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접광고 너머 협찬의 세계-탑모델 나오미 캠벨 고객으로 오스카상 시상식 등에 대여 크리스 아이리가 대표주자
▶ 요즘은 PR업체가 접촉 전담 스타일리스트에 샘플 제공 셀러브레티 못 만지기 일쑤
요즘 TV 드라마에는 간접광고가 판을 친다.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는 극중 특정기업의 상품이나 상호를 등장시켜 소비자인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레 그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마케팅 기법이다.
한국의 한 경제용어 사전에 따르면 간접광고는 전체 프로그램 시간의 5%,전체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은 간접광고에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들은 간접광고라는 용어 자체를 시청자를 속인다는 의미의 ‘은폐광고’로 대체해 버렸다.
물론 단속도 심하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프로그램과 광고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배포할 정도다.
간접광고와 비슷한 개념이 프로그램 협찬이다. 스폰서들은 특정 프로그램에 의상에서부터 소품 지원에 이르는 다양한 협찬을 통해 자사 상품이나 기업 이미지의 대중 노출효과를 챙긴다.
미국에서도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유명 인사들을 이용한 협찬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한 ‘대표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나이지리아 태생의 크리스 아이리가 꼽힌다.
고가의 보석에 정교한 세공을 가미한 파인 주얼리와 시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아이리의 클라이언트 명단은 할리웃 유명 인사 인명록을 방불케 한다.
브래드 피트의 부인 안젤리나 졸리와 오스카상 수상에 빛나는 흑인 미녀스타 할리 베리는 지금도 아이리의 목걸이를 즐겨 착용한다.
수퍼모델 나오미 캠벨이 입어 화제를 모았던 1,000만달러짜리 다이아몬드 홀터도 아이리가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 작품이다. 홀터는 어깨와 등 부분이 드러나는 여성용 드레스나 상의로 목 뒤에서 끈으로 묶어 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게 특징이다.
‘할리웃의 보석 왕’으로 널리 알려진 아이리도 시작은 미미했다.
그가 보석상으로 도약의 기회를 잡은 것은 1997년 전 NBA(미 프로농구)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게리 페이튼을 고객으로 끌어들이면서부터였다.
당시 무명의 젊은 보석 디자이너였던 아이리는 페이튼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그가 머무는 호텔에 몇날 며칠이고 진을 쳤다.
페이튼을 자신의 첫 번째 유명인 예비 고객으로 지목한 것은 TV 프로그램에 서 보석으로 잔뜩 멋을 부린 그의 모습을 우연히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허술하면서도 과감한 접근법은 효과가 있었다. 운도 따라주었다.
페이튼은 아이리의 작품 몇 점을 사들였을 뿐 아니라 그를 자신이 속한 유명인사 서클에 소개시켜 주었다.
페이튼과 거래를 유지하면서 아이리는 유명인사를 단골고객으로 삼을 경우 엄청난 판촉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CNN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대중에 광범위하게 노출되는 스포츠 스타, 엔터테이너와 뮤지션, 배우들을 타겟으로 디자인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유명인들과의 협업(collaboration)을 통해 브랜드를 확장한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의 일이었다.
아이리는 오랫동안 유명인사들 만을 상대했다. 내로라하는 각 분야의 스타들은 그에게 거액을 수표를 써주고 파인 주얼리를 구입했다. 이때만 해도 이들 사이의 거래는 순수한 고객과 업주의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
그러나 그의 보석을 착용한 스타들의 모습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리는 협찬을 통한 ‘스타 마케팅’에 눈을 뜨게 됐다. 유명인이 협찬의 대가로 상품의 품질을 보증하고 선전해 주는 이른바 ‘셀러브러티 인도스먼트’(celebrity endorsement)의 개념을 받아들인 것이다.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운 아이리는 오스카상과 그래미상 시상식 등 장안의 화제가 될 만한 ‘핫 이벤트’에 참여하는 A급 유명인사들에게 그의 파인 주얼리와 시계를 대여해 주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유명인사를 이용한 브랜드 띄우기를 최초로 시도한 보석상은 아니다.
그 자리는 할리웃 황금기에 무비스타들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한 해리 윈스턴에게 돌아갔다.
윈스턴은 1953년 당대의 스타였던 마릴린 먼로가 부른 “다이아몬드는 여성의 베스트 프렌드”라는 노래에 그의 이름을 집어넣으면서 할리웃 최고의 보석상으로 공인을 받았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마게팅 전략은 상당한 위험부담을 동반한다고 경고한다.
탑 스타들은 종종 그들이 제공하는 상품노출 효과에 대한 보답을 원한다.
최고급 보석을 취급하는 업주에게 스타들이 요구하는 ‘반대급부’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럭서리 브랜드 에이전시의 창업주인 패브리스 패겟은 “레드카펫에서 집중적인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연예계의 탑 스타들은 예전에는 협찬사의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그들의 지원을 당연시할 뿐 아니라 일부는 행사를 위해 대여 받은 고가의 장식품을 아예 돌려주지 않거나 자신의 이름으로 열리는 자선행사에 기증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 같은 부작용도 있다.
마켓의 최상단에 속한 배타적인 고객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을 원한다.
소득 최상위층에 속한 ‘수퍼리치’ 바이어들은 다른 사람을 거친 ‘헌 물건’을 원치 않는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고가의 제품을 자신이 선점해야 가치가 있는 것인데, 이미 셀러가 다른 사람에게 협찬명목으로 대여해준 물건이라면 그 의미가 바래진다.
아무리 협찬이라 해도 연예인 아무개가 제일 먼저 착용해 조명을 받은 것을 한 발 늦게 구입하는 걸 꺼려하는 게 상위 1% 소득층의 까다로운 속성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유일의 파인 주얼리는 임자를 찾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리는 자신이 채용한 인도스먼트 모델이 제대로 기능한다고 믿는다. 아이리의 유명 클라이언트들은 여전히 그의 열성 고객이자 모범적인 파트너다.
상대에 대한 깍듯한 예의와 철저한 프라이버시 보장이 유명인사 고객을 잡아두는 아이리의 비결이다. 세심하고도 철저한 대인 관리로 클라이언트 겸 파트너와 이상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리는 A급 스타들의 이너서클 깊숙한 곳에 확실한 교두보를 구축한 상태지만 보석상 모두에게 이들에 대한 접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리가 페이튼을 만나기 위해 호텔 로비에 죽치던 시절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처럼 머나먼 과거가 되어버렸다. 짐 보따리를 싸들고 고객을 찾아다니던 방물상식 접근법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신 디자이너를 대표하는 PR 전문업체들이 ‘협찬제안’을 앞세워 탑 스타들을 접촉한다.
오스카상이나 그래미상 시상식처럼 할리웃에 ‘어워즈 시즌’이 돌아오면 각 브랜드별로 베빌리힐스의 고급 호텔들에 샵(shop)을 설치하고 스타들을 치장하는 스타일리스트들에게 원하는 샘플을 무료로 골라잡게 한다.
유명 여배우 샤를리즈 테론과 제시카 알바에게 자신이 디자인한 작품을 판매한 귀금속상 트레이시 매튜스는 스타일리스트를 통해 유명인사에게 제공하는 선물이 브랜드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매튜스는 “무료로 나가는 샘플의 총액도 만만치 않다”며 “하지만 정작 스타들은 이들을 구경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놓았다.
스타일리스트들이 그들의 보조원이나 스태프에게 보석상이 제공한 값비싼 샘플을 선심 쓰듯 나눠주는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튜스는 또 A급 연예인들이 그녀의 협찬 제의를 받아들이는 이유도 그 제품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진짜 중요한 사람인 스타일리스트와 패션잡지 편집인과의 관계를 고려한 업무적인 결정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매튜스는 “스타일리스트들과의 단단한 결속이 없는 상태에서 맹목적으로 샘플을 나눠주는 것은 디자이너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해가 된다”며 “협찬 제공은 전략적인 접근방식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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