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 차 구입 등 과시성 소비 늘어 이웃 파산신청 ↑
‘복권당첨은 이웃의 재정건선성을 해친다.’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최근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필라델피아 연준의 보고서 작성에 참가한 경제학자들은 거액 복권 당첨자와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의 파산신청이 상당수준의 증가세를 기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제시한 결론은 한마디로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다리가 찢어진다”는 옛말로 귀결된다.
보고서에 담겨진 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요행수로 돈을 거머쥔 복권당첨자의 생활수준이 하루아침 사이에 업그레이드 되는 광경을 지켜본 이웃들은 무리를 해가며 신형 자동차를 구입하는 등 눈에 뜨이는 ‘전시용 자산’을 축적한다. 일종의 따라잡기 심리가 발동한 탓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수밋 아가르왈, 브야체스라브 미크헤드와 배리 숄닉 등 3인의 이코노미스트는 “소득 불균형”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해 복권당첨자 이웃들의 무모한 따라잡기 심리를 분석했다.
경제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웃들은 그들보다 사정이 나은 ‘옆집’과 보조를 맞출만한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눈에 보이는 상품을 기를 쓰고 사들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성향은 자연히 지속적 상환이 불가능한 추가대출로 이어진다. 분수를 벗어난 소비를 위해 ‘실탄’을 빌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상환능력을 초과한 대출이 파산신청으로 이어지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당연한 수순이다.
필라델피아 연준의 보고서를 작성한 3인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아가르왈은 싱가포르 국립대학 교수이고, 미크헤드는 필라델피아 연준의 페이먼트 카드센터에서 근무 중이며 숄닉은 앨버타 대학 교수다.
필라델피아 연준의 워킹 페이퍼에 게재된 이들의 연구보고서는 지명을 적시하지 않은 캐나다 지방도시의 행정자료에 바탕을 두었다.
이들 ‘3인방’은 복권 상금의 액수와 당첨자가 거주하는 동네 이웃들의 10년에 걸친 파산신청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로또 당첨이 우승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웃들에게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드러내기 위해 평균 13가구가 거주하는 6자리 수의 우편보호지역으로 대상 범위를 좁혔다.
또 분석대상지 역시 단 한 명의 당첨자를 낸 지역으로 제한했고 복권 당첨자가 파산을 신청한 케이스는 제외시켰다.
우승자가 로또 상금을 분할수령하기로 결정한 케이스는 다루지 않았고 잭팟 상금이 너무 많은 경우도 분석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복권당첨금이 1,000달러 올라갈 때마다 당첨자 이웃의 파산신청이 1~2년 사이에 2.4% 정도 증가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저소득층 밀집촌과 주민들 사이의 소득불균형이 심각한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렇다면 잭팟을 터뜨린 사람의 이웃들이 1~2년 후에 파산을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3인의 경제학자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생활형편이 엇비슷했던 옆집이 복권에 당첨되면 꿀리기 싫은 이웃들은 사치품을 사들이는 가시적인 방식으로 지출을 늘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갑자기 돈이 나올 구멍이 없는 탓에 빚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부채에 발목이 잡혀 꼼짝달싹 못하다 심한 경우 파산에 이르다는 결론이다.
다시 말해 동네의 누군가가 복권에 당첨되면 가까운 이웃들은 그와 보조를 맞출만한 경제적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차를 구입하고 집을 리모델링하는 등 수선을 피우다 빚에 치여 제풀에 쓰러진다는 얘기다.
3인의 경제학자가 작성한 보고서는 소득불균형과 경제적 고통 사이의 연결관계를 보여주는 인과론적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요즘 한창 개화기에 접어든 부와 소득 불균형의 인과관계 연구에 뜨거운 토픽을 제공했다.
보고서는 또 갑작스런 횡재가 불러오는 사회경제적 효과를 조사하기 위해 로토 당첨자에 관한 데이터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를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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