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엘리어트 BNTC 사장 “한진해운·현대상선 같은 선사 다신 못 만들어”
▶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부산항에 기회, 환적화물 더 늘어날 것”

인터뷰하는 BNCT 존 엘리어트 사장. 그는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이 허브항만인 부산항에는 환적화물이 증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경영난에 처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향배와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움직임이 관심사다. 특히 이러한 요소가 부산항에 미칠 영향에 항만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대 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재편되는 해운동맹에서 제외되면 환적화물 이탈로 부산항도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인 BNCT의 최고경영자인 존 엘리어트 사장은 27일(한국시간) “용선료 인하가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라며 “용선료를 낮춘다고 해서 두 선사의 위기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또 해법의 하나로 제시되는 합병에 대해선 “합병이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한다. 세계 해운시장의 선복량 과잉으로 빚어진 저운임 상황에서 자금력이 튼튼한 선사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합병 이후 시장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적화물 이탈 우려에 대해선 “해운동맹 재편으로 대형선박들이 더 많이 부산항을 이용하게 돼 오히려 환적화물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을 졸업한 엘리어트 사장은 1991년부터 미국, 이탈리아, 홍콩, 부산, 터키의 항만에서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의 임원이나 대표이사를 지냈고 2012년 2월부터 BNCT 대표이사로 근무하는 항만 전문가이다.
씨랜드, DP월드 같은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현재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그에게서 해운동맹 재편 이유와 전망, 국적선사 위기 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부산신항 한진해운 터미널(연합뉴스)
-- 내년 3월 기존 해운동맹 만료를 앞두고 새판짜기가 시작됐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중국 선사인 차이나시핑과 코스코의 합병, 프랑스 선사인 CMA CGM의 APL인수 등 소속한 동맹이 다른 선사간 인수합병을 성사시킴에 따라 재편의 필요성이 생겼다. 두번째는 선박 대형화 때문이다. 선사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선박을 대형화하는 추세다. 동맹은 비슷한 규모의 배를 가진 선사들끼리 뭉쳐야 효과가 있다. 비슷한 규모의 배를 가진 선사들을 찾아서 새로운 동맹을 맺는 것이다.
-- 머스크와 MSC의 2M, 프랑스 CMA CGM과 코스코 등 중화권 선사들이 새로 결성하는 동맹인 오션에 끼지 못한 선사들은 어떻게 행동하리라고 보나.
▲ G6(하파그로이드, APL, 현대상선, MOL,NYK, OOCL)는 APL과 OOCL의 이탈로 G4로 축소되고 CKYHE(한진해운, 코스코, 양밍,K라인, 에버그린)는 코스코와 에버그린의 이탈로 3개 선사만 남는다.
남은 선사들은 2M, 오션에 합류하거나 새로운 동맹을 결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변수가 많아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1∼2개월 내에 새로운 동맹 결성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
-- 이런 선사들의 동맹 재편이 부산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일부에서는 환적화물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 수출입화물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환적화물이 관건이다. 동맹 재편은 대형선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형선은 허브항만에 들러 더 많은 화물을 싣기 위해 건조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허브 항만인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부산 신항으로서는 동맹 재편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항하는 선박이 더 커지고 더 많은 화물을 실을 것이다. 현재 신항에 기항하는 선박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만개를 싣는 규모가 일반적인데 앞으로 1만∼1만4천개급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파나마운하가 확장 개통하면 미국 동부연안쪽으로 운항하는 선박이 늘고 부산항 기항도 증가할 것이다. 파나마운하를 통하면 남미대륙 동부연안까지 갈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배가 부산항을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남미항로에는 컨테이너 5천∼6천개를 싣는 선박이 운항하는데 파나마운하가 확장되면 1만개 이상 싣는 선박도 다닐 수 있다.

부산신항 현대상선 터미널(연합뉴스)
-- 해운동맹 재편이 부산항으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된다는 말인가.
▲ 많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속단하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동맹재편은 부산항에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새로운 기회가 된다고 본다.
해운동맹은 큰 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부산과 같은 허브항만에 기항해야 하는 만큼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터미널 운영사 입장에서도 큰 배가 한꺼번에 많은 화물을 싣고 오는 게 작은 배 여러 척이 오는 것보다 공간이용과 시간면에서 이익이다.
--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두 국적선사의 위기를 어떻게 보나
▲ 현 상황 매우 안타깝다. 나 개인적으로도 한국이 고향이나 다름없다.(엘리어트 사장은 한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국적선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두 선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은 선사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저운임 상황에서 선사들이 수익을 늘리기는 어려워 비용을 줄여야 생존할 수 있는 구조이다. 지금 해운시장은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자금력이 튼튼한 선사들이 살아남을 것이다. 차이나시핑과 코스코가 합병한 것도 비용을 낮추자는 것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용선료 줄인다고 경영상태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상식선에서 볼 때 두 선사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있는데 다른 선사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용선료를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주 입장에서는 배값이 비쌀 때 건조했으면 용선료를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
용선료 인하는 쉬운 작업 아닐 것이다. 선주들이 건조비용을 대출받기 때문에 은행까지 연결된 문제이다. 은행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두 선사의 위기는 비용을 줄이면 도움이 되겠지만 용선료를 낮춘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구조조정, 합병 등 다른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가 두 선사를 동시에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의 차이나시핑과 코스코가 왜 합병했겠나. 두 선사의 적자가 심하니까 중국정부가 합병을 요구했다. 중국은 국영선사이지만 한국은 민간 선사라서 중국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합병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합병을 하면 운영비를 줄일 기회가 생기지만 저운임 시장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
두 선사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채무 때문에 단시간에 소멸되는 걸 지켜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만일 파산한다면 이런 선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만들 기회조차 없다고 봐야 한다. 한번 없어지면 영영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예전에 쟁쟁한 선사들이 많았지만 그대로 방치한 탓에 대부분 없어졌다.
-- 지금의 해운·조선산업 위기의 근본 원인은 선복 과잉공급에 있지 않나. 이런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나.
▲ 선복 과잉은 수년간 지속된 문제이고 앞으로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인수합병 등으로 선사가 줄어들면 운송요율(운임)이 올라가고 선사들이 선복량을 통제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운송요율이 낮다 보니 선사들이 양으로 승부하는 구조이다. 요율이 올라가면 선사들이 선복량을 통제해 운임을 유지하려 나설 것이다. 통계를 보면 세계경제는 더디기는 하지만 회복하는 추세이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매년 증가 또는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저운임은 컨테이너 양의 문제가 아니다. 선사들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선복량 증대가 근본 원인이다.

부산신항 전경(연합뉴스)
-- 선복량 과잉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급속한 선박 대형화인데 어디까지 갈 것으로 보나.
▲ 20피트 컨테이너 2만개에서 2만1천개가 한계라고 본다. 현재 개발된 장비가 그 정도까지 감당할 수 있다. 선사들이 경비를 줄이고자 선박을 급속히 대형화하고 있는데 부두 운영사 입장에서는 이런 선박에 맞춰 장비 대형화에 투자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선사들이 계속 대형화를 추진한다면 부두에서 일정 규모 이상 대형선박에 대해선 입항을 거부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 부산항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 부산항은 지리적 여건이 매우 좋다. 정부의 신항건설 프로젝트도 시의적절했다. 시설과 장비도 현대화돼 경쟁력이 높다. 무엇보다 항만 관련 인력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모두 열심히 일하고 자신의 일에 자부심도 강하다.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 등 관련 부처나 기관의 인력들도 좀 더 효율적으로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내가 근무해본 다른 나라들보다 근로자 이직률이 낮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부산항의 약점을 꼽는다면 낮은 수출입화물 하역료율이다. 지금 요율은 2005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신항의 터미널이 한꺼번에 건설되면서 터미널 간 경쟁으로 적정요율이 무너진 때문이다.
터미널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장비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개선해야 하는데 요율이 낮으면 그럴 여력이 줄어든다. 이는 부산항 전체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내에 이 문제에 변화가 없으면 부산항 전체가 어려움에 부닥칠 것으로 본다.
다행히 최근에는 하역요율이 조금 개선되고 있는데 문제는 추가로 선석이 건설되고 있다는 것이다. 추가 선석 개장 시기를 화물수급상황을 봐서 잘 판단해야 한다. 환적화물도 요율이 낮지만 올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세계 어느 항만을 보더라도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의 요율에는 차이가 있다.
-- 신항의 운영효율을 높이려면 북항처럼 운영사를 통합해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동의하나.
▲ 지금 신항에 플레이어(터미널 운영사)가 너무 많다는 데 동의한다. 운영사가 줄어들면 요율이나 부두운영효율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신항 전체 운영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일지는 의문이다. 너무 넓은 부두를 한 회사가 다 감당하기에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독점으로 인한 서비스 저하, 화주들의 선택권 박탈 등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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