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만달러 미만 쪼개 입금했다고 IRS서 은행계좌 압수”
▶ “범법 없었는데 노후자금 다 가져가”, 편의점 운영 60대 남성 “억울” 탄원
국세청(IRS)을 좋아하는 납세자는 거의 없다.
미국 내륙지역에 근거지를 둔 다수의 민병대 조직들이 작성한 활동 강령에는 어김없이 ‘납세거부’조항이 들어 있다.
“해주는 것도 없이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만 빼앗아 가는 게 정부”라는 이들의 주장은 무정부주의론의 근거를 이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빠듯한 소득에서 인정사정없이 뜯겨나가는 세금의 액수를 확인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엉클 샘’을 향한 삐딱한 감정이 돋는 것이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보편적 심리상태다.
그러다보니 IRS는 ‘필요악’과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둘러싸이게 된다.
세무 공무원들 역시 그들을 바라보는 납세자들의 편견과 날선 시각이 기분 좋을 리 없다. 법에 정해진 바에 따라 정확한 잣대로 징세업무를 처리하는 것뿐인데, 공연히 미움을 받는 것 같아 억울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터이다.
정작 눈총을 받아야 할 쪽은 “무자비한 세법”에 따라 원리원칙대로 움직이는 IRS가 아니라 과세액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법의 경계를 허물어가면서까지 온갖 편법을 동원하는 납세자들이라는 IRS의 카운터펀치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4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켄 쿠란(61)과 IRS 사이에 일어난 ‘사건’은 양측의 입장차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해 6월, IRS는 켄 쿠란의 은행계좌를 압수했다. 아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노후를 위해 모아둔 15만3,907달러를 IRS가 가져가버린 것이다.
국세청의 느닷없는 ‘폭거’에 ‘꼭지가 돌고 뚜껑이 열린’ 쿠란은 사방에 그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돌렸다.
여기에 호응해 비영리 공익법 전문 로펌인 ‘IJ’(Institute for Justice)가 쿠란의 평생예금을 되찾을 수 있도록 무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IJ 변호사인 로버트 에버렛 존슨은 최근 CNN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바로 얼마 전 IRS로부터 쿠란의 은행예금을 전액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우리는 IRS에게 올바른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고, IRS는 우리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IRS는 ‘프라이버시 보호법’을 앞세워 IJ의 발표내용을 확인하거나 부인하기를 거부했다.
이에 앞서 존슨은 쿠란이 평생에 걸쳐 조성한 예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IRS에 제출했다. 그러나 IRS가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6개월간 침묵으로 일관하자 2주전 IRS 수장인 존 코스키넨에게 청원서 처리 상황을 묻는 편지를 띄웠다.
코스키넨에게 보낸 편지에서 존슨은 “IRS가 쿠란의 비즈니스 계좌를 몽땅 압류했기 때문에 그는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불안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존슨은 또 IRS가 쿠란을 범법행위로 고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좌압수를 단행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쿠란의 경우 표면적으론 IRS가 일방적으로 부당한 조치를 취한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법적 근거는 확실하다.
연방법인 은행구조화법(bank structuring laws)에 따라 IRS는 1만달러 미만의 거래가 일정한 패턴을 이루며 수시로 이뤄진 사실을 포착한 경우 해당자의 개인 은행자산을 압수할 수 있다.
모든 은행은 관련법에 의해 1만달러 이상의 현금거래를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법조항을 피해가기 위해 거래액을 고의적으로 1만달러 아래로 “쪼개” 여러 차례에 걸쳐 입금하는 행동은 범죄로 간주된다.
이 법은 마약매매, 돈세탁과 조직범죄, 혹은 테러활동 등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에서 제정됐다.
그러나 문제는 예금주가 범죄에 연루되었거나 부당행위를 저질렀다는 구체적 증거 없이도 IRS가 의심스런 계좌를 압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잠재적 피해자는 편의점, 식당 혹은 주점과 같은 ‘현찰 장사’를 하는 업주들이다. 이들은 부당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으면서도 은행자산을 압수당하는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
쿠란 역시 영문조차 모른 채 당한 케이스다.
비즈니스 계좌가 압류됐으니 업소 운영자금을 꾸려갈 방법이 없었다.
그의 거래은행은 가게 문을 닫지 않도록 5만달러 한도의 여신을 제공했다.
쿠란은 몇 개월 전 CNN 머니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 죄라면 1주일에 7일을 개처럼 일한 것밖에 없다”며 “IRA는 도대체 무슨 권리로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내가 정말 잘못한 것이 있다면 혐의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정식으로 고발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유 있는 항변이다.
현찰을 주고받는 장사를 하다보면 1만달러에 가까운 돈을 수시로 은행에 예치하게 된다.
물론 예금액이 1만달러를 웃도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은 대부분 분할예치를 한다. 당국의 눈길을 피해야 할 ‘검은 돈’이어서가 아니라 법 집행기관들과 얽혀봐야 좋을 게 없다는 소시민적 습성 때문이다.
쿠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와중에서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IRS가 2014년 10월을 기해 기존의 정책을 변경, 1만달러를 살짝 밑도는 액수를 입금한 거래패턴이 드러난 케이스라 하더라도 불법적인 활동에 연계됐다는 근거가 없을 경우 추적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존슨은 그러나 수정된 정책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미를 깎아내렸다. 쿠란은 물론 그와 비슷한 경우에 처한 600여명의 스몰비즈니스 사업주들도 IRS의 정책변경이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2007년 이후 IRS에 의해 압류된 이들 600여명의 은행자산 총합은 4,300만달러에 달한다.
IJ는 쿠란의 케이스가 해결되면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도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 가운데에는 메릴랜드의 낙농업자인 랜디 소워스도 포함된다.
IJ의 의뢰인인 소워스는 IRS에 의해 6만달러가 들어 있는 은행계좌를 압류 당했다. IJ의 도움으로 이 가운데 절반은 돌려받았으나 나머지 3만달러는 아직도 압류가 풀리지 않았다.
그는 어이없이 빼앗긴 예금의 나머지 절반을 되찾기 위해 탄원서를 낸 상태다.
존슨은 “쿠란을 위해 올바른 시정조치를 취할 용의를 IRS가 갖고 있다면 랜디는 물론 그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모든 자산소유자들도 압류자산을 반환받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쿠란의 압류자산을 반환하겠다는 IRS의 결정은 은행구조화법으로 불이익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그들의 정당한 소유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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