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그는 일본식민지 시대 마지막 젊은 나이로 후꾸오까 감옥에서 죽어간 아까운 시인이다.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릭교 대학, 도시샤 대학에 유학 중 그의 가까운 친척이며 친구인 송몽규와 함께 살았던 죄로 해방되던 해 2월에 죽었다. 그가 남긴 많지 않은 시편들이 한국인의 심금을 울린다. 이 도시에도 윤동주를 사랑하는 작은 문학인들의 모임이 있다. 영화가 개봉되던 4월 1일 우리 몇이서 “동주, 한 시인의 초상”을 보러 갔다.
북간도의 명동촌에서 이 영화는 시작되지만 후꾸오까 감옥의 심문과정이 전개되면서 그의 짧은 생애가 조명된다. 무엇보다 그가 남긴 주옥같은 시편들이 소개된다.
서시, 별헤는 밤, 참회록, 병원, 지화상, 언제 읽어도 감동인 시편들이 이 영화를 수놓아주고 있다. 영어자막이 미국인들에게도 감동을 줄수있다고 보았다. 흑백 영화가 흥행할수 없다는 예측은 제작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미 100만명이 한국에서 동주를 보았다고 한다. 이 도시에 상륙한 동주도 흥행은 아니더라도 다수의 한인들이 보기를 원한다.
송몽규는 윤동주의 고모와 고모부 사이의 아들, 윤동주가 태어난 북간도의 집, 같은 방에서 3개월 먼저 9월에 태어난 수재형의 인물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학교선생님이 추천, 상해 임시정부, 중경 임시정부를 방문하고 일본경찰의 요시찰인물이 된다. 지리멸렬하는 임시정부에서 돌아왔지만 그는 일본경찰의 감시의 대상이 되었고, 그와 떼어놓을 수 없는 윤동주의 운명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송몽규는 중학생때 동아일보 신문문예 단편소설로 당선되었고 조선의 독립을 위한 정치적인 혁명아로 성장하지만 윤동주는 문학 청년으로 성장한다. 두 친구 사이에 혁명과 문학의 사이 끝없는 논전이 있을 줄 안다. 이 영화에서 두 청년의 성장과정이 혁명과 문학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두 사람의 영화가 된다. 일본식민지 시대를 산 소년, 청년의 초상화가 된다.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두 청년은 일본행을 결정한다. 송몽규는 교또 제국대학에 입학하고, 윤동주는 동경 릭교 대학에 입학하지만 태평양전쟁에 발악하던 대학 탄압을 피해 교또 도시샤 대학으로 옮긴다. 송몽규가 조선독립전쟁을 모의했다고 하나 정말 현실적인 모의를 했는지, 식민지 청년으로 우국의 마음을 가졌으리라는 기대를 죄인으로 몰아 감옥으로 끌고 갔는지 필자는 모른다. 윤동주의 시를 조선독립을 꿈꾸는 시로 해석하는 일경에 대해 동주는 무저항으로 일관했으리라고 필자는 상상할 뿐이다. 그래서 지금 일본인들은 윤동주의 시를 읽으며 참회하고 있다.
필자가 교또를 처음 찾아갔을때 도시샤 대학 교정, 대학교회당 바로 옆에 있는 윤동주의 시비를 보았다. 영어를 모르는 대학 수위가 윤동주 시비를 찾아온 나를 정중히 안내하고 대학생들이 모두 내게 친절했다. 그들의 언행에서 조선의 시인에 대한 그들의 마음씨를 보았다. 한글과 일본어로 번역된 서시가 까만 돌위에 새겨져 있었다.
동주는 살아있는 자들이 동주에게 보내는 존경과 사랑을 담은 영화.
필자는 적어도 이 도시의 한인들은 억울하게 살다간 조선의 마지막 시인에게 최소한의 예의로 이 영화를 관람하길 바란다.
정호승의 시 한편을 읽으며.
윤동주의 무덤 앞에서
이제는 조국이 울어야 할 때다
어제는 조국을 위하여
한 시인이 눈물을 흘렸으므로
이제는 한 시인을 위하여
조국의 마른 잎새들이 울어야 할 때다
이제는 조국이 목숨을 버려야 할 때다
어제는 조국을 위하여
한 시인이 목숨을 버렸으므로
이제는 한 젊은 시인을 위하여
조국의 하늘과 바람과 별들이
목숨을 버려야 할 때다
죽어서 사는 길을 홀로 걸어간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웠던 사나이
무덤조차 한 점 부끄럼 없는
죽어가는 모든 것을 사랑했던 사나이
오늘은 북간도 찬 바람결에 서걱이다가
잠시 마른 풀잎으로 누웠다 일어나느니
저 푸른 겨울하늘 아래
한 송이 무덤으로 피어난 아름다움을 위하여
한 줄기 해란강은 말없이 흐른다
<최연홍 시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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