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 폭락 속 일부 석유업체‘지하 재고비축’전략으로 대응
▶ 배럴 당 가격 2014년보다 60% 이상 하락,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수급균형 위협할 수도

아나다르코사가 소유한 콜로라도 주 버사우드의 셰일 유정. 시추는 했지만 생산은 1년 정도 미룬다는 것이 아나다르코의 방침이다. <뉴욕타임스
원유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한때 옥수수 밭이었던 콜로라도 와텐버그 지역의 원유 시추 작업이 멈춘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는 지하 1만3,000피트의 셰일 속으로 조심스럽게 파이프를 박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아나다르코사가 시추하고 있는 수백개 유정들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서는 언젠가 하루 800배럴 이상의 원유가 뿜어져 나오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나다르코는 앞으로 최소 1년간은 단 한 방울의 원유도 생산하지 않을 계획이다. 원유가격이 너무 낮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유정은 원유나 천연가스를 전혀 생산하지 않고 있는 전국의 4,000개가 넘는 유정들 가운데 하나이다. 이것은 새로운 지하저장 형태가 되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수많은 근로자들을 해고해야 했던 석유업계가 새로이 도입하고 있는 새로운 재고비축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아나다르코 같은 개별 기업들에게 이런 완료지연(업계에서는 시추는 했지만 완료되지 않았다는 뜻의 단어 첫 자를 따 D.U.C.라 부른다)전략은 현재 배럴당 38달러 정도인 원유가격이 오를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원유가격은 2014년 여름에 비해 60%나 떨어진 상태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비축한 원유를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아나다르코 로키스의 시추 책임자인 모 펠맨은 “우리는 시장상황에 맞추고 있다”며 “시장이 다시 돌아왔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언제 원유가격이 회복될지 불투명한 것도 이런 전략의 한 가지 이유라고 지적한다. 현재 생산을 하지 않고 있는 유정들이 생산을 시작할 경우 그 양은 하루 50만배럴에 달할 수 있다. 이는 핵협상 타결로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가 풀릴 경우 세계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될 원유량과 맞먹는다.
아나다르코 같은 기업들은 가격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자칫하면 이런 기업들이 생산하게 될 원유가 오히려 전체 시장을 질식시키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궁극적인 영향은 작고 단기적이 될 것이라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전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여파가 미치게 될지 누구도 확신하기 힘들다. 컨설팅 업체인 우드 매킨지의 수석 원유분석가인 크리스토퍼 코진스키는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원유생산이 급속이 늘어나게 되고 그것은 수요 공급의 균형을 깨뜨리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새로운 전략은 텍사스와 노스다코다, 콜로라도의 셰일 혁명에 의해 가능해 진 것이다. 원유가격이 폭락해 생산량이 줄어들기 전 6년 사이에 이 셰일 혁명 덕분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두 배나 늘었다. 셰일 유정에서 원유가 나오려면 무엇보다 먼저 시추가 이뤄져야 하고 ‘프래킹’이라 불리는 수압분쇄를 해야 모든 작업이 완료되는 것이다. 프래킹은 물과 모래, 화학물질 등으로 셰일 바위를 깨뜨리는 작업이다.
한 지역에서 동시에 여러 개의 셰일 유정을 시추하는 기술이 가능해지면서 시추의 효율성은 여러 배로 늘어났다. 셰일 유정에서는 처음 한두 해 동안에 가장 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시추 후 바로 원유를 채취하지 않고 높은 가격을 기다린다는 것은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첫 해 생산량이 가장 많은 셰일 유정인 호라이즌탈 유정들 가운데 지난 6개월 사이에 시추됐지만 생산은 하지 않는 곳은 1,300개에 달한다. 이는 2014년보다 3배나 많은 수치라고 노르웨이의 컨설팅 업체인 리스타드 에너지는 밝혔다.
아나다르코와 EOG 리소시스 등 몇몇 주요 업체들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초 원유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유정 작업을 완전히 끝내지 않은 채 원유를 지하에 보관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가격 반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EOG의 경영자인 빌 토머스는 “우리가 유정작업 완료를 지연시킨 이유는 이윤을 크게 늘리기 위한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유정 완료를 위해 프래킹 작업에 투입할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그리고 이들과의 계약은 유동성이 높다. 그래서 비용도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것은 크지 않은 비용 부담으로 언제든 생산에 돌입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원유가격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더라도 비축한 원유의 상당량을 올해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일부 업체들은 밝혔다. 이미 비용을 거의 다 들였기 때문에 새롭게 유정을 시추해 생산해 내는 것보다 40% 이상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산량 조절에 상당한 융통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나다르코는 올해 전망에 여전히 신중하다. 아나다르코의 내륙 탐사 및 생산 담당 책임자인 대럴 홀렉은 “만약 원유가격이 오르면 우리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며 “거의 모든 유정을 최종 개발할 것인지 아니면 절반만 그렇게 할 것인지는 상황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아나다르코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 22억달러 손실을 봤다. 주가는 반토박이 났다. 이 기업의 경영진은 내륙의 셰일 유정들에 대한 새로운 개발은 줄이고 걸프 멕시코 심해와 외국 유전 개발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이런 전략은 많은 전문가들 전망처럼 원유가격이 다시 오르게 되면 아나다르코 수익을 크게 개선시켜줄 것이다.
아나다르코는 와텐버그에 이미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유정 6,800개를 가지고 있으며 추가 시추지점 4,000여개를 확보하고 있다. 올해도 여기서만 380개를 시추했다. 이 가운데 130개의 시추 완료를 1년 이상 미룰 계획으로 있다. 모닝스타의 분석가인 마크 핸슨은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 아나다르코는 사이클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오고 있다”며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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