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털복숭이족 열풍… 비어드 케어제품 인기
▶ ‘면도 없는 11월’ 연례행사로 오일·샴푸 등 매출 급성장
수염을 기르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관련 남성용품이 핫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남성들 사이에 수염(beard) 가꾸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면도 없는 11월’이라는 연례행사까지 생겼다. 하지만 11월 한달뿐 아니라 1년 내내 수염을 깎지 않고 공들여 관리하는 ‘마초’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일부 정치인들과 기업 최고경영자들까지 수염을 가꾸는 남성 대열에 합류했다.
유행을 앞서가는 도시의 힙스터족은 수염의 동의어가 되어버렸고, 야외생활을 즐기는 스포츠광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덥수룩한 모습으로 지낸다.
수염이 다시 유행을 타자 연 60억 달러 규모인 남성용품 시장에서 ‘비어드 그루밍’(beard grooming), 즉 수염 관리에 필요한 관련 케어 제품이 불티나게 팔이고 있다.
코 아래, 턱과 뺨의 털을 말끔히 밀어내는 안면 면도가 서서히 퇴조를 보이면서 수염이 새로운 남성의 심벌로 자리를 잡아가자 털복숭이들의 얼굴 관리에 초점을 맞춘 스몰비즈니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턱수염 열풍 현상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쉽게 관측된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포스팅된 관련사진엔 찬양일색의 해시태그들이 따라붙는다. 이곳에서 수염 없는 얼굴은 곧잘 조롱거리가 된다.
해시태그에 적힌 ‘수염의 신’이라든지 ‘비어드 갱’과 같은 용어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칭 ‘수염 모델’과 수천 명에 달하는 이들의 추종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유행을 예보하는 트렌드 포캐스팅 업체인 ‘스튜디오 에델쿠르트’의 스타일 전문가 필립 핌마노는 “이상적인 남성의 아름다움은 꽃미남형에서 몸에 털이 난 자연스럽고 로맨틱한 모습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핌마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믿지 않으려 들지 몰라도 거친 외모를 지닌 남성일수록 생김새에 대단히 예민하며 용모를 가꾸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수염을 말끔히 밀어버리는 사람들은 얼굴에 난 무성한 털에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수염은 상당한 아름다움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수염 선호 현상에 따른 “면도와의 작별” 움직임은 지난해 면도기 판매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2015년도 리서치 리포트에 따르면 수염에 바르는 향유의 일종인 비어드 밤과 오일, 샴푸와 컨디셔너 등을 포함한 남성용 세면도구 판매량은 4%가 성장한 34억 달러를 기록한 반면 면도용품 매출 증가율은 2% 늘어난 29억 달러에 그쳤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몇 년간 면도칼 판매가 제자리걸음을 한 이유로 수염의 유행을 꼽았다.
그러나 수염의 인기가 단기간에 시들 것이며, 이미 출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그들 중 한 명인 새쑨 살롱의 헤어스타일리스트 앤더슨은 “수염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는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인구 중 특정 연령층에서만 수염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지적하고 “아직도 과반수의 남성들은 면도를 선호하며 주류에 속한 대부분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말끔하게 수염을 깎은 얼굴을 유지할 것을 요구받는다”고 지적했다.
앤더슨은 이어 “몇몇 고급 이발소가 고객의 수염 손질에 공을 들이고 있긴 하지만 일반 헤어살롱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객관적인 증거는 그의 추측이 잘못된 것임을 시사한다.
수염을 기르는 남성의 증가에 발맞춰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상품공급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앤더슨의 추측에 오류가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학자이자 자칭 비어드 사학자인 앨런 휘트니는 최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발소와 비어드 케어용품들이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비즈니스 분야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추세는 역사적 주기의 한 부분이지만, 과거의 수염 열풍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휘트니에 따르면 수염 기르기 열기는 18세 들어 사라졌다가 1850년 이전보다 훨씬 더 기세등등하게 돌아왔다.
그는 “300~400년 전에는 수염을 기르는 추세가 수십년간 지속됐고, 빅토리아시대의 경우 무려 50년 동안 유지됐다면서 현재의 비어드 인기는 30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이번의 수염기르기 추세는 관련 케어용품의 붐을 동반했다.
시장분석 업체 데이터모니터는 비어드 케어에 ‘올인’한 스타트업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5배나 늘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011년에 8개에 불과하던 것이 2014년에는 42개로 증가했다.
데이터모니터는 깨끗하게 면도한 ‘메트로섹슈얼’형에서 거칠지만 로맨틱한 벌목꾼형으로 남성적 매력의 전형이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연스럽고 강인하게 보이는 ‘럼버섹슈얼’형이 대세로 자리를 잡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딜런 야젤은 수염의 유행에 편승해 발빠르게 돈벌이에 나선 사업가들 가운데 한 명이다.
비어드 케어용품 품 공급업체 비어디드 플레저스의 소유주인 그는 “인류의 출현 이후 성인 남성들은 늘 수염과 함께 했다”며 강세를 보이는 비어드 열기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야젤은 최근 그의 남성세면용품 브랜드와 액세서리를 홀푸즈 매장에서 판매하기 위한 거래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그가 노리는 최종목표는 따로 있다.
야젤이 눈독을 들이는 ‘대망의 거래처’는 이발소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 회사의 직원들조차 야젤의 최종 타깃에 반신반의한다.
이발소는 머리를 깎고 수염을 밀기 위해 가는 곳인데, 그런 곳에 비어드 케어용품을 집어넣는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젤의 생각은 다르다.
수염의 강세가 오랫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그는 “수염 손질을 위해 이발소를 찾는 사람들이 급증할 것”이라면서 “이발소에서 비어드 케어가 보편될 때 우리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실제로 야젤이 운영하는 비어디드 플레저는 불과 1년만에 인스타그램에 기반을 둔 소규모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완전히 틀이 잡힌 기업으로 성장했다.
야젤은 “우리가 이발소에 엄격히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처음부터 수염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남성만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목표가 뚜렷했기에 회사 브랜드 역시 소비자들에게 확실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소규모 셰일 생산업체들과 신생 테크놀로지사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비어드 케어 회사들이 ‘시간의 시험’을 이길 수는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끝까지 살아남지 못한 채 도중에서 탈락하게 된다. 그것이 시장경제의 원칙이다.
비어드 케어 시장의 푸르던 물도 점차 붉어지고 있다.
경쟁이 별로 없는 청정구역인 ‘블루 오션’(blue ocean)에서 동종업체들 사이의 피튀기는 싸움판인 ‘레드 오션’(red ocean)으로 서서히 전환되는 중이다.
이미 굳건한 지위를 확보한 대형 남성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뜨겁게 달구어진 비어드 시장에 뛰어들어 기존 메이저들의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고 신생 브랜드의 수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야젤은 시장의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것이고 오직 소수만이 경쟁에서 살아남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싸움의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며 유행을 좇아 앞뒤 재지 않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은 명맥을 유지하지 못한 채 결국 대형 브랜드에 먹히거나 도태될 것으로 점쳤다.
비어디드 플레저의 자랑거리는 전체 제작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병에 넣는 비어드 오일의 분량까지 예젤과 직원들이 일일이 재어서 분배한다.
현재 남성용 뷰티케어 용품 제조사들은 한결같이 남성 고객들에게 면도를 권장한다. 시장에 나온 제품들도 면도와 관련한 것들이 비어드 케어용품보다 많다.
그러나 비어드 케어사들은 제법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다.
수염 문화가 무서운 기세로 다시 찾아들었으니 더 이상 힘없이 밀리는 일은 없으리라는 자신감이다.
수염을 기르는 남성이 늘어날수록 관련 케어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논리다.
그는 비어드 상품 붐이 유지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수염 관련 산업이 틈새시장을 파고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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