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선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선거를 치르기까지의 그 시작과 내용이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오는 느낌이다. 새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 전원을 새로 선출하는 총선이라면 응당 국민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희망과 발전을 기약하는 그런 계기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 모두가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시피 허망한 탄식만을 자아내고 있을 뿐이다.
각 정당의 분열과 패권싸움, 막말, 모략, 권력을 움켜지기 위한 탐욕의 광란이외에 보여지는게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전국가적인 주요 현안들과 쇠락해가는 경제문제, 노인들의 복지문제, 희망을 잃은 청소년 문제, 획기적인 정치 혁신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는 분위기가 돼야 하지 않겠나.
무엇보다 지금 남북한의 대립이 최첨예화 되어 있어 전쟁 일촉즉발의 분위기인데도 핵문제, 통일문제는 눈 씻고 봐도 거론조차 하는 정당도 후보도 없는 풍경이다. 마치 저마다 무대에 올라 주연배우 노릇이나 하려고 아수라장을 벌이는 판에 드라마는 몽땅 빠져버린 광란극을 보는 기분이다. “재미있는 코미디를 봤습니다. 총선 끝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김무성 여당대표의 말이다. 오죽하면 여당대표의 입에서 이런 자조적인 독백이 나왔겠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철학도 소신도 없는 탐욕만이 지상 목표처럼 보이는 이번 총선은 마치 우리 정치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코미디 치고는 매우 슬픈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득표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도지사, 시장, 군수가 해야 할 일을 국회의원 출마자들이 공약으로 무분별하게 쏟아내고 있는 분위기도 가관이다.
신문이나 방송마다 어느 당이 우세이고 열세이고 어느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있고 없고 이따위 내용으로 매일 프로를 채우고 있다. 눈이 더러워지고 귀가 더러워질까봐 차마 더는 못들어줄 지경이다. 당장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정치와 비교해 보자. 가령 임기 8개월 남긴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후 모종의 영향력을 유지해야겠다는 과욕으로 자기 비서들을 국회의원 만들겠다고 공천을 주기위해 현직 의원들을 내쫒아 버리는 횡포를 부린다면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런 망상은 있을 수도 없을 것이고 국민들이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청와대에서 감히 이따위 망통극이 연출되어 총선판 전체가 쓰레기통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의 소신이 뭔지도 모르겠고 뭐가 그렇게 불가역의 구두선이었는지 여기에 비위를 맞추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어긋난 스텝을 밟으면 여지없이 화를 입어야 하는 비민주적 인격파탄극이 벌어지고 나서 진행되고 있는게 현재의 총선 분위기 아닌가.
우리가 북한을 보면서 정말 아쉬운 점이 뭔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수령님 핵무기 아니라도 국가 주권과 민족 주체사상을 지킬 길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 멀리 다른 우주에 가서 북한 혼자만 존재한다면 몰라도 200여개에 달하는 세계 각국과 이 지구상에서 함께 어울려 가려면 다른 평화적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바른 말을 하는 충신이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거기도 아부하는 자들만 살아남아 있는 듯하다.
남한도 통치자에게 직언 못하는 점에서 북한과 다를게 뭔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리는 민주국가에 살고 있습니다. 정당정치에서 정치인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대통령과 다른 견해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비위를 거스르고 소신에 어긋난다고 해서 배신자라며 의원들을 숙청하고 청와대 비서들에게 공천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하면 독재자라는 반발을 사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었고 대신에 자기 출세에 몸보신 하느라 급급하여 직언하기를 겁낸 자들만 수두룩했다. 그 결과가 당장 눈앞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삽시간에 정치에 대한 허무, 냉소주의가 만연하고 있지 않은가
진시황이 죽고나서 그 아들 호해황의 눈과 귀를 가린 내시 ‘조고’가 실권을 잡고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했던 소위 ‘지록위마’ 연극으로 바른말 하는 신하들을 제거하고 진나라를 멸망에 빠뜨린 현대판 ‘비루한 간신배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빚어내고 있는 더러운 역사를 보고 있는 듯하다.
총선이 진행 중인데 대권을 놓고 벌써 뱀의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이런 판국에서 생산된 새 의회가 구성되고 이 나라의 정치판이 또 어떻게 추한 모습으로 진행돼 갈지 불길한 앞날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확실한 정치 혁신을 실현 할 수 있는 새지도자의 등장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정기용 자유광장 상임대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