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 장례식 돕는 장의사들 등장
▶ 보다 자연스럽고 가족적인 의식, 비용 절감되고 환경보호 효과도

LA 장의사를 창업한 케이틀린 도우티(왼쪽)와 앰버 카벌리. 전문 장례사들인 이들은 가족들이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가정 장례식을 장려한다.
LA 장의사(Undertaking LA)에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은 보통 이런 문의들을 한다.“어머니가 집에서 방금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내일 정오까지 어머니를 곁에 모시고 있고 싶은데, 법에 저촉되지 않나요? 괜찮은 건가요?” 지난여름 LA 장의사를 창업한 앰버 카벌리와 케이틀린 도우티의 대답은“그래도 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에서 장례를 반드시 장의사를 통해 치러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집에서 가족끼리 조용하게 장례를 치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884년 런던에서 인쇄된 가톨릭 핸드북. 시골 신부들과 교인들을 위한 장례 지침서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마무리하는 의식을 가족 중심으로 집에서 하는 가정 장례식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집에서 가까운 사람들만 모여 장례식을 하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장을 행하는 등 장례식을 간소화 하자는 움직임이다.
LA 장의사의 카벌리와 도우티는 이런 사람들에게 장례 절차를 가르치고 컨설팅하는 일을 한다. 염습 즉 시신을 어떻게 씻기고 옷을 입히는지를 가르치고 필요한 경우 몸안의 체액들을 어떻게 뽑아내는지 등에 조언을 준다. 가족들이 시신을 하룻밤 집에 모시고 싶어 하면 얼음 팩이나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하라고 설명해준다.
이들 가족은 직접 장식한 관을 사용해 화장을 하기도 하고 때로 화장 시작 버튼을 직접 누르기도 한다. 카벌리와 도우티는 올봄부터 죽음 웍샵을 진행할 계획이다. 고객들이 직접 사망 관련 서류들을 작성하고 시신을 염습하며 가정 장례식을 함으로써 기본적으로 스스로 장례를 마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가정 장례식은 새로운 게 아니다. 19세기 후반까지는 누구나 집에서 장례를 치렀다고 장례 소비자 연맹의 총무인 조수아 슬로컴은 말한다. ‘마지막 권리: 미국식 죽음을 되찾아서’를 공동으로 편찬한 저자이다.
그에 의하면 지금처럼 시신을 방부처리하고 화장을 하는 의식은 남북전쟁 이후에 생긴 것이다. 장례는 으레 외부에서 전문가의 도움으로 치러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가정 장례식은 어디서나 법적으로 허용된다. 그리고 시신을 방부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느 주에도 없다.
“상당히 교육받은 사람들조차도 장의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장례절차를 주관할 법적 권리는 없다고 믿는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전문 장례사 주재 하에 장례식을 치르도록 규정한 주는 미 전체에서 뉴욕 주 등 10개 주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 등 다른 주들은 이런 규정이 없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장의업계에 작지만 꾸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보다 자연스럽게 보다 가족적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장의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정 장례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병원 대신 집에서 하는 분만, 호스피스 그리고 환경운동과 모두 같은 흐름의 운동이라고 말한다.
“총체적 녹색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고 비영리 교육 구룹인 전국 가정장례연맹의 카에트얀 어널리시 이사는 말한다.
“보다 자연스런 방법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비용을 절감해줍니다. 장례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것이지요.”전국 장의사협회에 따르면 전문 장례사를 통한 장례 및 매장 비용은 2014년 성인 기준 중간 가격이 8,508달러였다. 지하 납골실과 관, 방부 처리와 다른 서비스들을 포함하는 가격이다. 이에 더해 장의사는 봉사료를 청구할 수 있고 대부분 청구한다. 봉사료 전국 중간가격은 2,000달러. 비석이나 공원묘지에서 청구하는 다른 비용들은 별도이다.
반면, 집에서 가족끼리 장례를 치르면 비용은 100달러 남짓이면 된다. 매장을 반드시 공원묘지에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공원묘지 아닌 곳에도 매장이 허용되는 주에서는 유가족과 친지들이 직접 묘를 팔 수도 있다.
LA 장의사는 가정 장례식을 도와주는 비용으로 996달러를 청구한다. 3시간 동안 가족을 방문해 시신을 씻고 수의를 입히는 것 즉 염습을 돕고 화장과 매장에 대한 안내를 해주며 이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비용이다. 매장이나 화장 비용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3시간 동안 시신을 염습하는 법과 사망 관련 서류 작성법을 조언해주는 컨설팅 비용은 340달러. 가족들이 참관하는 화장 비용은 1,470달러이다. 비싸지 않고 적당한 관으로 버드나무 관의 가격은 1,370달러이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시애틀의 장의사 ‘새크릿 모먼트(A Sacred Moment)’는 가정 장례식과 녹색 매장을 가장 앞서 추진한 선구자에 속한다. 그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저렴한 관들이 소개되어 있고 직접 관을 제작하는 방식도 알려준다. 가정 장례식에 대한 컨설팅을 직접 혹은 온라인 세미나로 진행한다.
LA 장의사를 시작한 도우티와 카벌리는 과거 대형 장례사에서 근무했었다. 카발리는 포리스트론 공원묘지 등지에서 방부처리 전문가로 일했고 도우티는 장의사와 대형 화장터의 장례 디렉터로 일했다. 도우티는 ‘연기가 눈에, 화장터에서 배우는 다른 교훈들’이란 책을 내는 등 장례업계에서 상당히 이름이 알려져 있다.
다행히 캘리포니아는 장의사 건물에 시신 방부 처리실을 갖추고 관을 전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어서 카벌리와 도우티의 창업이 용이했다. 방부 처리실 같은 것들을 갖춰야 한다면 상당히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건축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시신 방부처리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고객들을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화장터를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필요에 따라 인근 화장터를 이용하고 사용료를 지불한다.
그래서 창업비용은 별로 들지 않았다고 도우티는 말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 8,000달러에 7,000달러를 추가로 투자해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내용은 가정 장례식 컨설팅을 하거나 집에서 하는 장례식, 매장, 화장을 도와주고 수고한 시간에 따라 봉사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LA 장의사는 이윤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아울러 비영리 기구 자격을 신청했다.
가정 장례식은 재정능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래서 소득에 따라 비용을 차등 적용하는 모델을 구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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