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상황 악화에 20년 만에 올려… 통화도 평가절하
▶ 여전히 세계에서 기름 값 가장 싸…“근본 문제 해결엔 미흡”비관론

정부의 개솔린 값 인상조치가 발표되기 전 카라카스의 주유소들은 기름을 채우려는 자동차들로 장사진을 이뤘다.[LA 타임스]
지난 19일 베네수엘라의 개솔린 값이 갤런 당 15센트로 치솟으면서 조심스러움과 우려의 분위기가 이 나라를 감쌌다. 다른 곳에서는 하잘 것 없는 액수이지만 원유가 풍부한, 그렇지만 재정적으로 극심한 곤란에 빠져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깜짝 놀랄만한 인상폭이다. 개솔린 등급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수천%에 달하는 인상폭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개솔린은 갤런 당 0.1센트도 센트도 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에서 갑작스레 개솔린 값이 오르면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80년대 말 정부가 개솔린 값을 인상했을 때 대규모 폭동이 발생해 1,000명 이상이 숨졌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인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대규모 개솔린 값 인상을 발표했음에도 별다른 동요는 보이지 않고 있다. 1989년 유혈폭동이 일어났던 카라카스 빈민지역 구아레나스에서 정부 소유 주유소를 운영하는 페드로 곤잘레스는 운전자들이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자들이 필요로 하는 개솔린을 충분히 비축하고 있다”며 평소와 다른 분위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나라 국민들은 값싼 개솔린을 태어나면서 가지는 권리로 인식해 왔다. 지난 1989년 개솔린 값 인상은 버스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수도에서 일어난 ‘카라카조’ 폭동에 불을 붙였다. 이 유혈사태로 1,200명이 숨졌다.
이런 폭동의 재벌을 우려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후 단 한 차례 개솔린 값을 올렸을 뿐이다. 지난 1994년 이후에는 동결 상태이다. 이 기간 동안 인플레율에도 불구하고 실질 가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보조에는 엄청난 비용이 뒤따랐다. 정부소유 원유회사인 PDVSA는 인위적으로 유지해 온 초저유가 정책으로 정부는 연간 12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개솔린의 10% 가량은 외국으로 밀반출돼 콜롬비아와 브라질 등지에서 팔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워낙 저가여서 그만큼 이익이 남기 때문이다.
이번의 인상 조치롤 정부의 개솔린 값 보조금은 연 2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 돈으로 외국으로부터 식품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마두로 대통령은 밝혔다. 식품 부족 현상으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그로서리 앞에서 수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이런 조치는 최근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심각한 경제위기 타파를 위해 발표한 ‘정책조정’들 가운데 하나이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지난해 경제가 5.7% 줄어들었으며 인플레율은 190%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일련의 정책들 가운데는 베네수엘라의 통화인 볼리바르의 평가절하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정부소유 식품체인의 구조조정도 들어있다. 베네수엘라는 여러 종류의 환율체계를 갖고 있다. 그간 환전주체와 외화 사용 용도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됐던 공식 환율은 두 종류로 단순화된다. 식료품과 의약품 등 정주 승인 생필품 수입에 적용되는 환율은 미국 달러당 6.3 볼리바르에서 37% 절하된 달러당 10볼리바르로 바뀐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개솔린 값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 가격 인상은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가격 인상 이전 베네수엘라에서 자동차 한 대에 가름을 가득 채우는 데는 드는 비용은 채 1달러가 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정부 조치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계속 손실을 보면서 개솔린을 팔수는 없다. 개솔린 보조금은 PDVSA에 커다란 재정적 부담”이라며 “이번 조치가 국영기업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개솔린 값 인상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만성적인 물자 부족으로 신음하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일하러 가면서 자신의 낡은 자동차에 개솔린을 채우기 위해 주유소를 들른 건설노동자 안토니오 올리베라스(45)는 이번 조치들이 가라앉고 있는 경제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이었다. 올리베라스는 “개솔린 값 인상이 인플레이션만 높이게 될 것”이라며 “물자 부족과 생활비 폭등이라는 경제의 근본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인 IESA의 경제학자인 호세 마누엘 푸엔테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런 긴축정책들에도 불구하고 금년 연말로 예정돼 있는 외국채권 부채상환을 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푸엔테는 “이런 정책조정들은 너무 늦고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베네수엘라 정부의 외환보유고는 20억달러에 불과하다”며 “이번 조치는 약 110억달러로 추산되는 금년 말 상환 부채액수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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