔가 각각 8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두 은행이 남가주와 뉴욕/뉴저지에 둔 64개 지점 중 3분의 1만 정리해도 21개, 절반을 줄이면 32개 지점이 통합대상이 될 수 있다.

직원의 경우 올 3분기 기준으로 BBCN은 941명, 윌셔는 589명 등 두 은행 직원은 1,530명에 달한다. 월가와 한인 은행권에서는 향후 이같은 중복지점 통폐합 규모를 감안할 때 20%만 감원해도 306명, 30%를 감원할 경우 정리되는 직원이 459명에 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두 은행은 앞으로 다가올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이미 신규 채용을 자제하는 등 인원 감축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이미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