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유 덕에 “흥청망청 살던 때는 지났다” 위기감
▶ 교육·의료 공짜에 일자리까지 만들어 주던 나라 국고 90% 차지하던 석유 값 떨어지자 긴장감 팽배

리야드의 한 모스크를 나오는 사우디 남성들. 수십년 동안 사우디 왕가는 석유로 얻은 거대한 부를 이용해 국민들에게 호화로운 혜택을 제공해왔다. 교육과 의료가 무료이고 에너지 비용을 대폭 지원하고, 고액의 정부 일자리들을 넉넉하게 제공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사우디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 수십년 집권 사우디 왕가는 막대한 석유자원으로 얻은 부를 아낌없이 쏟아 부으며 국민들에게 호화로운 혜택을 제공했다. 교육과 의료혜택이 무료로 제공되고 에너지 보조금이 넉넉하게 지급되며, 하는 일은 별로 없이 돈만 많이 주는 정부 일자리들을 넉넉하게 제공했다. 국민들은 세금도 내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2014년 6월 배럴 당 100달러가 넘던 유가가 30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과거의 셈법은 더 이상 통용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 저유가로 인해 정부예산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면서 아랍권 최대 경제권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인 사우디 왕국에서 이제껏 지켜져오던 사회적 계약이 위협을 받게 되었다.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층은 젊은이들이다. 사우디에서는 인구의 70%가 30세 미만이다. 이들에게 오일 쇼크는 장래에 대한 모든 기대치의 하향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부모세대와 비교해 일은 더 많이 하고, 취업 보장은 떨어지고 혜택은 덜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아브둘라만 알케라이피라는 20세 청년은 “나이든 세대에게는 모든 게 쉬웠다”고 말한다. “대학만 나오면 정부 일을 할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상위 학위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현대 사우디아라비아의 발전에 석유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수십년 동안 국토의 대부분이 가난한 시골이었던 나라를 단숨에 부유한 나라로 뒤바꾼 것이 석유이다. 이제 2,100만 시민 대부분은 고층건물들이 들어서고 거리에는 SUV가 그득한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석유가 주는 부 덕분에 집권 알 사우디 왕가는 쉽게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고, 돈을 앞세운 외교정책을 펼칠 수 있었고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어 전 세계에 이슬람 홍보를 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간의 오일 붐으로 이 모두가 가능했고, 사우디 내부적으로도 더 없이 좋았다. 가구당 소득이 오르고 고등교육을 받으려는 남녀 학생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그런 풍요의 세월 동안 경제 구조는 취약했다. 정부 수입의 90%는 석유에서 나오는 것이고, 사우디 근로자들의 70%는 정부에 고용된 사람들이다. 사기업들 역시 정부 예산에 과도하게의존하고 있는 상태이다.
국민들의 학력이 높아졌다고 전문직 계층이 형성된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하는 문화가 만들진 것도 아니다. 사우디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나 의료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외국인들이다. 공무원들 대부분은 오후 중반이나 그 이전에 사무실을 비운다. 그래도 모든 것이 잘 굴러갔다. 그러나 석유 수입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취업연령에 달한 젊은이들은 날로 늘어나면서 직장 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예산을 삭감하고 국영기업을 사기업화 하고 있는 추세다. 사기업의 경우 취업 안정성은 떨어지고 봉급 수준도 공기업에 비해 낮다.
다행히 사우디는 현금보유고가 높고 공공 부채가 별로 없으며 경제 성장을 도울 새로운 사회간접자본이 풍부하니 당분간 걱정은 없다. 하지만 세대 간의 차이는 분명하다.
최근 미국에서 의료계통 박사학위를 받은 한 여성은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한다. 군에 입대한 그의 아버지는 해외에서 훈련을 받고 주거비, 의료비, 자녀들 교육비를 모두 지급받았다. 그의 엄마가 아라비아어 전공으로 학위를 받자 곧바로 집 근처에서 취직을 했다. 그리고 단지 학위를 마쳤다는 이유로 정부가 현금 보너스를 지급했다.
그런데 그들의 딸인 자신은 교육도 더 많이 받고 영어도 유창한데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 역시 미국에서 공부한 그의 남편도 취업을 못해서 현재 이들은 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다.
이같은 경제적 스트레스가 마침 중동지역이 혼란에 휩싸이고 사우디 왕족이 세대 교체하는 시기와 맞물려 파장은 더욱 크다.
경제전문가들에 의하면 사우디에서는 매년 최소한 25만명의 젊은이들이 취업 시장으로 들어온다. 그들을 효율적 노동력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것이 큰 도전이다.
취업 박람회에 모인 졸업생들의 불만은 크다. 대부분 대규모 공립대학 출신인 이들은 구직신청서를 쓰며 보니 고용주들이 원하는 언어 능력이나 기술적 능력을 대학에서 전혀 가르쳐 주지 않았더라는 것이다. 면접을 본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이전에 직장을 가져본 경험이 없고 아버지들은 대부분 공무원이라고 말했다.
이들 젊은이 중 사기업에 가면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는 반면 대부분은 정부 일자리가 주는 풍성한 혜택들을 얻고 싶어했다.
사립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알리 알-아리야니라는 24세 청년은 “경험으로는 좋지만, 쉴 시간이 없고 취업 보장도 없다”며 변화를 원했다. 근무 시간이 너무 길고 하다못해 담배 피우러 나갈 여유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남성들과는 분리된 구역에 모인 여성 취업 신청자들 역시 대학 교육이 컴퓨터 기술 등 취업에 필요한 기술들을 익혀주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미생물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은 한 무리의 여성들은 병원에 취업하려면 별도의 면허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대학이 우리를 취업 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지 않았다는 게 큰 이슈”라고 한 여성은 말했다. 게다가 많은 병원들은 봉급을 덜 줘도 되는 외국인 채용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근년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인들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자국민 채용을 기피하는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많은 고용주들은 이 프로그램을 싫어한다. 일은 거의 안 하면서 봉급은 많이 줘야 되는 사람들을 고용하게 함으로써 경비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리야드의 맥도널드의 경우 사우디인은 전체 종업원의 1/3을 차지한다. 이들은 외국인들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돈은 더 받는다. 외국인의 초봉이 월 320달러인데 비해 사우디 인의 초봉은 1,460달러로 정부가 일부를 보조한다. 아울러 사우디 직원들에게는 근무 조건이 보다 유연하고 관리직으로 바로 올라가는 고속 승진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젊은이는 모두 아버지 세대만큼 잘 살 지 못하리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정부가 이전처럼 국민들을 많이 고용할 돈이 없으니 자신들은 부모세대보다 열심히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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