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5 로벨 주택 (상)
▶ 로벨이 꿈꾸던 ‘모던’ 건축 이미 실현한 쉰들러에 바닷가 주택 설계 의뢰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의사 로벨, 건강에 도움 주는 건축에 관심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의사 로벨, 건강에 도움 주는 건축에 관심](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6/04/27/20160427111441571.jpg)
원래 1층은 이웃 사람들이 통과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현재는 주인이 바뀌면서 대지 경계에 담을 쌓아 막았다. 거실은 2 층에 있고, 3층에는 방을 마련해 놓았다.
1920년대 필립 로벨이라는 의사가 로스앤젤레스 건축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일이 있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건강에 관한 글을 기고하면서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한국으로 치면 몇 해 전 타계한황수관 박사 같은 분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건강한 육체를 가꾸기 위해서는 야외활동을 많이 하고 가공식품을 덜 먹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모던’이라고 불렀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건강에 도움을 주는 건축에까지 영역을 넓히려고 시도했다. 그가 생각하는 건강한삶을 영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건축은 어떠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모던 건축이라고 하면 추상회화처럼 단순한 형태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가 생각한 모던 건축은 건축의 근본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1922년 즈음 로벨은 그의 부인을 통해 쉰들러 주택을 접하게 된다. 먼저 깜짝 놀랐다. 기존에 그가 보아 오던 건물과는 확연히 달랐다. 기존의 건물은 벽으로 안과 밖을 명확히 구분했지만 이 주택에서는 안과 밖이하나의 공간으로 쓸 수 있게 꾸며졌다. 이를 위해 바닥도 안과 밖이 단차없이 같은 레벨로 서로 연계되어 있다. 건물 안과 마당이 이어져 있을 뿐아니라 마당과 조경이 서로 조화되게 어울려 있다. 옥상에는 간단한 구조물을 만들어 일광욕도 즐길 수 있고 때로는 낮잠도 잘 수 있게 꾸며놓았다. 그가 줄기차게 외치던 건강한 삶을 누리기에 아주 적합한 집이었다.
그는 당장 이 집을 설계한 쉰들러와 대화를 나눴다. 그가 생각하는 건축관과 쉰들러가 생각하는 것이 딱맞아 떨어졌다. 로벨 박사는 자신이 꿈꾸던 건축의 이상을 이미 실현한 젊은 건축가 쉰들러를 알게 된 후, 자신이 생각하는 바닷가의 주택 설계를 그에게 의뢰한다. 로벨 해변 주택은 이렇게 해서 잉태하게 되었다.
대지는 오렌지 카운티의 뉴포트비치에 있다. 태평양을 향해 있고 백사장에 바로 면해 있는 땅이다. 대지를 살펴 본 후, 쉰들러는 1층에 필로티(건물을 지면보다 높이 띄워 받치는 기둥)를 두어 건물을 띄우기로 했다. 이것은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는 인근의 부두 구조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로스앤젤레스에 쓰나미가 일어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걸로 보아 재난에 대비했다기보다는 1층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벽으로 막아 놓았다. 건축주에 따라 이용하는 방법이 다르기 마련이다.)주변의 집들과 달리 거실을 1층이 아닌 2층으로 들어 올려서 만든 덕분에 보다 나은 전망을 갖게 되었고 프라이버시도 더 나아졌다. 혹시나 있을 법한 주변을 지나는 사람이 거실을 몰래 엿보는 일이 원천 차단되었다. 쉰들러 주택에서 쓰였던 공간들이 다 보인다. 외부에 있는 벽난로도 보이고 방위에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놓았다.
전체 건물은 5개의 콘크리트 벽체구조물이 나란히 서서 집을 튼튼히 잡아주고 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지진에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진 구조물이다. 콘크리트구조물은 단순히 1층에만 그치지 않고 건물 전체를 잡아주고 있다. 어쩌면 과도하게 느껴질 법도 한 이 구조물이 공사비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쉰들러와 건축주 로벨은 완벽한 관계라고 여길 정도로 둘사이에 갈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설계가 끝나고, 공사가 진행되면서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쉰들러가 예상했던 비용보다 많은 비용을 건축주에게 청구하면서 둘 사이에 문제가 커져갔다. 결국은 돈 문제 때문에 둘 사이는 완전히 건널 수 없는 관계에까지 가게 되었다.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제시한 견적이 얼마만큼 신빙성이 있느냐의 문제였다. 비슷한 예로 모던 주택의 결정판 판스워스 주택(Farnsworth House)의 경우도, 잘못된 공사비 견적 때문에 건축가 미스 반데로에를 재판에까지 끌고 간 적이 있다. 건축계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건축 설계를 잘 한다고 견적까지 완벽할 수는 없다. 많은 건축가들이 실제 건물을 지을 때 이렇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되기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는 건축사의 견적은 참고용으로만쓰이고 있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로벨해변 주택은 1926년에 완성되었다.
주택이 마무리 되면서 둘 사이의 관계도 완전히 끝나게 되었다. 한 건축가에게는 불운이었지만 이를 본다른 건축가는 이것을 절호의 기회로 만들게 된다.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의사 로벨, 건강에 도움 주는 건축에 관심 [LA 유명 건축물 시리즈] 의사 로벨, 건강에 도움 주는 건축에 관심](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6/04/27/20160427111441572.jpg)
3층은 개인 방, 2층은 거실, 1층은 원래 이웃과 공유하는 마당 이었다. 샤워공간과 벽난로가 있다. 지금은 담을 둘러 막았다.
<건축가 김태식>블로그
http://blog.naver.com/geocrowLovell Beach House
주소: 1242 WestOcean Front, Newport Beach, CA
<
건축가 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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