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접경도시 감염자 발생 “모기약 뿌려줘요” 주문 쏟아져 비수기 때아닌 호황… 직원 늘려
▶ 소형 관광사 등“타격” 우려 속 예약취소 때 환불 가능한 여행보험 가입자는 크게 늘어

모스퀴토 조 프랜차이즈의 소유주인 대릴 네빈스가 휴스턴의 한 주택 뒤뜰에서 모기 제거를 위해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소동으로 휴스턴의 해충구제 업체들은 비수기에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 공포로 인해 일부 스몰비즈니스들이 예상치 못한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집트 숲모기가 매개체인 지카 바이러스는 설사 감염됐다 하더라도 성인들에게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심해봤자 미열이 나는 정도기 고작이다. 한마디로 무시하고 넘어가도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임신부들의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들이 선천성기형을 지닌 신생아를 잇달아 출산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기에 대한 경계수위가 만수위로 치솟았다.

플로리다주의 보카 레이턴에서 킴 발레호가 생후 8개월 된 딸의 손등에 생긴 해충에 물린 자국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브라질 외에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일부지역, 동남아 및 태평양도서지역 등지에서도 임신 중 모기에 물린 여성들에게서 소두증이라는 선천적 기형을 지닌 신생아들이 태어났다.
소두증은 말 그대로 신생아의 머리가 정상보다 작고, 뇌 발달에 장애가 따르는 선천성 결함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거의 들어본 적조차 없는 소두증이 임산부들의 공포를 자아내는 ‘저주의 주술’로 떠오르자 해충구제업체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남미의 관문인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텍사스주의 방제업체들은 모기를 제거해 지카 바이러스의 화근을 없애려는 주민들의 성화로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휴스턴에 본부를 둔 해충방제 체인점인 ‘대릴 네빈스 모스키토 조’는 개인 주택은 물론 학교를 비롯한 기타 건물과 주변에 모기약을 살포하느라 요즘 분주하게 돌아간다. 일반적으로 모기 살충제 살포는 4월 이후가 제철이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광역도시인 휴스턴에서는 현재까지 총 7건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이들 가운데 임신부가 피해를 본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겁에 질린 주민들은 일단 그들이 소유한 부동산과 그 주변의 모기를 퇴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릴 네빈스는 “과거에는 개인주택 소유자들이 주고객이었으나 이번에는 상업용 부동산과 인근 공원, 학교와 육아방 등지에도 모기약을 살포해달라는 주문이 쏟아져 들어온다”고 밝혔다.
“야외활동 중 모기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전화 질문도 하루 평균 열다섯 건 이상 받는다. 이 역시 다른 때 같으면 4월께야 띄엄띄엄 들어오던 질문이다.
네빈스는 “한여름에도 이런 전화는 하루 평균 10통이 채 안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현재의 수요로 보아 4명인 해충제 살포인력을 최소한 2배로 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노스 오스틴에 위치한 ‘캐린 브라운스 모스키토 스쿼드’ 프랜차이즈는 지난 1월 중순부터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예년의 경우 4월 이전까지 침묵을 지키던 전화기에 일찌감치 불이 붙은 셈이다. 물론 이 모두가 지카 바이러스의 영향이다.
그녀에게 걸려오는 전화 역시 해충구제약을 뿌려달라거나 지카 바이러스의 전염경로에 관한 정보를 알려달라는 요청이 주를 이룬다.
브라운도 네빈스와 마찬가지로 늘어난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 임시직원을 고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브라운은 “부정적인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취한다는 생각에 마음 한 켠에 죄책감이 든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짐 그레이스가 운영하는 여행보험사도 지카 바이러스로 득을 보고 있다.
“어떤 이유로건 취소가능”한 여행보험의 판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반 보험과 달리 이 보험은 구매자가 계획된 여행을 원하지 않을 경우 구입대금을 즉시 환불해준다.
로드아일랜드에 위치한 인슈어마이트립(insureMyTrip)의 최고경영자인 그레이스는 취소가능 여행보험 판매가 지난 연말에 비해 15%에서 20% 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정상적 상황에서는 별로 소용이 닿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종류의 보험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지카 바이러스 발생지역으로 놀러가거나 출장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조심스런 관망세를 취하는데서 오는 현상이다.
해당지역으로의 여행 일정을 이미 잡아두었지만 현지의 사정을 마지막 순간까지 확인한 후 계획대로 밀고 나갈 것인지, 아닌지 결정하려는 심산이다.
그레이스는 “출발시간을 기준으로 최소한 48시간 이전에 여행 취소통보를 하면 보험구입대금을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경우에도 전염병의 발발은 일부 기업들에게는 손해를, 다른 업체들에겐 도움을 주었다.
지난 2014년 웨스트 아프리카에서 이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할 당시 방호복 판매사들은 의료기관들의 대량주문에 힘입어 확실한 매출증가를 기록했다.
반대로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주선하는 관광업체들은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한 잠재적 고객들이 몸을 사리는 바람에 적지 않은 손실을 입었다.
이번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여행사들은 지카 바이러스라는 돌출변수로 애를 먹고 있다.
다른 해 같았으면 브라질의 삼바축제(리우 카니발)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섰을 터이지만 올해는 예약취소 전화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관광노조인 ASTA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회원사들이 지카 바이러스로 돈을 잃고 있지는 않다”며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바이러스에 관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이들 중 대부분은 예약을 완전히 최소하고 여행을 포기하기 보다는 안전한 지역으로 방문 목적지를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ASTA의 제니퍼 미셸스 대변인은 “지카 바이러스 케이스가 우려를 자아냈던 과거 유사상황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다면 여행예약 패턴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시 말해 지카 바이러스가 관광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는 예상처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일부 스몰비즈니스들은 지카 바이러스가 그들의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로 가슴을 졸인다.
웨딩 플래너인 대니엘리 로스웨일러는 바이러스로 인해 업소 수입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로스웨일러는 그녀가 담당중인 커플 가운데 몇몇이 이미 결혼장소를 멕시코에서 그리스로 바꾸려 한다고 밝혔다.
멕시코에서의 결혼식을 전제로 관광사와 제휴해 사업을 꾸려가는 그녀로선 고객이 예식장소를 생소한 곳으로 교체할 경우 제대로 관리를 할 수도 없고, 수지타산을 맞추기도 힘들다고 푸념했다.
설사 커플을 간신히 설득한다 해도 예비 신랑신부의 친적과 친구들이 지카 바이러스에 바짝 겁을 집어먹고 카리브해 연안에서 열릴 예정인 결혼식에 대거 불참의사를 통보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객이 없는 결혼식을 강행하고 싶지 않은 신랑과 신부는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한 채 양보를 하기 마련이다.
이런 종류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면 해외 결혼식을 계획했던 많은 커플들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조촐한 예식을 올리려 든다.
뉴저지주 베로나에서 기획사인 ‘로스웨일러 이벤트 디자인’을 운영하는 대니엘리 로스웨일러는 “그런 상황이 닥치면 우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 근처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해외 예식 전문기획사를 동원할 커플은 없기 때문이다.

소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이집트 숲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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