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레이트 디버전스 현실화
▶ ECB 추가 부양 확실시…

미국이 9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추세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자국 경제보호를 위해 세계 주요국들은 긴축과 완화로 패를 갈라 대응하고 나섰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미국 대(vs) 비(非)미국의 구도로 재편됐다.‘ 돈 회수'라는 출구전략에 나선미국과 경기부양을 위해 돈 풀기에여념이 없는 다른 나라 간 통화정책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이른바‘ 그레이트 디버전스’ (Great Divergence)가현실화한 셈이다.
통화전쟁은 곧 환율전쟁을 의미한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세계의 자본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이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는 전통적 통화정책을 버리고 오히려 시중에 돈을풀어 통화가치의 추가절하를 유도하는‘ 가보지 않은 길'이 눈앞에 펼쳐진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3일 마이너스인 예금금리를 0.1%포인트 추가로 낮추고 양적완화를 확대했지만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등 시장의 반응이 냉랭했기 때문이다.
뜻밖의 사태에 당황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언제든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며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했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였던 영국 중앙은행(BOE)도이미 미국과의 공조에서 이탈했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최근 내년 초까지는 금리인상을 배제하고 있다고밝혔다. 그는“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올릴 환경이 아니다"라면서 미국과다른 길을 가겠다고 공언하기까지했다.
사실상의 달러 페그제를 채택한중국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해환율 절하에 나섰다. 최근 위안화 가치를 절하했고 아예 달러 페그제에서 통화바스켓 페그제로 전환해 위안화와 달러의 동조화를 막겠다는의지를 내비쳤다. 달러화 가치 상승과 함께 위안화 가치까지 덩달아 올라 수출에 타격을 입는 사태를 피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의 동맹을 과시하고 있는 일본도 통화정책에서만큼은 거리를 두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17~18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현 금리수준을 유지한 뒤 내년께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수출부진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일본 재무성은 17일 11월 수출이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고 밝혔다. 10월의 -2.2%와 전문가 예상치(-1.6%)보다 낮으며 지난 2012년 12월(-5.8%) 이후 최악의 수치다. 블룸버그 통신이 전문가 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일본 은행이 추가 부양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48%로 가장 많았으나 내년 3~4월께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것이라는 의견도 31%에 달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환율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 지로 모이고 있다. 유럽과 신흥국들이 미국으로의 자본유출과 달러화 강세를 견디지 못하고 긴축에 나설 경우 전 세계적인‘ 제로금리' 시대는 종언을 고하게 되지만 반대로 달러 강세로 미국 수출이 고꾸라지면 연준은 제로금리로 복귀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1달러=1유로'를 의미하는 ‘패리티'의 현실화 여부가 환율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올해 안에 패리티가 이뤄지고 2017년에는 유로화 가치가 달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바레인 등 걸프 3국과 홍콩 중앙은행이 따라서 기준금리를 즉각 올렸다.
자금유출을 막는 방화벽을 쌓기 위한 것으로 다른 신흥국들도 조만간기준금리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사우디 중앙은행은 이날 정책금리를 기존 0.25%에서 0.5%로 긴급인상했다. 쿠웨이트 중앙은행도 재할인율 금리를 2.0%에서 2.25%로, 바레인 중앙은행도 하루 적용되는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0.25%에서 0.5%로 각각 올렸다.
모하마드 알 하살 쿠웨이트 중앙은행 총재는 “국가통화의 경쟁력을 지키고 국가 경제의 안전을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들 3개국과 함께 걸프협력회의(GCC)에 소속된 아랍에미리트(UAE)·오만·카타르도 곧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합류할 것으로 전망했다.
GCC 6개국 가운데 쿠웨이트를 제외한 5개국은 미국 달러화에 자국통화를 고정하는 환율 페그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통상 미국을 따라 금리를 조정해 왔다. 또 다른 달러 페그제 운영 국가인 홍콩도 기준금리를올렸다. 홍콩 중앙은행은 17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미리 금리를 올렸다. 남아공 중앙은행(SARB)은 지난달 19일 기준금리를 6.0%에서6.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당시SARB 통화정책위원회는 성명에서“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랜드화 가치하락이 우려된다"며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비해 자국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릿 저널(WSJ)에따르면 잠비아와 가나·모잠비크도지난달 잇달아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WSJ는 케냐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남미의 멕시코도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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