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분야 홍일점 도전 열정으로 최고위 올라 “새로운 시각 접근” 강점
▶ 재해현장 수습 전문과 트레이드쇼 제작도 진출 “자신의 일 즐겨야 성공”
■ 금녀의 빗장 여는 여전사들
항공기 부품제작산업과 재해현장 청소업 및 조경업은 남성이 지배하는 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업종에 속한 관련업체들의 경우 말단에서 고위직에 이르는 거의 모든 자리를 남성이 꿰차고 있다. 그야말로 ‘남성천하’다.
그러나 남성들의 영역에 도전하는 ‘여전사’들이 늘어나면서 굳게 잠겼던 ‘금녀의 빗장’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다.
▲소형 항공기 부품제작
알래스카에 거주하는 헤더 몽고메리도 남성일색인 항공기 부품제작업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든 당찬 여전사들 가운데 한 명이다.
알래스카는 소형 항공기 제작산업의 본고장이다. 소형 자가항공기가 꾸준한 인기를 누리면서 부품을 제작하는 지원업체들이 활발한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곳이다.
3년 전 알래스카에서 가장 큰 소형기 부품제작사인 에어프레임스 알래스카에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몽고메리는 이 분야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알래스카 시니어 센터 전무로 활동하던 그녀가 회계관리인으로 에어프레임스 알래스카와 첫 인연을 맺었던 당시, 8명의 전체 직원 중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녀에게도 회사의 ‘홍일점’이라는 위치는 부담스러웠다. 몽고메리를 처음 소개하는 자리에서 오너는 남자 직원들에게 그녀 앞에서 특별히 삼가야 할 ‘주의사항’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몽고메리는 주변의 눈을 피한 채 낮은 자세로 주어진 일에만 몰두했다. 빠른 속도로 업무파악을 끝내고 소형기부품 제작업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그녀는 회사가 합병을 단행할 때 주역으로 활약했다.
그녀는 “성장하고 싶은 욕구에 떠밀려 부품조립에서 매니지먼트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모든 업무내용을 면밀하게 살피고, 필요한 지식을 차곡차곡 축적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제대로 먹혔고, 그녀는 입사 8개월만에 운영담당 최고책임자(COO) 자리에 올랐다.
알래스카 토박이인 몽고메리는 자신의 열악한 성장배경이 기개와 뚝심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자평한다.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는 데다 수시로 전기마저 끊어지는 오두막집에서 그녀는 직접 장작을 패서 불을 지피고, 음식을 마련했다. 말하자면 그녀는 ‘서바이벌 게임’의 생존자다.
현재 에어프레임의 직원은 40명으로 늘어났지만 아직도 거의 모두가 남성이다.
몽고메리는 “여성으로서 남성이 지배하는 산업분야에서 일하다보면 몸담고 있는 업종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고 말했다.
▲조경산업
항공기 부품제작업과 마찬가지로 조경업도 여성이 진입하기 힘든 영역이다.
카라레아 리스트가 잔디깎기 기계를 조작하는 광경을 지켜본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여성들은 “이 힘든 육체노동을 매일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안쓰러워하는 반면 남성들은 “여자가 도대체 뭘 하는 것이냐”며 의아해 한다.
1999년 ‘데코 그룹 NYK’라는 회사를 차릴 때까지만 해도 리스트는 조경업의 ABC조차 모르던 상태였다. 이전 경력도 카지노와 경주마 사육농장에서 일한 것이 전부였다.
어느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기분전환을 위해 잔디깎기 기계에 올라타 풀을 베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구상했다. 그로부터 2시간 후 그녀는 대답을 찾았다.
야외에서 손에 흙을 묻히며 일하는 것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남편을 첫 번째 직원으로 고용해 본격적으로 조경사업에 뛰어들었다.
켄터키주 헤브론에 자리잡은 데코 그룹 NYK는 창업후 불과 4년 만에 연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탄탄한 스몰비즈니스로 성장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잔디깎기에서 조경작업과 흙운반에 이른 모든 일을 두 부부가 감당해야 했다.
리스트는 시간이 나는대로 도서관과 묘목원을 방문해 조경업에 관해 배우고 익혔다. 한마디로 독학을 한 셈이다.
그녀가 흘린 땀을 비료삼아 성장을 거듭한 데코 그룹은 현재 14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지금은 성공한 사업가 대접을 받지만 회사를 일구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거래 은행은 단지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픽업트럭 구입에 필요한 론을 거부했다. “여성이 픽업트럭을 필요로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자가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도 귀가 아플 정도로 자주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회의론자들의 경고를 무시했다.
“자신의 일을 즐기고 열심히 하는 여성은 더 크고, 더 나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경험에 근거한 그녀의 지론이다.
▲재해현장 수습
재해현장 뒷수습이 전문인 셸리 바크 역시 남성영역에 진출한 여전사 가운데 한 명이다.
바크는 남성들에 둘러싸여 일하는데 익숙하다. 한때 거의 남성일색인 제조업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의 경험은 그녀와 남편이 9년전 아이오와주 페리에서 재해현장 청소와 복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매입했을 당시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부부는 차고에 사무실을 차리고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이들 역시 재해지역 청소와 물품보관, 복구 등의 작업을 온전히 둘이서 처리해야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서 바크는 수재복구 기술을 익혀 인증을 획득했다.
바크는 “남성이 지배하는 업종에서 일하는 여성은 회사의 모든 업무에 정통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행중인 프로젝트와 관련한 답을 얻기 위해 전화로 질문을 해오는 남성들은 한결같이 “그곳의 남자 기술자와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통해 바크는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그들이 쏟아내는 질문에 정확한 답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업무 전반에 대해 정통한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의 비즈니스는 지난해 2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현재 25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중 7명은 여성이다.
바크는 여직원들이 남성 동료들과 똑같이 재해현장에서 어려운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레이드쇼 제작
트리샤 코스텔로는 배타적 ‘남성전용 클럽’으로 정평이 난 트레이드쇼 분야에 진출해 성공신화를 쓴 또 다른 여전사다.
대기업들은 트레이드쇼에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돈이 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지역을 다스리는 남성들은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허용치 않으려든다. 잠재적 경쟁자가 여성인 경우는 텃세가 더욱 심하다.
웬만큼 터프하지 않고선 이들의 텃세를 견뎌내기 힘들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여성 특유의 세심함을 최대한 활용해 꼼꼼히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고객들로부터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인정을 받아내는 것이다.
트레이드쇼의 일은 상당한 근력을 요구한다. 손을 더럽혀가며 부스를 세우고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려야 한다. 대부분의 대형 전시업체들을 남성이 지배하는 것도 이런 작업 내용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학창시절에 처음으로 이벤트 기획의 맛을 보았던 코스텔로에게 힘을 쓰고 손을 더럽히는 것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대학 3학년 때 아카데미 시상식과 관련된 행사를 거든 후 이벤트 기획에 푹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1999년 코스텔로는 여동생과 함께 라스베가스에 풀서비스 기획과 대형이벤트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프레시 와타를 설립했다.
프레시 와타는 트레이드쇼를 위한 상품전시에서부터 기업들이 의뢰한 개념화 이벤트(conceptualizing events)까지 모든 장르의 기획업무를 처리한다.
코스텔로의 초기 프로젝트 가운데는 델 창업주 마이클 델을 위해 라스베가스 포시즌에서 열린 리셉션도 포함된다. 그녀이 주요 고개들로는 유니비전, 비자, 스프린트, 넷플릭스 등이 있다.
프레시 와타는 28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으며 연 1,000만 달러의 판매고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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