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가 보다. 한달 전 어둑어둑 저물어, 가는 비가 내리는데 가게 밖 창문가에 한 청년이 불안해 하는 모습으로 서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연유라도 있을 것 같아 문을 열고 내다 보니 땟국물에 절인 청바지에 주황색 얇은 유니폼을 입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떨고 서 있는 게 아닌가.
남미 쪽에서 일자리를 찿아서 온 듯한데 말이 통하지 않아서 청년을 도울 길을 찾지 못 하고 타운 경찰에게 연락을 하니 바로 경찰이 와 주었다. 안심하고 안으로 들어와 하던 일을 하고 있는데 경찰이 그에게 몇 마디 건네는 듯하더니 청년은 그대로 두고 돌아가 버렸다. 쌀쌀한 날씨가 마음에 걸려 청년을 가게 안으로 들여 의자를 내어 주고 따뜻한 커피를 손에 들여 주었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두 손을 합장하며 땡큐만 반복한다. 비맞은 몸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서 가게를 찿는 손님들 에게는 눈치가 보였지만, 손님들도 이해해 주리라는 당돌한 믿음으로 청년을 내치지 못 했다.
윗도리 셔츠를 벗어 등뒤의 전화번호를 가리키며 이곳으로 연락을 해주면 회사에서 데리러 올 것 이라는 몸 대화를 하며 또 서러운 듯 눈물을 흘린다. 아마도 경찰이 거기까지만 일을 하고 돌아 간 듯 이해되었다. 두 시간 이상의 기다림 끝에 흰색 승용차가 빗속으로 미끄러져 가고 사라진 자동차의 뒷 모습을 안타까움으로 달래고 돌아서야 했다. 남편은 지폐 한 장이라도 손에 쥐어 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청년의 안위를 긴 한숨으로 대신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몇 일 뒤 중국집 배달원의 눈물이란 소제목의 짧은 글을 읽게 되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릇을 수거하러 다니던 배달원은 5천원을 던져 주며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손님 때문에 기분이 몹시 상해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찿아간 다음 집 문 앞에 놓인 빈그릇을 보는 순간, 앞선 손님에 대한 설움이 한방에 날아 갔다고 한다. 그릇이 깨끗하게 설거지가 돼 있을 뿐 더러 그 안에는 “드세요” 라는 쪽지와 함께 캔음료수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배달원은 “아직도 세상은 살 만 하다” 생각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작은 배려가 한 사람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고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다는 잔잔한 감동의 여운이 길게 남아 있다. 가끔 뉴스를 통해서 선행이 알려지기도 하는데 당사자인 그들은 한결같이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며,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자신들의 한 일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 내가 편하면 된다는 의식이 서로의 감정을 침해하고 크고 작은 사건의 발단이 되기도 하는, 미덕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작지만 깨알같은 행복을 공유할 수 있음은 감사한 일이다.
예전에는 축구공 같은 역사였으나 지금은 럭비공 같은 세상이 되어 간다고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각과 행동이 그렇고, 테러와 자연재해 등을 이전보다 자주 겪으면서 개인의 미려한 행복 권리 마저도 줄어 들고 있는 시대에 살아 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작은 행위이지만 주변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아 가는 모습을 많이 경험할수록 삶의 질이 높아지고 건강한 사회가 유지되어 가리라는 평범한 생각을 정리해 본다. 자기 나라 신분증을 보여 주며 불안에 떨던 스믈일곱 살 그 청년의 모습이 다시 떠올라 안부가 궁금해 진다. 어디에 있더라고 다시는 눈물 흘리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 가길 바랄 뿐 –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 작은 일에서 비롯되어 지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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