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업률 낮아도 풀타임 별따기
▶ 오바마케어 의무화 후 급증세
미국의 노동시장은 풀타임 잡을 원하는 600만명의 파트타이머들로 붐빈다.
현재 600만명을 웃도는 파트타임 인력은 2008년 3분기부터 2009년 1분기까지 지속된 경기대침체(Great Recession)를 제외하면 30여년만의 최고수준이다.
대침체기에 피크를 이루었던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수는 그 이후 다소 줄어들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파트타이머 인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이것이 ‘새로운 정상’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상황은 심각하다. 뉴햄프셔대학 교수인 레베카 글로버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트타임 근로자들의 25%는 빈곤층에 속해 있다. 반면 빈민의 삶을 살아가는 풀타임 근로자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상당수의 파트타이머는 풀타이머와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훨씬 낮은 시급을 받는다. 이들에게 고용보장은 먼 나라 이야기고, 직장의료보험과 유급휴가도 기대 밖이다.
UCLA 경제학 교수인 크리스 틸리의 지적대로 “고용주는 대체로 파트타이머에게 째째하고 좀스럽게 군다.” 파트타임 근로자에게 후한 베니핏을 제공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모니카 바레리오의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09년 20년간 근무해온 스탠포드대학 인력관리실에서 밀려난 발레리오는 베이지역의 건강보조식품회사에서 파트타임 종업원으로 근무한다. 물론 건강보험도 없고, 유급휴가도 없다.
올해 60세인 그녀는 나이 탓에 앞으로 풀타임 일자리를 다시 잡기가 힘들 것 같다며 “파산을 피하기 위해 집을 파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지었다. 스탠포드에서 6만3,000달러의 연봉을 받았던 발레리오의 현재 연간 소득은 1만8,000달러가 전부다.
발레리오는 “스탠포드에서 나온 후 풀타임 잡을 차기 위해 무진 노력했지만 허사였다”며 “해가 갈수록 빚이 늘어나는 적자인생을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의 노동시장은 겉으론 상당히 건강해 보인다. 실업률은 5%선으로 낮은 수준이고 기업들은 지난 2년간 신규 인력채용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파트타임 근로자들은 여전히 미국 경제의 환부로 남아 있다.
비자발적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수는 2010년 9월 920만명을 기록했지만 지난 30년간의 평균치는 480만명으로 600만명을 헤아리는 현재의 수치를 밑돈다.
컨설팅사인 FAO 이코노믹스의 경제전문가로 활동하는 로버트 브루스카는 “직무기술(job skills)의 격차와 미미한 임금상승에 관한 논란의 중심에 파트타임 근로자들이 서있다”며 “많은 미국인들이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파트타임 인력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또 다른 이유로 오바마케어를 꼽았다.
의료보험개혁법인 오바마케어는 2015년 초부터 주당 30시간 이상 근무하는 모든 대기업 종업원들에게 고용주가 직장의료보험을 제공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을 피해가기 위해 월마트, 타깃, 트레이더조, 홈디포 등은 종업원들의 근무시간을 주당 30시간 아래로 축소했다. 일부 업체들은 2013년과 2014년 수 천 명의 파트타이머에 대한 직장건강보험 제공을 중단했다.
기업들이 단기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인력을 충원하는 형태의 ‘긱 경제’(gig economy)가 뜨면서 우버 드라이버 등 파트타임 인력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의 파트타이머 숫자가 영구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긱 경제의 전형에 해당하는 우버 운전사들이 자발적으로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발레리오 역시 틈틈이 풀타임 일자리를 찾아보면서 우버 드라이버로 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컨드 잡으로 모자라는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현재 내가 하는 일은 전혀 미래가 없다”며 파트타이머의 불안한 속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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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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