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녀 나탈리 클라크는 미국의 거대 은행 경영진에게 주가를 올리려고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따져 물었다.
지난 27일 오전 10시 30분 노스캐롤라이나 샤롯데시 힐튼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주총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나탈리는 5천주를 가진 주주 자격으로 이렇게 거북한 질문을 경영진에게 던졌다.
이들 주식은 나탈리가 아기였을 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그는 올해 9학년생으로 노트르담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보유 주식이 학비에 보탬이 될지를 생각하면서부터 주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나탈리가 주식을 물려받았던 2002년에 BOA의 주가는 34달러였다. 하지만 주주총회가 열린 27일의 주가는 15.02달러로 절반 이하 수준이다.
그가 주주총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총회장에서 BOA 직원인 아버지가 해고된 배경을 밝혀달라고 했는가 하면, 남녀 직원들의 급여 차를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당당한 면모를 과시했다. 나탈리가 해고 배경을 캐물은 이후 아버지는 재고용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탈리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투자자들이 저금리와 규제강화,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실적이 저조한 미국의 은행들을 못마땅하게 보고 공공연히 이를 표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탈리가 저조한 주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다른 BOA 주주들도 거들었다. 나탈리는 주주총회가 끝난 뒤 WSJ과의 인터뷰에서 주가가 내려갔는데 은행 측이 왜 최고경영책임자(CEO)의 급여를 올렸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BOA의 주가는 지난해 6% 하락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근 10년 만에 최대의 연간 순이익을 냈다는 이유로 브라이언 모이니헌 CEO의 급여를 1천300만 달러에서 1천600만 달러로 인상했다.
모이니헌 CEO는 “우리도 주가가 더 상승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금융위기가 오더라도 꾸준히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전체 자산도 회사와 묶여있고 주식을 판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모이니헌은 BOA가 금융위기의 여파로 여전히 비상경영을 하던 2010년 초 CEO가 됐고 수년간 수많은 소송과 강도 높은 규제를 헤쳐나가느라 분주했다. 위기 상황이 진정된 지금은 주주들의 이익을 늘리는 게 당면 과제다.
주주총회 당일의 주가는 그가 CEO에 취임할 당시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서 11%나 하락해 주당순자산(BPS) 대비 3분의 2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가 하락폭은 다른 대형은행들보다 더 크다.
소녀 주주 나탈리는 은행 측이 다른 은행보다 뒤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캐물었다.
모이니헌 CEO와 다른 임원들은 상투적인 답변을 되풀이했다. 은행이 비용을 줄이고 있고, 고객 만족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모바일뱅킹 고객을 늘리겠다는 식이다.
주추총회에 참석한 CLSA의 마이크 메이요 애널리스트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은행이 여러 개의 소규모 회사로 분할하는 것과 같은 더 과감한 ‘플랜 B’를 마련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구두를 닦고 출근해서 금리가 오르기를 기다린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BOA 주주들은 모이니헌 CEO에 신임을 표시했다. 주주의 93%가 모이니헌을 포함한 경영진들의 급여 인상을 승인했고 모든 이사회 멤버들은 94%의 지지로 재선임됐다.
주주총회 결과에 대해 나탈리는 왜 더 많은 주주가 회사 경영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BOA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이 많은데도 주주총회에는 호텔 연회실의 절반 정도를 간신히 채울 인원만 참석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날 주주총회 참석자는 100∼150명 정도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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