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콧시티의 한인업소 밀집 샤핑센터에서 주차난을 우려한 차량 강제 견인으로 물의가 빚어졌다.
40번도로 선상 8300블럭에 위치한 빌리지 그린 샤핑센터 내 동·서쪽 2개 건물 중 한인들이 공동소유한 서쪽 건물에서 이곳에 주차한 동쪽 건물 이용객들의 차량을 견인하면서 한인들의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동쪽 건물의 경우 주차장이 좁아 이용객들이 상대적으로 주차 공간에 여유가 있는 서쪽 주차장을 종종 이용하고 있다. 두 건물의 주차장은 인접해 있어 쉽게 오갈 수 있다.
동쪽 건물에는 중식당과 약국, 서쪽 건물에는 식당과 제과점, 여성의류점, 여행사, 의료원, 부동산, 신문사 등 한인업소가 입주해 있다.
동쪽 건물에 입주해 있던 업소들은 입구에 주차를 서쪽 건물 주차장에 하지 말라는 경고문을 부착해 놓고 있지만, 경고문을 보고 차로 다시 돌아가면 이미 차는 견인되고 없다는 것.
이곳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정은 씨는 “손님 중 상당수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고,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경고판이 있어도 보지 못하거나, 서쪽 건물의 한인의료원에서 진료를 하고 약을 짓기 위해 우리 약국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듣고서도 빨리 차로 돌아가지 못해 지체하는 동안 차를 순식간에 견인해 갔다”고 전했다.
김 씨는 “건물주에 시정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남기니 그곳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회사쪽에서 건물주라며 강압적인 답변을 했다”고 분개했다. 김 씨는 “양 건물 모두 한인업소가 다수여서 한인들이 왔다갔다하며 볼 일을 본다”며, “서쪽 건물주 측에 한국어 안내문을 부착해달라고 했지만 거부했고, 현재로서는 10분만이라도 주차한 차량을 옮길 여유를 줄 것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같은 건물의 한 식당주는 22일 하루 동안만 3-4건의 차를 견인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심지어 차 안에 가방과 전화, 의료카드를 모두 두고 내린 상태에서 차를 견인해 낭패를 겪은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입주 상인들은 이곳에는 한인업소가 많아 한인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의 주차 단속은 1년 전에도 실시된 적 있으며, 2-3개월전부터 재개돼 최근에 부쩍 심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차장에서 차량이 견인되는 것을 발견해 중지시킬 경우에도 65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견인된 경우에는 125달러 이상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쪽 건물 입주업소들도 주차 단속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자신의 업소를 이용한 손님이 잠깐 동쪽 건물에 들르면 차를 견인, 손님들이 격렬하게 항의한다는 것. 상당히 난처할 뿐 아니라 손님을 잃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소는 손님들의 차량 견인비를 대납하기도 했다.
견인 강화는 건물관리업체가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건물주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건물관리를 맡은 SH 프로퍼티 매니지먼트는 주차장 관리는 맡지 않았고, 견인회사를 고용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건물주 측에서는 입주 업소가 늘어나면서 주차문제로 개업 허가 등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어 불가피하게 주차 단속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건물주 측에서는 “한인들의 불만이 잇따라 견인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며 “주차난이 심각해지면 다시 견인을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용객들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기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