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2016년 대선 레이스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단어는 ‘정치 혁명’이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정치 혁명’은유권자들의 표심을 강하게 자극하면서 판세를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샌더스가 주창하는 ‘정치 혁명’은물리적으로 기존 체제를 뒤집어엎자는 과격한 구호가 아니다. 그동안 정치적 절차에서 배제되거나 이에 무관심했던 젊은이들과 근로계층이 투표장의 나와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는, 다분히 계몽적인 주장이다. 샌더가 말하는 ‘정치혁명’은‘ 유권자 의식혁명’에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시스템이다. 그리고주인인 국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절차로 선거를 치른다. 선거가 전체국민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기능을제대로 하려면 높은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 국가들에서는 투표율 저하현상이 계속돼 왔다. 이 때문에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왜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나가지않는 것일까.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치를 자신들의 삶과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여기는 데서 오는 무력감과 무관심, 그리고 정치 전반과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자연발생적인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조장된다는 점이다. 기득권에 진입한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유권자들이 정치에관심을 덜 가질수록 자신들의 지위를 지키는 데 유리하다. 한국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여야의 끝없는 다툼,그리고 ‘식물국회’로 대변되는 무능과‘ 동물국회’로 대변되는 폭력적 이미지는 정치혐오를 조성하면서 역설적으로 이런 수준 낮은 정치인들의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출구조사에서도 확인됐듯 미국 유권자들의기득권 정치에 대한 불신도 한국 못지않다.
언론도 정치혐오 조성에 한 몫 한다.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고 참여를높이는 보도를 하기보다 갈등에만초점을 맞춤으로써 정치판을“ 그 ×이 그 ×”이라는 양비론으로 몰고 간다. 이념적 성향이 강한 방송매체일수록 이런 보도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리고 정치적 무관심과 혐오를부추겨 투표율을 낮추려는 것은 보수 세력의 전략이기도 하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뉴욕타임스가 “유권자들이 민주주의에 접근하려는 것을막으려는 악의적인 세력을 표로서심판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은 이런전략에 대한 비판이었다.
샌더스의 정치 혁명은 이런 기득권 세력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이 빠짐없이 투표장으로나와야 한다는 강력한 외침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정치적 성과로 버몬트 주의 투표율을 꼽은 적이 있다.
그가 정치를 시작한 이후 버몬트 투표율은 거의 두 배나 높아졌다. 이것은 정치가 자신들의 삶을 바꿀 수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이 실제로 확인하고 자각한 결과다.
샌더스가 내세우는 정치 혁명이어떻게 귀결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샌더스 개인의 입장에서는 대선에서 승리하고 의회권력까지 민주당이 차지하게 될 때 비로소 정치 혁명이 완성되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정치 혁명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기록적 숫자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오고, 미국에서조차 금기시 돼 온‘ 사회주의자’임을자처하는 정치인이 유력 대선주자로떠오고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혁명적이다.
정치적 무관심과 혐오는 이것을바라는 정치세력만을 살찌우고 기쁘게 할 뿐이다. 맘에 꼭 드는 후보가없더라도 ‘더 나쁜 ×’과 ‘덜 나쁜×’이 있음을 기억하고 주인 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샌더스의버몬트 투표율이 말해주는 메시지는간단하다. 좋은 정치는 투표율을 높여주고 높아진 투표율은 좋은 정치를 이끌어 내는 선순환을 만든다는사실이다.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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