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업체 대규모 감원으로 경제 휘청…컨 카운티 세수도 급감
▶ “유례가 없는 최악의 침체” 가주 원유생산의 70% 차지

베이커스필드의 유전 지역. 이곳을 포함한 컨 카운티의 원유 생산량은 캘리포니아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베이커스필드> 아침 시간에 이곳의 패피스 커피샵에서 빈 테이블을 찾기란 쉽지 않다. 로즈데일 하이웨이 선상에 있는 이 작은 식당은 유전으로 향하는 노동자들이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새벽 4시 반에 문을 연다. 하지만 최근 아침 6시에 찾은 이 식당은 많이 비어있었다. 하지만 한 시간쯤 흐르자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원유업계 간부들이거나 은퇴자들, 그리고 농부들이다. 단골인 로저 레이크는 식당 안을 둘러보며 “유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레이크는 이 업계를 잘 안다. 올 76세의 베이커스필드 주민인 그는 1959년부터 원유업계에서 일해 왔다. 유가 폭락으로 준 은퇴상태이긴 하지만 아직도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물러나 기다리는 것 뿐”이라며 “이 상태가 1년이 갈지 아니면 2년이 갈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베이커스필드는 원유업계의 호황과 불황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의 침체는 다르다. 2년 전 원유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찍었다. 이후 수급 불균형이 생기면서 가격은 폭락했다. 하락은 멈추지 않았으며 중국 경제의 둔화와 달러 강세 등 원인이 더해지면서 유가하락은 가속화 됐다. 지난 12일 서부텍사스 원유 가격은 배럴 당 31.42달러였으며 브렌트 원유는 34.41달러였다.
원유와 농업이 경제를 지탱해주는 양대 산업인 곳에서 세계적인 원유가 폭락은 개개인의 삶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는 놀라운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베이커스필드를 비롯한 컨 카운티는 미국에서 가장 원유생산량이 많은 카운티라고 컨 카운티 경제개발재단은 밝히고 있다. 이곳의 유정에서 나오는 원유는 캘리포니아 전체 원유 생산량의 70%, 미 전체 생산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컨 카운티에는 원유시추업체들을 위한 서비스업을 포함해 약 5만개의 에너지 관련 일자리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그해 말 기업들이 감원을 시작하면서 2015년은 한층 더 고통스러웠다. 지난 해 전국적으로 원유관련 일자리가 10만4,515개나 줄어들었다고 시카고 소재 컨설팅 업체가 밝혔다. 지난달에만 1만7,000여명이 감원을 당했다.
컨 카운티에서 작업을 해 온 셰브론과 핼리버튼 등 수개의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지난 12월 현재 베이커스필드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및 채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9,700명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이는 1년 전보다 18.5%가 줄어든 수치이다. 1월말 현재 새로운 유정을 뚫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시추공은 7개에 불과하다. 지난해는 16개에 달했었다. 캘리포니아는 텍사스와 노스다코타에 이어 미국에서 원유 생산량이 3번째로 많은 주이다.
베이커스필드의 원유생산업자 에이전시의 부사장인 레스 클락은 유가 폭락을 네 번이나 경험했다. 그러나 최근 하락은 특히 그가 대표하는 소규모 업자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전 관련 업종은 장비 공급업자들과 정비 업자들, 그리고 컨설턴트 등 다양하다. 이들의 타격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클락은 “이들이 잘 견뎌주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샌호아킨 빗 서비스사는 인력의 25%를 줄였다. 또 다른 서비스업체인 DMW도 2014년 85명이었던 유전 현장인력을 10명으로 줄였다. DMW의 데이빗 밀러 사장은 “이런 일이 5년에서 7년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고 말하면서도 이번 같은 최악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유가폭락은 시와 카운티 재정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2016년 6월로 끝나는 회계연도에 컨 카운티는 원유와 가스업계로부터 1억300만달러의 세금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 회계연도의 1억4,300만달러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2015 7월부터 새 회계연도가 시작될 당시 컨 카운티의 전체 프로퍼티 가치는 892억달러로 평가됐다. 이 또한 전 회계연도에 비해 9%가 줄어든 것이다. 모두가 유가폭락에 기인한 것이다.
컨 카운티의 평가업무를 맡고 있는 리 스미스는 “카운티의 수입과 재산세에 의존하고 있는 스페셜 디스트릭트, 학교들, 그리고 기관들과 관련해 볼 때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욱 나빠졌다”고 밝혔다. “지역경제가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지 우리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이 장비 구입을 줄이면서 판매세 수입도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시 정부는 예산을 조정하고 자본이 투입되는 사업들을 줄이고 있으며 고용도 일부 동결했다. 원유 때문에 베이커스필드를 찾던 방문객들이 줄어들면서 호텔세금 수입도 줄어들었다. 시 매니저는 “항상 이런 사이클이 있어왔지만 현재의 페이스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식당 안에서 만난 샌호아킨 빗의 세일즈 매니저 제이슨 먼도프는 “모두가 여파를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언젠가 다시 반등하리라는 것 알고 있다. 낙관적으로 생각하려 애쓰고 있다. 앞으로는 좋아질 일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커스필드에서 가장 높은 빌딩 12층에 자리 잡은 최고급 페트롤리움 클럽 역시 여파를 느끼고 있다. 3년 전 프라이빗 소셜 클럽이자 비즈니스 클럽인 이 곳의 회원 수는 1,140명으로 최고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850명을 줄어든 상태다. 호화 장식을 자랑하는 이 클럽은 회원 수가 감소하자 기존의 원유업계로 제한했던 멤버십을 의료, 보험, 마케팅 등으로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가가 회복되고 경기가 살아날 경우 능력 있는 인력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다른 분야의 일자리를 잡았거나 텍사스, 콜로라도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