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층 대상 평생학습 프로그램 인기
▶ 지적 호기심 채우며 친구들도 사귀고 은퇴, 사별로 텅 빈 마음 학구열로 치유

존스 합킨스 대학 부설 오셔 평생학습원에 모인 수강생들. 대부분 은퇴자들인 이들은 강의실에서 지적 욕구도 채우고 친구들도 사귄다.
은퇴 후 차고 넘치는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 준비 없이 은퇴하고 나면 하루하루 시간 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들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학습원이 미 전국에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노년에 학교에 가서 강의를 들으면 꾸준한 지적자극으로 뇌를 젊게 할 수 있고 강의실에서 만난 사람들과 교분을 쌓으며 대인관계의 폭도 넓힐 수 있어 일석이조이다. 노년의 공부는 특히 알츠하이머 예방에 좋다는 분석이다.
조시와 수잔 프라이드 부부는 매주 3일씩 강의를 듣는다. 그렇다고 성적표를 받거나 중간고사, 기말 고사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다. 새삼스럽게 학위를 다시 따려거나 새로운 직업을 가져 보려는 것도 아니다.
68세 동갑인 이들 부부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또래들과 공부하는 것이 좋아서 수강 신청을 했다. 조시는 치과 의사로 일하다 8년 전 은퇴했고 아내인 수잔은 전직 영어교사였다. 이들은 뉴욕에서 살다가 아들이 살고 있는 매릴랜드, 록빌로 이사를 했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2살, 8살, 11살인 손주들과 가까이 살고 싶어서였다. 그렇다고 가족 울타리 안에서만 살수는 없었다. 바깥 활동이 필요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오셔 평생 학습원(Osher Lifelong Learning Institute)에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오셔 학습원은 현재 미 전국에서 119개가 넘게 운영되고 있다. 수강생은 연간 15만명에 달한다. 대부분 대학들과 연계해 운영되는 오셔 학습원은 미 전국 노년층 교육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평생 교육’으로 분류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지만 오셔 학습원에는 그중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는 고학력자들이 모여 든다. 은퇴 후 느긋하게 동년배들과 어울리면서 지적, 사회적 자극을 받기를 바라는 이들은 종종 친구가 되곤 한다.
프라이스 부부가 평생 학습 과정의 길로 들어선 것은 처음 워싱턴의 스미소니안 부속 프로그램에서 한 학기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였다. 거기서 만난 한 학생을 통해 오셔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오셔 학생이 되었다. 덕분에 은퇴 후 넘쳐나는 시간에 “뭔가 할 일이 생겼다”고 조시는 말한다.
성인교육 프로그램은 지역 교육구나 도서관, 레크리에이션 담당국, 연장자 센터 등에서 늘 해오던 것이다. 한편 평생 학습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하나의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어려운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은 반 학우들과 교분을 쌓고 싶어 한다.
“이 프로그램의 사교적 요소는 회원들에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수잔은 말한다.
존스 합킨스 대학 부설 오셔 학습원의 회원은 1,200명이다. 거기에 500명이 대기 중이다. 프로그램 디렉터인 매리 케이 갈로토는 이같은 인기와 관련, 노년층이 고립되지 않으려고 학교에 나온다고 말한다. 강의를 통해 정신에 활기가 돌고 소셜 네트워킹의 기회를 갖게 되면 삶이 살만해진다는 것이다.
의학연구에 의하면 나이가 들수록 지적 자극과 활발한 대인관계가 있어야 정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 질병 교육 및 추천 센터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활발한 교분을 유지하고 끊임없이 지적 자극을 받는 등 평생 인지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것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낮춘다.
존스 합킨스 대학 부설 오셔 학습원은 매릴랜드에서 록빌, 볼티모어 그리고 콜롬비아 등의 도시에 캠퍼스를 가지고 있고, 은퇴 커뮤니티 안에 2개 분교를 갖고 있고 현재 한곳을 또 개설 중이다. 분교에는 은퇴 커뮤니티 주민들과 인근 주민들이 참석한다.
1977년 고등교육과 예술후원을 위해 설립된 버나드 오셔 재단은 평생 학습원을 운영하는 그랜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런데 평생학습원에 들어가려는 숫자가 너무 많아서 모든 지역에서 서비스를 확대할 방도를 모색하고 있다고 샌프란시스코 버나드 오셔 재단의 프로그램 선임 디렉터인 데이비스 블래제빅은 말한다.
평생 학습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다. 오셔 학습원에서 제공하는 강좌들은 어떤 특정기술을 익히려는 것들이 아니다. 말하자면 외국어를 배우거나 직조 같은 것이 아니다. 대신, 수년간 관심이 있었으면서도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배우지 못한 과목들에 학생들은 빠져든다.
지난 2014년 10월 결혼한 빌 루이스(69)와 폴라 램지 루이스(67) 부부는 둘 다 평생 몹시 바쁜 직업들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며 살아왔다. 이제 빌은 오셔에서 공보해온 지 4년이 되었고, 폴라는 3년 째 클래스를 수강하고 있다.
빌은 연방정부의 고위직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했고, 폴라는 북가주 세계문제위원회 개발담당 디렉터 등 다양한 자리에서 일을 했다. 빌은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특히 좋아한 강좌는 ‘백악관으로 가는 길’ 등 저널리스트인 엘리노어 클리프트가 강의한 강좌들이다.
“은퇴하기 전에 할 일을 미리 계획해 두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평생학습 프로그램은 종종 빈 공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은퇴나 배우자와의 사별 혹은 친구들의 이주나 사망으로 인한 텅 빈 마음이다.
지금 87세인 에디트 리트는 이 세 항목에 모두 해당된다. 도시 개발계획 전문가로 일하다 은퇴를 했고 지난 1995년 남편이 사망했으며, 친구들 중 다수가 플로리다로 이사를 갔다.
뉴욕 태리타운에서 살면서 웨체스터 커뮤니티 칼리지 재단 이사회에 속해있던 에디트는 10여년 전 대학에 평생교육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만한 교실이 부족했다.
결국 에디트는 뉴헤이븐까지 운전해 가서 예일에서 건축학 강의들을 수강했다. 강의는 재미있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젊은 학생들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만이 나이든 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구상해낸 아이디어가 평생 학습 콜리지엄이었다.
2003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의 회원은 현재 200명이나 되고 대기 명단도 있다.
존스 합킨스 프로그램의 경우, 학비는 정회원인 경우 연간 500달러 정도. 수강하는 강의에 제한이 있는 준회원 학비는 125달러이다.
웨체스터 커뮤니티 칼리지 부설 콜리지엄 학비는 수요일과 금요일 프로그램이 각각 200달러 정도, 주 2일 수강 때는 400달러이다. 웨체스터 프로그램에서 학생이나 교사, 혹은 콜리지엄에서 부르는 식으로 하면 리더는 대부분 전문직 은퇴자들이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주제에 집중하라는 것. 손주들 이야기나 병원 다니는 얘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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