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니 샌더스는 정치 혁명의 꿈을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인가. 아이오와 뉴햄프셔에서 시작된 초반의 맹렬했던 기세가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거치며 완전히 한 풀 꺾였다. 아웃사이더 샌더스가 지닌 현실적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흑인 유권자들의 힐러리 클린턴과 샌더스 간 지지율 격차가 전체 판세를 결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힐러리 부부는 흑인들 사이에 절대적 인기를 누린다. 남편 클린턴의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이들부부가 보여 온 흑인들에 대한 친화력은 정치인으로서 더할 수 없는 강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힐러리에 대한 흑인들의 절대적 지지를이런 개인적 배경으로만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사실 흑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만놓고 보면 불평등 해소를 앞세우고있는 샌더스의 공약이 힐러리의 공약보다 훨씬 더 이들의 처지를 헤아리고 있다. 그런데도 흑인들의 마음은 힐러리로 기울어 있다.
흑인의 마음은 흑인이 가장 잘아는 법이다. 한 흑인 칼럼니스트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이상주의에배신당하고 상처 입은 흑인들의 역사에서 찾고 있다. 무수하게 ‘희망고문’을 당해오면서 유토피아적인환상보다는 현실성을 먼저 헤아리는 정서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러니 샌더스의 급격한 혁명보다는힐리러의 점진주의가 더 와 닿을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실용주의는 최선의 선택일까. 결론을 내리려면 실용주의에 기반 한 정치적 절충을 통해미국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불평등의문제를 해결해 왔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레이건 시절 신자유주의가 지배하기 시작한 이후 돈이 돈을버는 경제가 되면서 미국의 불평등은 선진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레이건 퇴임 이후 지금까지 28년간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은 16년, 보수의 공화당은 12년 동안 백악관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평등이 해소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급속히 악화돼 왔다. 오바마 행정부 아래서 빈부격차는 이전부시 행정부 때보다도 더 나빠졌다.
버클리의 경제학자인 이마누엘 사에즈 교수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상위1%의 실질소득은 11.2%가 늘어난반면 나머지 99%의 실질소득은 단0.4% 증가에 그쳤다.
물론 이 모든 걸 오바마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철저히 개혁하기 보다는 실용주의와현실을 내세워 기득권 세력과 타협한 결과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점진주의로는 최악의 상황에 다다른 현실을 개선할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올 대선에서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미국의 부끄러운 현실을 개선하는데 미지근한 실용주의로는 한계가있음이 분명해 졌다. 좀 더 강하고광범위한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샌더스가 주장하는 정책과 공약들에 대해 이상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이 요구된다.
큰 꿈을 갖지 않고서는 작은 꿈조차 이루기 힘들다. 호랑이를 그리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못해도고양이를 그릴 수 있다. 절충을 통한 진정한 의미의 실용주의나마가능해 지는 것이다. 그래서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로버트 라이시는 “ 정치적 실용주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목표치는 높이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것이다.
샌더스의 공약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샌더스 공약은 실천 가능할 뿐 아니라 미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어느 주장이 경제적으로 더 타당한지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지금까지처럼 해서는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해졌다. 일부 유권자들, 특히 젊은층의정치 혁명에 대한 공감은 바로 이런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