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 감소로 광물·원유가 폭락하면서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휘청
▶ 기존투자 때문에‘울며 겨자먹기’식 증산 수급균형 악화로 추가 가격하락 악순환

인도는 생산과잉에도 불구하고 석탄 광산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칠 레는 북쪽 지역 사막 밑의 세계 최대 노천 구리광산의 채굴작업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구리 가격이 세계 시장에서 폭락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말이다. 인도는 사용하지 않는 석탄을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도심지역으로 수송하기 위한 철로 건설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럴 경우 이미 공급과잉 상태인 석탄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는 앞으로 4년 동안 천연가스 생산량을 현재보다 150% 늘릴 계획이다. 에너지 회사들은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수출작업을 위한 터미널을 여러 개 신축 중이다.
원자재 시장에서 이런 우려스러운 불균형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중국 때문이다. 지난 수년 동안 중국은 경제가 급속히 팽창하면서 전 세계 금속들과 작물, 연료 등을 게걸스럽게 소비해 왔다. 낮은 채무비용에 힘입어 국가들과 기업들은 중국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 속에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려왔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은 달라졌다. 중국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상환 부담이 커진 미국 기업들은 생산을 지속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과잉은 가격을 폭락시키고 브라질, 베네수엘라 같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또 호주와 캐나다 같은 선진국들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변화의 지정학적, 재정적 여파는 투자가들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의 폭락과 함께 최근 수일 새 글로벌 성장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10여년 지속돼 온 붐의 그늘인 원자재 시장의 이런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 오래 전 결정된 캐나다 오일샌드와 서아프리카 철광산들 같은 대형 프로젝트들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투자결정은 이미 시작됐다. 막대한 비용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프로젝트를 철회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과잉이 해소되려면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홍수현상은 가격 하락의 압력 요인이 되고 있다. 원유 회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약 25만명을 해고해야 했다. 알파 내추럴 리소시스를 비롯한 미국의 석탄 광산기업들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거대한 에너지 경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현금보유가 줄어들면서 차관을 받아여 했다. 원유를 믿고 마구 돈을 써 온 베네수엘라는 올해 100억달러 빚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95%를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인 마이클 레비는 이런 반전 현상을 처음에는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됐다가 나중에는 홍수를 부르는 폭우에 비유한다. 그는 “생산자들이 자신들의 가장 큰 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과잉생산을 우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발생했으며 모두를 수렁 속에 빠뜨렸다”고 덧붙였다.
낮은 에너지 가격과 원자재 가격은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는다. 에너지 과잉공급은 미국 가정에 연 평균 수백달러의 절약효과를 안겨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원자재 시장의 혼란은 글로벌 경제의 약세를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무역의 감소를 초래하고 일부 국가들은 일본이 수십년 겪었던 것과 같은 디플레 수렁 속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여름 중국에서 시작됐던 경제적 혼란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연말까지 늦추게 된 원인이 됐다.
에너지 사학자이자 IHS 컨설팅 대표인 다니엘 예르긴은 “저유가는 한때 경제이론이 주장했던 것과 같은 경제 부양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의 약세가 무얼 의미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과거 과잉투자의 결과인가 아니면 향후 글로벌 경제의 약세를 의미하는가를 따질 필요가 있다. 내 의견으로는 둘 다”라고 진단했다.
원자재는 항상 호황과 폭락을 반복해 왔다. 글로벌 경제에 따라 등락을 거듭해 온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낮은 채무비용이라는 변수는 이런 등식을 바꿔 놓았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국은 2007년 하루 750만 배럴의 원유를 소비했다. 이는 2003년의 500만 배럴에 비해 무려 50%가 증가한 소비량이었다.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게 최대 원유수입국이 됐다. 다른 원자재들과 비슷한 패턴을 따랐다. 수요 급등은 2007년까지의 5년 동안 구리가격은 세 배, 아연가격은 두 배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다. 세계 경제는 휘청거렸지만 중국은 성장을 계속했다. 더 많은 원자재를 개도국들로부터 사들였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들은 흥청거렸다. 구리 등 광물이 풍부한 페루는 새롭게 벌어들인 돈을 샤핑 센터 건설과 수도 리마의 아파트 신축 등을 통한 중산층 확대에 쏟았다. 원유가 풍부한 나이지리아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경제위기 때문에 밑바닥까지 떨어진 금리는 호황을 더욱 부채질했다. 페트로브라스 같은 브라질 에너지 기업의 채무는 무려 1,28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미끄럼을 타면서 이야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5년 원자재 가격은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니켈과 철광석, 플래티넘, 구리 등 가격은 모두 25% 이상 하락했다. 원유는 지난 18개월 사이에 60% 이상 폭락했으며 옥수수와 밀 가격조차 하락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금년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원유는 유례없는 수준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은 금리 인상으로 한층 더 치명적인 것이 되고 있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렸던 기업들은 이제 감당하기 힘든 상환액수를 떠안게 됐다.
그런 가운데 프리포트-맥모란 사는 페루 구리광산에 무려 46억달러를 투입해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얼마나 거대한지 페루 전체 전기소비량의 10%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구리 가격이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이 기업은 지난 3분기에 38억달러의 손실을 봤다. 주식 가격도 지난 1년 새 70% 이상 하락했다. 그런 와중에 회사 경영자도 사임했다.
그렇지만 완전히 사업에서 철수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새로운 광산들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최대한 가동해야 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원자재를 팔아야 건설에 들어간 비용을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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