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들에게 일요일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일요일은 한 주간 계속된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날로 간주됐다. 일요일에 근무를 하면 평일의 1.5배에 달하는 시급을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소매업계를 중심으로 이른바 ‘선데이 페이’(Sunday pay)를 아예 없애거나 급여규정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달 월마트에서 최소한 5년간 근무한 종업원들은 다른 때보다 많은 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임금이 인상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일요근무 수당이 급여에 마지막으로 일괄 반영된 것에 불과했다.
월마트는 2011년 이후 채용한 종업원들에게 시급에 1달러를 추가하는 ‘선데이 페이’를 중단했다.
반면 그 이전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전년도에 받았던 선데이 페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를 한꺼번에 일시불로 받게 된다. 5년 이상 근무한 고참 직원들에겐 기본 시급에 1달러를 추가했던 선데이 페이가 시간당 50센트씩 깎인다는 얘기다.
월마트는 임금구조를 단순화하고 전 종업원의 기본 시급을 10달러로 인상하는데 따른 비용을 줄이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고참 직원들은 회사 측의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플로리다주 케이프 캐너베럴에 위치한 월마트의 8년차 종업원으로 현재 캐시어로 근무 중인 낸시 레이놀즈(69)는 목요일부터 그 다음 화요일까지로 근무 스케줄이 짜여졌기 때문에 일요일마다 매장에 나와야 하는데 ‘선데이 페이’ 지급 중단으로 쥐꼬리만한 수입이 더욱 쪼그라들었다고 푸념했다.
그녀의 기본 시급은 10달러를 살짝 웃돈다. 따라서 시간당 최저임금을 10달러 올린다 해도 신참들만큼 큰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 여기에 얼마 되지는 않지만 일요근무 수당까지 반 토막이 났으니 상실감이 들게 마련이다.
소매업계에서 월마트는 선데이 페이를 뒤늦게 중단한 케이스에 속한다. 일요근무자에게 더 높은 시급을 주어야 한다는 각 주 차원의 규정이 무효화되자 약삭빠른 소매업체들은 재빨리 ‘선데이 페이’ 제도를 내동댕이쳤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의 34개 주는 ‘청교도법’에 따라 일요일에는 아예 상거래 자체를 금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주 정부는 ‘일요 샤핑’을 법으로 허용하는 대신 그 날 일하는 소매업체 종업원들에게 업주는 더 높은 페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일요 근무자를 찾기가 쉽지 않자 관련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다른 주들도 노동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요일에 일하는 직원들에게 평일보다 높은 시급을 제공했다.
소매업계의 일요근무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보편화되면서 더욱 굳건히 자리를 잡게 됐다. 시간에 쫓기는 직장 여성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장보기를 평일에서 주말로 미룬 탓이었다.
주말근무가 옵션이 아니라 당연한 일로 바뀌자 노동시장도 특별수당 요구를 접었고,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는 개념도 흐릿해졌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선데이 페이’로 평일 시급의 1.5배를 주도록 규정한 주는 로드아일랜드와 매사추세츠 등 단 2곳 밖에 없다. 이들 중 매사추세츠는 소매업계의 강력한 로비로 조만간 관련 주법을 폐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업계를 제외한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거의 대부분 선데이 페이제가 유지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요근무수당을 없애는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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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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