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메트로 타고 LA 여행해 봤더니…
▶ 호텔 대신 원형텐트 ‘유르트’ 이색체험
1930년대 지어진 LA 유니온 스테이션의 내부.
경철도가 지나가는 사우스웨스트 뮤지엄 스테이션.
자전거 도로가 잘 돼 있는 베니스 비치에서 바이커들이 자유롭게 달리고 있다.
터헝가 워시의 숲에서는 말을 타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는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매력을 많이 갖고 있지만 환경친화적인 도시라고 할 수는 없다. LA 카운티 전체를 900마일에 이르는 프리웨이와 하이웨이가 가로지르고 있으니 자동차 문화의 도시요, 악명 높은 스모그와 트래픽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로스앤젤레스에서 외부 방문객이 환경친화적인 여행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의 여행 칼럼니스트 루카스 피터슨이 직접 며칠간 동안 대중교통수단만을 이용해 즐겨본 LA 여행기를 공개했다. LA에 사는 주민들도 모르는 갖가지 정보와 경험이 다양하다.
LA에서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메트로(Metro, 완벽하지 않으나 꽤 기능적인 대중교통시스템이다)를 이용하면 된다. 여기에는 버스, 경철도(light rail), 지하철(subway)이 포함된다.
호텔에 묵지 않기 위해 나는 꽤 편안한 유르트(yurt)도 찾아낼 수 있었다. 맞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바로 그 전통 원형텐트 말이다. 그것은 다운타운에서 불과 수분 거리에 있고 경철도로 접근 가능한, 조용하고 숲이 우거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버몬트 애비뉴와 샌타모니카 블러버드의 서브웨이 정거장에서는 아주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갔는데 지하철이 잘 운행되고 있고, 역사가 조용하고 깨끗한 데 대해 나와 걸프렌드 브레트는 깜짝 놀랐다. 누구나 LA에서 돌아다니려면 차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거대한 고정관념일 뿐이다.
플랫폼은 대부분 텅 비어있었다. 서브웨이 라인은 퍼플과 레드 2개 라인 뿐이라는 한계가 있다. 레드 라인은 다운타운에서 코리아타운을 관통해서 할리웃으로 향해 노스 할리웃에서 끝난다. 이 라인이 지나는 14개 역 근처에 살고 있거나 목적지가 이 부근이면 지하철은 굉장히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500평방마일에 달하는 이 도시의 대부분 지역은 지하철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버스와 경철도 라인들이 남은 부분을 좀더 촘촘하게 메꿔주고 있다.
서브웨이 정거장이 있는 다운타운 중심의 퍼싱 스케어에서 한두블럭만 가면 LA의 먹거리 메카 그랜드 센트럴 마켓이 나온다. 1917년 대형 아케이드로 설립된 이곳은 최근에 와서 인기 식당들이 모여든 거대한 푸드 홀로 변모했다. 당연히 음식 값도 비싸졌지만 아직도 싸고 맛있는 곳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다운타운 LA의 분위기는 대단히 도회적이지만 바로 몇마일만 떨어진 곳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있다. 우리는 미서부지역에서 가장 큰 철도역인 유니온 스테이션으로 갔다. 1930년대에 지어진 우아하고 천정이 높은 이 건물은 아르데코와 미션 리바이벌 스타일이 조금씩 절충된 건축물이다.
4개의 경철도 라인 중에서 메트로 골드 라인을 타려고 아주사 쪽으로 가는 라인에 줄을 섰을 때 가랑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바깥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이 셸터 아래로 모여 기다리게 됐다. 안내방송이 나와 기차가 4분후 도착한다고 했다. 4분이 지나고, 또 4분이 지났고, 플랫폼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15분 후에야 기차가 왔고 우리는 마운트 워싱턴 지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서 언덕 위 조용한 곳에 세워진 우리의 숙소를 찾아갔다.
나는 에어앤비(Airbnb)를 통해 하룻밤에 98달러짜리 유르트를 찾게 됐다. 그것은 앞과 뒤에 문이 하나씩 있으며 격자구조의 틀과 버팀대로 이루어진, 굉장히 크고 둥근 텐트였다. 나무로 된 늑재가 돔 천정을 받치고 있고, 꼭대기를 반투명의 둥근 테로 씌워 원형의 스카이라잇처럼 매우 아름답고 고급스런 분위기였다. 퀸 사이즈 베드에 전기시설까지 돼있어서 불편함 없이 캠핑하는 기분도 낼 수 있었다.
유르트의 주인은 열쇠와 함께 귀여운 환영선물들도 남겨놓았다. 차와 커피, 전기주전자, 프렌치프레스, 와인까지. 나이트스탠드에는 여행서적들도 있었고 작은 포터블 히터도 하나 있었다. 뒷문을 열고 나가면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다. 퇴비화 변소(dry composting toilet)와 중수도용수(gray water system)를 사용하는 싱크와 샤워가 설치돼있고 비누는 천연산이다.
여기서 했던 야외 샤워가 유르트 체험의 하이라이트였다. 나는 추위에 벌벌 떨며 빨리 샤워를 끝낸 후 재빨리 타월을 두르고 텐트 안으로 뛰어들어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온수기가 얼마나 잘 작동되는지 나는 50도의 찬 날씨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야외에서 편안하고 따뜻한 샤워를 즐길 수 있었다.
대중교통 시스템 외에도 시클라비아(CicLAvia)라는 자전거, 스케이트, 걷기 일일대회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시클라비아의 목적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다니면서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는 보지 못했던 이 도시의 곳곳을 탐험하고 만나게 하는 것이다.
나는 마침 LA에 와있던 남자형제 로렌과 함께 샌퍼난도 밸리에서 열리는 시클라비아에 참가하기로 하고 자전거 2대와 헬멧을 빌려 행사가 시작되는 밴나이스와 로스코까지 타고 갔다.
블러버드 전체에 차량통행이 금지된 가운데 도로변에는 텐트와 푸드 트럭들이 줄지어 서있는 거대한 거리 축제의 장이었다. 수많은 어린이와 애완동물들, 남녀노소 주민들이 나와서 자전거도 타고 이야기도 나누며 교제하고 있었다. 진정한 커뮤니티의 소통의 장이었다.
이제 버스를 타볼 차례다. 브레트와 나는 어느날 오후 다운타운에서 베니스까지 733번 라인을 타고 한번 죽 가보기로 했다. 14.5마일을 달려서 80~90분만에 도착한 곳은 메인 스트릿과 베니스 웨이 근처의 큰 로터리였다. 우리의 목적지는 ‘시드 키친’(Seed Kitchen). 에릭 레샤쇠르와 사나에 수주키가 2008년 문을 연 완전채식과 자연주의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다. 나는 케일, 표고버섯, 콩과 일본호박을 재료로 만든 사이사이 돈부리 마크로 보울($12.95)을 주문했는데 어찌나 맛이 있는지 깜짝 놀랐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체험한 것은 우리 주변 숲에서 직접 식용식물을 찾아보는 클래스였다. 벨기에 출신의 와일드푸드 컨설턴트인 파스칼 보다르가 이끄는 이 클래스는 LA 일대의 삼림을 돌아다니며 먹을 수 있는 식물과 버섯, 꽃 등을 공짜로 채집하는 재미있는 클래스다.
브레트와 나는 어느날 아침 20달러씩 내고 등록해 조인했다. 도시의 최북단에 있는 앤젤레스 내셔널 포레스트 근처의 터헝가 워시에서 우리 6명의 그룹은 숲속을 천천히 걸어다니기 시작했고 보다르 선생님이 멈춰서서 가리키는 곳에서 수십종의 식용플랜트를 만날 수 있었다. 노란색의 겨자꽃, 엘더베리, 워터크레스, 컬링 닥 등. 보다르 선생님은 같은 식용식물이라 해도 어떤 지점에서 자라는 것은 좋지 않고, 어떻게 생긴 것은 독이 있는지 등등의 유용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었다.
LA는 굉장히 넓고 지형적으로도 다양한 곳이다. 환경친화적인 활동도 상당히 많이 열리고 있어서 조금만 수고하면 자동차를 전혀 타지 않고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음을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되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사진 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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